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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 정부와 언론은 군사대결과 전쟁태세를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언론은 군사대결과 전쟁태세를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국민을 책임진다는 정부가 국가를 전쟁으로 몰아갈 수 있는가? 지난 24일의 대통령 담화는 그야말로 전쟁 선포와 다를 바 없었고 이후 대처라는 것도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북한을 응징하겠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음 날 있었던 국민원로회의에서는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대통령 담화와 정부의 태도에 대해 극찬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도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거나 ‘전면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등의 극단적 언사가 잇달았다. 이는 위헌적인 전쟁 선동과 다름없다.

이미 한국의 일부 보수인사들과 언론들은 사건 직후부터 천안함 침몰에 북한의 연계를 기정사실화했고 보복과 응징을 반복해 외쳐 왔다. 증거가 확실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되는 선정적 응징 구호는 여론에 사건의 진실을 왜곡시키며 사실상 적대의 정치를 조장해 왔다.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와 국민의 투명한 정보 공개 요구 대신 선정적 응징 구호에 응답한 대통령 담화는 매우 우려스러운 엄포이다.

누구보다 진실을 알고 싶었을 천안함 유가족들이 들러리 역할을 하지 않기 위해 조사단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만 보더라도 정부가 얼마나 견강부회하고 있었는지 말해 준다. 정부가 유가족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치에 맞지도 않은 말과 행동으로 일관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진심으로 애도한다면 유가족들을 감시하고 북한에 대한 응징의 목소리를 요란히 떠들게 아니라 고통에 공감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정부의 모든 대처는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정보 차단과 은폐, 무성의한 대처와 말바꾸기, 입단속과 감시통제는 더욱 불신만을 낳을 뿐이며 의혹투성이 발표는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사안에 알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무엇을 숨기는가? 정부의 발표처럼 정말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투명하게 공개할수록 국론분열과 의혹은커녕 정부의 뜻대로 북한에 대한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를 아무리 철저한 과학적·객관적 조사라고 강조해도 이런 정부의 태도로는 아무런 의혹도 해소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으로 남북 관계를 대결로 몰고 가고 더군다나 북한을 응징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하는 것은 적대적 분위기와 분열만 고조시킬 뿐이다. 대통령 담화는 국회의 특위가 조사를 마치고 또한 국제기구의 검증조사가 끝난 후에 하는 것이 마땅한데 서둘러 발표한 점은 분명 모종의 의도를 지닌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정부의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도록 하는 증거가 나온다면 정부의 발표와 대처는 국제적 웃음거리만 될 뿐이며 악화된 남북 관계는 더욱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더욱 우려스럽게 하는 점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정부의 석연치 않은 발표와 냉전적 대결 위주의 대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둘러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 것이 선거를 의식한 행위라면 책임 있는 지역 공직자를 뽑는 이번 선거에 그야말로 직접 개입한 것이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선거시기에 이렇게 대결로 몰아가는 것은 모종의 의혹을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자위권 발동’, ‘전쟁’이라는 언사가 난무하는 분위기를 만든 책임은 매우 크지 않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해서 정부의 발표대로 이번 사건이 북한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한 나라의 국정과 국민의 생명을 짊어지고 있는 정부가 전쟁을 부추기고 대결을 조장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전쟁이나 기타 무장 갈등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이 아닌가. 사태가 심각할수록 북한 당국과 만나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먼저다. 관계를 대결로 몰아가며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것은 과연 무슨 의도에서 나오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전쟁을 부추기지 말고 평화를 향한 노력에 나서주길 바란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향한 걸음은 상호신뢰와 군비의 축소임을 믿는 우리는, 현재와 같이 정부가 계속 적대적 대결로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가 불신과 증오, 그리고 군사적 선택을 우선으로 여기게 됨으로써 불안정한 한반도 상황을 더욱 불안정하게 하고 나아가 극단의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는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게 될 것을 우려한다. 천안함 유가족들이 어떤 결론이 나와도 군사적 공격을 반대한다고 말한 것처럼, 정부 당국에 대결 국면을 중단하고 평화적 수단에 의한 해결을 도모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또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통제한 관련 정보들을 즉각 공개하고 우선 부실한 근거들에 대한 군이 주도하지 않는 독립적인 재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2010년 5월 30일
평화군축박람회 준비위원회
(나눔문화, 무기제로팀, 비폭력평화물결,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평화바닥, 평화박물관, 평화네트워크, 한민족평화통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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