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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두 가지 좌절스런 소식 : 부토 사망과 이라크 파병연장
12월 27일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폭탄공격으로 사망했다. ‘폭탄공격에 의한 사망’ 앞에 그가 친미인사든 어느 정파든 그런 것은 조금도 의미가 없다. 오로지 생명과 평화의 파괴만을 안겨주고 커다란 슬픔과 좌절만을 전해줄 뿐이다.
부토의 사망은 민주주의를 향한 오랜 열망을 품었던 수많은 파키스탄 사람들을 절망 속으로 밀어넣을 것만 같다. 그동안 힘들게 투쟁으로 만들어오던 파키스탄의 민주주의가 조금씩 그 희망의 가능성이 생겨났는데 일거에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추방당했던 부토와 샤리프 두 사람이 귀국하고, 무샤라프 대통령도 군복을 벗고, 비상사태가 해제되고, 다음달 총선이 예비되어 있었다. 민주주의 열망은 더 없이 높아지고 있었고 파키스탄의 새 희망 찾기는 어느 때보다 활발한 때였다. 그래서 부토 전 총리의 사망은 더욱 안타깝고 슬프고 좌절스런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태가 이 지경인 것은 분명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강대국들이 벌이는 ‘개입주의’의 결과이다. 그들의 ‘개입주의’는 세계지배전력의 온화한 이름일 뿐. 민주주의, 평화, 인권 등 온갖 좋은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들의 대테러 전쟁은 세계를 파괴시키고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도처에 그들이 뿌려놓은 무기가 넘쳐나고, 무력에 의존하게 만들며, 분열과 폭력 속에서 서로를 적대하는 환경을 창조하고 있다. 대테러 전쟁의 모습은 이렇다. 돌아오는 건 끊임없는 폭력의 악순환이며 더 큰 파괴의 미래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공정하고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파키스탄의 미래를 만들어가려는 민주적 시도들과 열망들도 좌절시켰다.
그런 ‘개입주의’에 한 몫을 하겠다고 한국정부도 뛰어들었고, 그들의 요청과 자기 이익에 따라 군대를 보냈으며, 어제(12월 28일) 또다시 파병을 연장했다. 파병연장에 한나라당은 애초부터 그런 쪽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도 크게 일조했다. 자기들이 ‘평화개혁세력’이라고 포장해봤자 달라진 것 없었다. 그들이 왜 대선에서 한국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못받았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인가? 이런 이중성으로 도대체 누가 ‘평화세력’이라고 믿겠는가? 오늘날 이들의 행태를 사람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그 책임을 끝까지 추궁할 것이다.
12월 29일
평화바닥 염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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