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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창근] 중동의 스카프는 언제 글로벌 패션이 되었나


중동의 스카프는 언제 글로벌 패션이 되었나



염창근


중동 스카프 패션
날이 쌀쌀하다.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 탓인지 목도리와 스카프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 중에는 중동의 아랍식 스카프를 어깨에 두른 사람들도 종종 본다. 한달여 전에 홍대 인근을 걷다가 이 스카프를 파는 노점을 봤을 때만 해도 이런 걸 판다는 것에 놀라고 말았는데 요즘 이 스카프를 두른 사람들을 너무 쉽게 목격하는 일은 잠시 생각을 머물게 한다.
요즘 인기가 있는 스카프는 팔레스타인, 이라크 등 중동 이슬람권 남성들이 주로 어깨나 머리에 두르는 흑백의 체크무늬 스카프(쉬마그, 키파야라 불리는 스카프)인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어디서 구해왔는지 궁금하면서도 나는 중동식 스카프를 두르는 것이 언제 패션이 되었는지 더 궁금해졌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오히려 한국에서도 꽤 오래 전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넷을 잠시 검색해보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스카프를 두르고 다니던 사람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반전활동을 하던 활동가들이었다. 중동과의 교감을 느끼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의식적으로 스카프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일부 사람들이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등지를 다녀오며 가져온 스카프를 나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유명 여성정치인들과 스타들이 중동을 방문하며 히잡을 두른 모습이 언론에 타기도 했고 한국인들도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주 언론을 통해 마주하게 되면서 점점 이들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을 지도 모른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하는 아랍인 전사들의 옷차림에서도, 자이툰 부대의 경험에서도 ‘터번’이 등장했고,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민호가 히잡 패선을 선보이는가 하면 지난 여름에 있었던 아프간 피랍사태 때 히잡을 한 피랍자의 모습이 연일 방송과 신문과 인터넷에 등장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2006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5회 아시안게임 경기에서 히잡을 한 채 농구며 배구며 탁구며 각종 경기를 치르는 이슬람 여성들의 모습에 웃음을 금치 못했을 지도 모른다.
려원, 이효리 등 유명 연예인들이 종종 스카프를 한 모습으로 방송과 사진 속에 자신을 내보인다. 중동의 의상이 이국적이면서 글로벌한 패션 감각을 전하고 있어서일까? 어느새 이전과 색다른 글로벌 패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면 과도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한국에서도 스카프 수준의 히잡에 어색함은 없어지고 이미지와 느낌으로 전달되고 있다.
중동식 스카프를 중동 이슬람과의 교감의 의도이든 패션의 하나로 삼든 어떻게 받아들여져도 별로 문제될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패션처럼 생각하며 두른 스카프를 통해 우연히라도 중동인들의 옷차림을 본다면 그런 옷차림에 대한 궁금증을 줄 지도 모르고 나아가 중동과 이슬람인의 삶에 대해 다가서는 기회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슬람 사회에서의 의상
그러나 이슬람 전통의상 그저 패션으로만 받아들여지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내게 남는다. 문화적 코드가 맞아서 의상을 따르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그 의상은 많은 복잡한 정치적 문제들을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들의 의상을 ‘히잡’이라고 부르는 데, 히잡은 보통 두르기 보다는 ‘가리는 것’으로 거기에는 ‘사회적 격리’를 뜻하는 의미가 내재해 있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특히 여성의 사회적 격리를 의미하는데, 그 수준에 따라 부르카, 네캅, 아바야, 차도르, 쉘라, 히잡 등으로 여성의 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슬람 사회도 다양해서 터키처럼 소위 세속주의를 법으로 정해 공공장소에서의 히잡을 금기시하기도 하지만 아프간처럼 몸을 완전하게 가리는 부르카만을 기준으로 삼는 곳도 있다. 그리고 이런 격리와 격리로 인한 인권침해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며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지난 2월 파키스탄에서는 펀자부주 여성장관인 우스만 사회복지장관이 한 이슬람 신자에게 히잡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해당했고, 6월에는 이스라엘 공습 취재로 유명한 한 팔레스타인 여성 방송인이 히잡을 하지 않았다고 살해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에 팔레스타인 여성 방송인들은 히잡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반면 터기에서는 7월과 8월에 총선과 대선에서 이슬람 집권여당이 당선되었는데 세속주의 전통을 따르는 군부가 ‘히잡 쓴 영부인’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을 하면서 정치적 대치가 극에 달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사건들에는 또한 늘 이슬람 정파들의 배후설이 자리해 있다.
이란은 매년 여성 히잡 복장에 대한 단속이 대대적으로 벌어진다. 수백명이 체포되고 수천명이 경고조치를 받는다. 이란에서는 느슨하게 스카프 히잡을 한 여성과 검은 차도르를 온몸에 감은 여성 경찰 사이에 실랑이를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거리에서 남성 경찰이 여성들을 줄을 세워 히잡을 제대로 했는지 검사한다고 한다. 단속 대상은 머리카락이 드러나게 쓴 히잡, 색깔이나 무늬가 있는 히잡, 꼭 끼는 옷 등이다. 지난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실시한 이슬람 복장 단속으로 278명의 여성이 체포되어 구류됐고, 이중 231명이 다시는 부적절한 의상을 입고 공공장소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고, 구류를 면한 3,548명의 여성들은 경고와 함께 이슬람 지도처분을 받았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정부들이 자국 내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들을 추진하자 무슬림 여성들은 이슬람 교리에 따르겠다며 정부에 불복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얼마 전 중동을 여행하며 이슬람의 페미니스트들과 여성들을 만났던 현경교수는 ‘한겨레’에 히잡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이슬람권 여성들은 히잡을 가부장제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종교적 교리를 따르는 종교의 자유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등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이야기하곤 했다.




중동 이슬람식 스카프를 어디로 연결할 것인가
한국에서의 중동식 스카프 착용은 종교적 자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며 패션으로 삼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든 별 문제가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패션이 되는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중동사람들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비쳐지고 중동의 나라들을 방문하며 이들의 의상을 가져오고 한명 두명 따라하고 하면서 지금 그 수가 늘어났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에 연결을 했기 때문에 패션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동을 의상 패션의 하나로만 연결했지 중동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연결하지 않는 듯하다. 우리가 마주하는 대개의 것들은 1차적 사실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해석된 것이거나 이미지화된 것이고, 거기에는 해석하고 이미지한 자의 투사된 시각이 내포해 있다. 심지어 해석되고 이미지화된 것을 다시 해석해 취한다. 특히 언론에 의해 주어진 이미지에 투사당하며 어떤 한 가지 코드로만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예전에 전쟁과 점령으로 터전과 삶이 파괴되는 고통을 누구의 시선으로 연결하고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가를 절절하게 물었던 오카 마리의 지적대로, 그 ‘대상’과의 연결이 어떠한지를 되물을 필요가 있다. 중동의 여성들은 히잡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아주 많이 있으며 그런 의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어떤 사회가 강대국들의 군사력 앞에 파괴되는 상황도 아주 많이 있다. 스카프를 패션으로만 취하고 다른 문제들에는 문을 닫는 것은 어쩌면 ‘글로벌’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07년 10월은 미국이 알카에다와 탈리반 척결을 명분으로 침공한지 6년째가 되는 때이다. 한국정부도 여전히 아프간에 군대를 파병해 미군을 돕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 인민들은 극심한 가난과 전쟁의 고통으로 비참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6년째를 맞이하는 이 10월에 아프간 침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들은 그들의 스카프를 패션으로 즐기지만 아프간 침공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닫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 자이툰 부대 파병을 연장하기로 얼마 전 정부가 결정했다. 아프간에는 지방재건팀 참여라는 허울로 파병 연장을 꾀하고 있고, 레바논에는 언제까지 거기에 자리해 이스라엘의 대리인으로 있을지 모른다. 침공을 되묻기 보다 패션을 즐기는 이 순간에 이 사회의 연결이, 나의 연결이 너무 작아서 마음이 답답하다.




<사진설명>
1. 팔레스타인 파타당의 한 남성이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 (07년 4월 10일. 로이터/뉴시스)
2. 납치된 영국 BBC방송의 앨런 존스턴 기자 석방을 촉구하는 팔레스타인 소년 (07년 4월 6일. 로이터/뉴시스)
3. 이탈리아팀과 친선 축구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팔레스타인 여성들 (07년 4월 4일. 로이터/뉴시스)
4. 팔레스타인 대학생들의 전통의상 행진 (07년 3월 23일. AFP/나비뉴스)
5. 팔레스타인 난민 (07년 3월 6일. 한겨레)  
6. “이란 수도 테헤란에 등장한 여성들.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히잡(hijab·이슬람 여성들이 외출 시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는 헤드 스카프)에서 자유로운 패션에 대한 욕망을 느낄 수 있다.” (이태훈 기자의 설명. 07년 5월 24일. 조선일보)
7. 이란의 복장단속 (07년 4월 30일. 한국일보)
8. 이적 (07년 6월. 한겨레)


2007. 10. 21.


* 회원이신 염창근님은 '평화바닥', '이라크평화를 향한 연대'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복태
 ::: 저도 얼마전에 이 얘기를 거의 비슷하게 친구들과 나눈적이 있었는데..그때도 비슷한 고민으로 끝났었죠 아마 ^^;; 그 고리를 찾는 게 아마도 하고 싶은 일, 할 일인 것 같네요   

 ::: 고리는 많을지 모르는데 누가 어떻게 하는가 그런 문제인듯 싶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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