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속탄금지협약 발효되는 2010년
2009년 이스라엘은 백린탄 소형폭탄을 넣은 집속탄을 팔레스타인 베이트 라히타의 UNRWA학교에 떨어뜨렸다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침공을 시작할 때 3일 동안 무려 400만 개의 소형 폭탄을 레바논 전역에 퍼부었습니다. 수십~수백 개의 소형 폭탄(자탄)을 큰 폭탄(모탄) 안에 넣어 공중에서 살포하도록 만든 집속탄(확산탄, 클러스터폭탄)은 무차별로 대상을 공격하기 때문에 지뢰와 함께 사라져야 할 잔혹한 비인도무기로 손꼽힙니다. 소폭탄 1개당 수백 개의 쇠조각이나 작은 구슬이 들어차 있으며 최근 개량된 소폭탄 가운데 플라스틱 파편으로 채운 것도 있어 X-레이나 지뢰탐지기로도 감지되지 않고 체내에 박히면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즉 살상력을 높여 더욱 잔인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집속탄에 의한 피해는 99%가 민간인이었고,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의 집속탄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죽고 다쳤습니다. 너무 많은 불발탄은 해체요원까지 57명이나 살상했고 지금까지도 남아 민간인에게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속탄을 대량으로 사용한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집속탄 금지운동이 크게 일기 시작했고, 수많은 평화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약 1년 전 2008년 12월 3일에 100여개 국가가 모여 집속탄금지협약(CCM)을 만들고 서명하는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이 협약은 30개국이 각국에서 비준 철차(국회동의 등)를 거치면 정식으로 발효되는데, 지난 주 2월 16일에 30개국 비준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따라서 올해 8월 1일부터는 집속탄금지협약은 국제협약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협약은 집속탄 사용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생산, 비축, 이전(수출, 수입) 등까지도 금지하고 있어 사실상 집속탄을 없애가는 일과 같습니다. 지금도 다른 수십 개 나라가 법안을 마련하고 비준 절차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 집속탄을 한국군의 대표적인 공격무기로 갖추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자랑스러운 한국군의 화력’ 같은 말과 함께 등장하는 장사정포, 다연장로켓포는 바로 이 집속탄을 주무기로 사용합니다. 축구장 2~3개 넓이를 초토화시키는 장면을 아무 생각도 없이 내보내곤 합니다. 국제사회가 집속탄금지운동에 나서고 있을 때 이런 비인도적 무기를 언론에 버젓이 공개하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쪽팔린 일입니다.
이 집속탄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대표적인 한국 기업이 한화와 풍산입니다. 미국과 함께 생산, 수출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기도 합니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국제사회는 '집속탄 생산기업 투자자 목록'에 올려 주요한 감시 기업으로 꼽았으며, 이 기업에 투자하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국민연금, 미래에셋, 천안북일학교재단 등의 리스트가 함께 게시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레바논 침공 때 퍼부었던 소형 폭탄은 한화의 생산품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집속탄 문제는 안보 운운하며 사용하고 팔아먹을 게 아닙니다. 안보는 그렇게 해서 이루어졌다면 벌써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비인도적 무기는 안보가 더 위협받는 상황만 지속시킬 뿐입니다. 이런 순환은 끊임없이 반복하지 않도록 집속탄을 폐기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런 무기를 자랑스런 한국군 무기라고 쇼를 하며 가해의 논리를 따라서는 안됩니다. 집속탄 같은 무기로 초래될 인도적 재앙에 대처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조속히 집속탄금지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함과 동시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집속탄 폐기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국제협약으로 발효되는 2010년은 한국에서도 집속탄금지운동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무기제로팀, 참여연대, 평통사 등 여러 단체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올 한 해 활발한 활동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 주길 바랍니다.
집속탄을 발사하는 한국군 다연장로켓포MLRS
* 집속탄 금지 비준 국가 :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바티칸, 아일랜드, 멕시코, 뉴질랜드,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라오스, 시에라리온, 잠비아,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독일, 일본, 몰도바,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스페인, 부르키나파소, 부룬디, 룩셈부르크, 마케도니아, 말라위, 몰타, 니카라과, 니제르, 산마리노, 우루과이
* 집속탄 문제에 관해
http://peaceground.org/zeroboard/zboard.php?id=action_team&no=1395
* 팔레스타인 베이트 라히아에 있는 UNRWA학교에 떨어뜨린 이스라엘 집속탄 (사진)
http://peaceground.org/zeroboard/zboard.php?id=iraq_team&no=2142
* [바닥의 시선] 비인도적 무기 거래 '이름 날리는' 나라 한국 (여옥)
http://peaceground.org/zeroboard/zboard.php?id=ground&no=80
2010년 2월 25일
평화바닥 염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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