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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인화] 차별에 저항하는 새로운 시작


차별에 저항하는 새로운 시작


강유인화


작년 10월 2일 법무부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는 취지의 차별금지법안의 내용을 공고했다. 당시 법안의 차별금지 영역에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법안내용이 공고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적지향’을 비롯하여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등 7개 영역이 삭제되었다. 특히 ‘성적지향’이 삭제된 배경에는 ‘동성애는 악’이라며 ‘동성애 허용법안’을 반대한다는, 기독교계의 반발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정부의 차별금지법안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와 달리 차별을 인정하고, 이를 조장하는 내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른 존재의 가시성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고 믿는 ‘기독교계’의 공개적인 활동을 굳이 환기시키지 않더라도 성소수자 인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들은 넘쳐난다. 일례로 국방부의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동성애자는 ‘유입, 확산 차단대책’을 마련해야 할 위험한 존재이며, ‘동성애 성향 잠재자’는 분리되어 집중관리를 받아야 할 대상일 뿐이다. 더불어 ‘이성애로 전환 희망 시 적극지원’하겠다는 발상은 동성애자의 정체성과 그 존재를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것으로 보는, 편견과 혐오의 조악한 시각일 뿐이다.

차이를 지닌 존재들은 ‘정상성’을 위협하는 ‘위험’한 대상으로 간주되어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바로 한국사회 민주주의와 인권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위험’한 존재들을 분리시키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정상성’이란 무엇인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존재들을 인정하거나 용납할 수 있는, 혹은 허용하거나 허용하지 않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집단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러한 권력의 남용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이 사회가 추구하는 ‘정상성’이란 누구에 의해, 무엇에 기초해 작동되고 있는지 질문이 필요하다.

차별금지법 ‘훼손’을 목격하며 성소수자와 인권활동가들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의 올바른 제정을 위한 반차별 공동행동’은 노회찬 전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대안적인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삭제된 6개의 영역을 포함하여 22개로 차별사유영역을 확대하고, 입증책임전환제를 통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차별사실 없음을 입증하도록 명시했다. 이로써 현재 두 개의 차별금지법안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물론 국회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리고 지난 3일 한국사회에서 최초로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한 국회의원 후보가 등장했다. 최현숙 후보는 “대한민국이여 커밍아웃하라!”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출마를 선언하였다. 그녀의 등장은 이 사회가 추구하는 ‘정상성’과 이를 규정짓는 권력에 대한 질문이자 도전이다. 민주주의와 평화는 ‘정상성’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이질적인 존재들의 상호이해와 연대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속도와 효율성의 정치가 아닌 다름과 공존, 약자들의 연대가 가능한 정치를 꿈꿔본다.



*사진출처: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
* 이 글은 여성평화뉴스레터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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