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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 불만 많은 이 여자가 뉴욕에서 사는 법


불만 많은 이 여자가 뉴욕에서 사는 법

임유진



제인 제이콥스, 1916~2006

마크 제이콥스는 들어봤어도, 제인 제이콥스는 안 들어보셨을 여러분께, 오늘은 ‘뉴욕 살던 여자’ 제인 제이콥스 할머니를 소개해 드립니다.^^ (왜 뉴욕 살던 여자냐 하면, 병역거부를 하는 아들을 위해 1974년 캐나다로 이민을 가셨기 때문이라지요.) 좌우당간, 오늘은 뉴욕을 비롯한 어쨌거나 여러 ‘도시’ 살리기에 평생을 헌신한 제이콥스 할머니를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이제 며칠 후면 그녀의 최고 저작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을 만나보실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앞서 살짝 이 책이 어떤 책이고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맛보고 가실까요?

왼쪽은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1964년판 표지입니다. 보시다시피, ‘도시계획의 실패’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밑둥 잘린 나무, 도시계획의 실패로 망가진 도시! 도시를 하나의 도시 생태계로 파악하는 제이콥스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이미지인 것 같습니다. 도시는 하나의 유기체로 사고되어야 하며, 따라서 그것이 살아서 잘 움직이게 하는 것이 도시계획이 할 일이라고, 제이콥스는 생각했습니다. 오른쪽의 2010년판 그린비 버전에는, 사람들 북적이는 식당의 모습이 있습니다. 아무리 세련되고 깨끗하고 좋은 공간이어도 ‘사람’이 없으면 그곳은 죽은 공간임을, 그리고 그 사람들의 구체적인 ‘활동’이 없으면 결코 생기 있는 공간이 될 수 없음을 일찍이 깨닫고 사람들에게 경고했던 제인 제이콥스의 마음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으시길..^^;

1916년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제인 제이콥스는 기자 및 속기사 등으로 일하다가 1952년에 뉴욕에서 『건축포럼』(Architectural Forum)의 부편집장을 맡게 됩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취재를 위해 여러 도시를 다니고, 여러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들을 만나게 된 제이콥스는 그 프로젝트들의 실체를 알고 나서 ‘도시계획’이니, ‘개발’이니 하는 말들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사람들이 잘 살고 있던 동네를 파괴하고, 커뮤니티를 박살내는 이런 것이 무슨 ‘재개발’인가, 하고 말이지요. 슬럼이라고 분류되는 동네들을 도시계획가들 자신들의 기준으로 번드르하게 만들어 놓고서 ‘탈슬럼’이라고 이름 붙이고는 손뼉을 치는 모습에 기가 막혔던 제인 제이콥스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도시 살리기 운동가’가 됩니다. 동네를 망가뜨리는 고속화도로를 반대하고,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도시 재건축에 반대를 합니다.

그런 식의 적극적인 시민행동과 꾸준한 집필활동의 일환으로 그녀가 잡지 『포천』(Fortune)에 기고한 「도심은 사람들을 위한 것」(Downtown Is for People)이라는 글이 있는데 바로 그 글이 제이콥스 할머니의 역작(!)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뉴욕에 살지만, 미국 도시 여러 곳에서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그것을 우리의 실제 생활에 적용할 것을 제이콥스는 끊임없이 주장했는데요, 그 주장 중 몇몇은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사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기도 하면서 생기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이론가에 의한 게 아님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도시를 사랑했던 제인 제이콥스, 그리고 거리의 활기를 지키고 싶었던 제인 제이콥스. ‘사랑의 힘’ 때문일까요, 제이콥스 할머니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거리의 모습을 하나의 ‘발레 공연’으로 보기도 합니다.

“내가 사는 허드슨스트리트에서는 매일 얽히고설킨 보도 발레의 장면이 펼쳐진다. 나는 여덟 시가 조금 넘어서 쓰레기통을 내놓으면서 처음 무대에 등장하는데, 이것은 확실히 단조로운 일이지만, 어슬렁거리는 중학생 무리가 사탕 껍데기를 버리면서 무대 중앙을 걸어갈 때 나는 내 역할을, 쨍그렁하는 작은 소리를 즐긴다.…… 핼퍼트 씨는 지하실 문에 묶어 두었던 세탁소 손수레를 풀고, 조 코나키아의 사위는 조리식품점에서 빈 나무상자를 꺼내 쌓고 있으며……”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81쪽)

이 책의 놀라운 점 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페이지마다 조우하게 되는 문학적 감수성과 아름다운 비유들인데요… 어쨌거나 중요한 건 사랑하기 때문에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 사랑의 힘으로 자신의 거의 전부를 걸 수 있다는 것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좌우당간 티끌만 한 움직임이라도 실제로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제인 제이콥스에게 대단한 건축적 지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남편이 건축가이긴 하였습니다만), 그녀가 도시계획에 대한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활동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터전에 대한 사랑으로 도시를 바라보았기 때문일 겁니다.

2010년의 풍경을 가만히 떠올려 보면, 고속화도로 건설을 막아내고, 공원을 지켜 내고, 마을을 황폐화시키지 않는 것— 그런 제이콥스의 활동 및 그의 지지자들의 활동은 참으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터널을 위해 뚫리는 산을 지킬 수 없었고,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메워지는 갯벌을 지킬 수 없었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망가지는 강들을 지킬 수 없었으며,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파괴되는 삶의 현장들을 지킬 수 없었으니 말이죠.

사실,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것들이 ‘계획가’ 혹은 ‘전문가’들의 무력 앞에 무너지는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있어온 일입니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것, 우리의 공간을, 우리의 네트워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도시계획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행위를 의심하고, 질문하고 행동하는 것!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제인 제이콥스가 뉴욕에서 그렇게 자신의 지역을 지켜 낸 것과 같이, 우리가 사는 이곳도 마찬가지로 지켜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왼쪽 사진의 "SAVE PENN STATION" 팻말 아래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는 할머니가 제인 제이콥스입니다. 건축가나 도시계획가로서 경력이 전무한데도, 도시계획이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사람들한테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으니,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싫어했던 건 당연한 결과였던 걸까요?^^;; 오른쪽 사진에서는 사람들이 제인 제이콥스의 코스프레를 하면서 ”제인 제이콥스라면 코니 아일랜드를 살렸을 것이다“라는 시위(퍼포먼스)를 하고 있지요. 도시 운동가로서 그녀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모습입니당.


제인 제이콥스가 살며 사랑했던 거리, 그리니치 빌리지의 허드슨 스트리트에는 ‘제인 제이콥스 웨이’가 생겼습니다. 그녀의 헌신적인 도시사랑, 동네사랑에 대한 보답인 걸까요? 마을의 풍경, 사람들의 일상적인 활동을 ‘발레’에 비유할 만큼 놀라운 관찰자이자, 작가였던 제이콥스는 도시는 지역당국, 도시계획가들의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것임을 우리에게 직접 보여 주었습니다.



* 평화바닥 후원회원인 임유진님은 <도서출판 그린비>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도서출판 그린비>의 블로그(http://greenbee.co.kr/blog/)에 포스팅된 것입니다. http://greenbee.co.kr/blog/1003?category=4



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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