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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대박 크리스마스 선물, 대체복무 백지화

머리가 시릴 정도였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히 여길 것은 없지만 이런 날에 맞추어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백지화를 발표하는 일은 참 기분 나쁘게 하는 의도로 다가오게 합니다.
물론 현 정부가 들어설 때부터 대체복무제 도입이 다시 물 건너가는 거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 아무리 그래도 행정부 차원에서 국민을 향해 약속했고(2009년부터 대체복무제 시행할 때 병역거부자 편입 예정) 국민의 차원이든 시민의 차원이든 별다른 이의제기가 일어나지 않았고 정부 나름도 계획을 꾸준히 준비해 왔기 때문에 아마도 완전히 번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라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달라진 이후에도 병무청은 그나마 이 제도 도입에 우호적이었고(아마도 병역의무자 관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자기들 권한이 더 커지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그동안의 ‘시기상조’ 입장을 조금씩 넘어 복무를 ‘빡세게’ 하게 하는 한에서는 ‘도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던 와중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국회도서관에서 있었던 ‘병역거부 공청회’에서는 법조계, 정치계, 학계, 언론계, 종교계 인사들의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80%(554명 대상) 넘는 찬성이라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모 의원은 스스로 ‘최고 보수’라 말하면서도 조건부 찬성을 밝힌 바 있습니다. 즉, 무엇보다 시대적 흐름이 이미 낡아버린 ‘답답한 안보 논리’가 아니라 개인의 인권 보장으로(아직 평화를 향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흐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헌재가 이미 오래전에 명문으로 권고를 했고, 국가인권위가 강력히 피력했고, 유엔이 수십 년 전부터 2년마다 잊어먹지도 않고 권리를 확인시켜주고 있는데, 게다가 부시행정부의 국무부조차 한국에게 도입하라고 하는가 하면, 지금 한나라당으로 옮겨 의원으로서 활동하는 前 국방부 장관 김장수 의원도 몇 차례나 ‘도입 못할 게 뭐있냐?’며 의견을 피력했던 게 대체복무제 도입입니다.

병무청의 용역이 사실상 백지화를 위한 생색내기용이다 라는 의문이 많이 있었고, 그리고 설문 내용이 터무니없는 결과를 유도하고 있지만(관련 글 : http://www.withoutwar.org/bbs/view.php?id=www_conews&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021), 이런 대박 선물은 완전 거부입니다.
백지화의 이유가 ‘설문을 보니 국민 반대가 많아, 즉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현 정부가 언제 국민의 공감대를 생각했다고 이러는지 의문만 듭니다. 이런 것에는 참 ‘공감대’를 많이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제발 국민 여론 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현 정부 4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으로 걸어 들어가야 할지 생각만 해도 캄캄해집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을 얼마나 더 오래 아픈 삶을 살도록 해야 하나요? 정말 그럴 필요가 있는 것입니까? 제발 더 행복한 삶을 위한 다음 걸음 좀 내딛을 수 있게 생각을 고쳐주길 바랍니다.

12월 26일
평화바닥 염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