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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군(建軍) 60년 국군의 날 군사퍼레이드

광복절에 ‘건국 60년’이라는 말로 떠들썩하게 하더니 그 후속타로 ‘건군 60년’ 행사가 10월 1일 벌어집니다. ‘선진강군 국민과 함께 미래로, 세계로’라는 모토로 정예강군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자부심과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행사는 성시경, 공유, 하하 등 연예 병사들의 공연, 여성 댄스 그룹들의 합동 공연, 개그콘스트 팀의 한국전쟁 소재 뮤지컬 등과 함께 60년 국군 역사 및 성장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초대형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진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병들의 대규모 의식은 물론 전투기 축하 비행 등등이 빠질 수는 없겠지요. 국군 성장 발자취를 보여주는 제대는 ‘광복군-창군-한국전-월남파병-해외파병’ 순으로 짜여 있습니다. 그런 후 4시부터 1시간 가량 각종 무기를 앞세운 시가행진을 벌입니다. 행사의 일환으로 포천에서는 국산 무기 화력 시범이, 부산에서는 해군력 현시가, 서울에서는 지상군 페스티벌이 10월 내내 심지어 12월까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처참하게 침략받는 위치에서 자력으로 국방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근대 국가로서 한국을 새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행사가 어쩌면 아직도 침략받는 위치에 스스로를 놓고 관념적 두려움을 강조하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미 세계 10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저기 파병하며 침략하는 나라인데도 무시무시한 무기를 선보이는 그 이면에 언제 침략당할지 모른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고 가해 행위를 눈감게 만드는 역설을 느낍니다.

이번 행사에는 침략받는 나라에서 침략하는 나라로 변화된 모습을 과시할 예정이지만, 여기에서도 마치 ‘당하는 자’가 자위하듯 근육 과시의 쇼를 즐기려는 인상을 전해줍니다. 한국전쟁의 고통을 이겨내고 세계 주요 군사강국으로 변모한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요?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육군의 신형 전차, 공군의 고등훈련기, 해군의 구축함들은 수준급의 무기 생산력을 자랑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무기’라는 점에서 반평화를 확산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이런 대국민 선전 캠페인은 그 자체로 선정적 장사인데, 무기와 군인의 위용을 ‘근육’으로 보여줌으로써 열심히 나라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킬 수 있으니 국방력을 높이는 일에 열렬히 지지해 달라는 일종의 대국민 협박 쇼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파생하는 일차적인 효과가 ‘엄청난 국방비’ 지출에 대한 동의를 끌어낸다는 점이고, 그 다음으로 애국과 국익으로 포장된 ‘군사주의와 안보 이데올로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의 지향가치 중에는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타의 가치와 마찬가지로 평화도 역시 관계 속에서만 성립되는 개념인데, 이렇게 기만적인 이기성이 ‘군대’ 만한 것이 있을까요? 북한도 있고 주변의 일본이나 중국이나 러시아는 모두 군사 강대국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주변을 ‘적’으로 설정하는 행위는 곧 그 상대 입장에선 내가 ‘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는 서로 얼마나 잘 파괴하는 무기만을 경쟁하며 만들 것인데 과연 평화가 성립되는 관계인지 조금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초특급울트라 무기들로 빈틈없이 무장한다 한들 그것은 곧 상대에게 위협만을 선사할 뿐입니다.

몇몇 평화활동가들이 이 대규모 무기 쇼에 반대하는 행동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얼마나 문제 제기가 되겠냐 만은 그래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려고 합니다. ‘무기 대신 도서관을’, ‘무기 대신 급식을’, ‘무기 대신 무엇을’ 등등을 내걸며 대안 퍼레이드를 재미있게 펼칠까 합니다. 엄청난 국방비로 무기 만드는 일은 정말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돈이 나가는 덕분에 정말 삶의 행복에 필요한 부분은 무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일이라 시간이 안 나실 수도 있겠지만 여력이 되신다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일에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 [관련기사] 건군 60년 기념 사상 최대규모 화력시범
http://tvnews.media.daum.net/cp/sbsi/SBS8news/view.html?cateid=100000&cpid=73&newsid=20080926210021521&p=sbsi

9월 26일
평화바닥 염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