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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양심적 병역거부 인권위 인정을 환영함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12월 6일) 울산지법의 향토예비군설치법 위헌제청으로 양심적 예비군 거부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울산지법 제5형사단독 송승용 판사는 예비군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인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8항을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 이에 대해 “사회적 소수자인 양심적 예비군 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고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2005년 12월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한 것에 연속이지만, 구체적으로 예비군에 대한 병역거부권을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예비군 훈련 거부자들은 매해 시행되는 훈련소집통지에 따른 거듭된 재판과 벌금형을 받아왔고 그 액수만 수백만원~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반복처벌이면서 가중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벌금을 내다 내다 이마저 반복되면 상습죄를 물어 징역형을 살기도 한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양심을 이유로 계속되는 훈련 소집에 응하지 않겠다고 영구적으로 표명한 경우는 단일한 행위로 봐야 하기 때문에 국가가 반복적이고 계속적인 처벌을 통해 개인의 양심을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수형자가족 모임'에 따르면 예비군 제도 시행 이후 올해 5월31일까지 누적 거부자는 모두 1천359명으로 현재 71명의 거부자가 벌금형 등 처벌을 받았거나 고발을 당한 상태다.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입대 전 병역거부 문제만 집중했다. 그 이유는 군복무를 한 사람도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입대 전 병역거부 문제로 집중하자는 논의된 바 있었다. 이제 정부의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인정이 받아들여진 이상 예비역의 병역거부도, 나아가 현역 복무자의 병역거부도 인정되어야 한다. 그것은 징병제든 모병제든, 군입대 전이든 군인이든 상관없이 인간이면 군인되기를 거부할 수 있고 무기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병역거부는 세계시민 누구에게나 보장된 보편적 시민권이자 정치적 권리이고 자유권이기 때문이다. 국가든 누구든 이를 침해할 수 없고 침해해서도 안된다.

군대와 전쟁에 관여될 또는 관여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 병역거부라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 사유가 어떠하든 한국사회에서도 병역을, 군인이 되는 것을,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무조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한번쯤 고민해보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 이런 변화야말로 병역거부운동이 남긴 하나의 탈군사주의 변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한다.

12월 6일
평화바닥 염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