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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때문에 파병? 그 ‘국익’의 허구성이 드러나다
이라크 정부가 한국에 원유 수출 중단을 경고했다고 24일 알려졌다. 이 경고가 이라크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 여러 해석이 가능한 어떤 메시지인지, 내부 정치용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석유 이권’이라는 것이 파병했다고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내/외적 상황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이라크에 파병하면서 한미동맹과 함께 ‘석유 이권’이라는 국익을 그 사유로 내세워왔다. 즉 파병으로 협조하면 이라크 석유 자원과 개발 이권을 챙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라크에 친미정권이 들어서고 또 미국이 파병의 대가로 한국을 배려할 것이기에 소위 ‘오일머니’가 챙겨질 거라는 단순한 계산이다. 또한 전후복구와 관련해 수주 계약 등을 통한 이익도 많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분명 말로만 들어서는 그럴 것만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4년간의 파병으로 경제적 이권이 될 만한 사업이익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 기껏 작년 겨울 즈음에 쿠르드 자치정부와 계약이 이루어지는 듯했지만, 이런 계약마저 언제든 일방적으로 파기가능한 형태로 확실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를 의식한듯 한국군 파병부대와 정부는 더 열심히 쿠르드 자치정부의 군대와 경찰에 대해 군사훈련도 시키고 학교도 지어주고 대민봉사도 진행하면서 환심을 사려고 했다. 그래서 현지에서 ‘자이툰 인기는 짱’이라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 정부의 경고를 보듯 경제적 이권은 전혀 '챙겨지지' 않았다. ‘석유 수출 중단’은 매우 강한 조치로 외교적 관계가 치명적이게 됨을 암시한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쿠르드 자치정부가 계약한 사업들이 지속되는 것이 이라크 미래에 매우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올해 초에 내각을 통과한 ‘석유법’이 1년 동안 아직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있다는 것은 이라크에게 석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라크 정치세력들은 이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며 쿠르드 자치정부의 독자적 움직임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석유로 인한 수입에 현 경제가 의존되어 있는 이라크에, 파병했다고 그 이권이 자동으로 챙겨질 거라 생각하는 점 자체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이미 시민사회단체가 수없이 이야기했듯, 경제적 이익이나 국익은 파병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심지어 파병으로 더욱 이라크와의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다. 파병하지 않은 많은 나라들이 오히려 현재 이라크 정부와 전후복구 및 무역관계가 활발히 진행 중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쿠르드 지역 파병은 국익획득은커녕 분쟁에 휘말리게 될 것을 우려되었다. 지금 터키의 쿠르드 침공은 그 우려를 높이고 있으며, 최근들어 잦아진 그 지역 폭탄폭발 발생은 앞으로 심각한 상황을 예고하는 듯하다.
좀 더 근본적으로 봐서, 그렇게 해서 전쟁이득을 보고 싶은 것이 뭐 그리 좋은 것이겠나? 전쟁에 참여해서 얻어진 이익이 있다하더라도 침략과 점령을 대가로 받는 ‘전리품’이 스스로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북핵문제 해결과 이라크 파병도 전혀 다른 사안인 것처럼 파병과 경제이권도 별개의 것이다. 오히려 평화를 위해 민간차원에서 돕는 것이 진정으로 좋은 이익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보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게 할 것이니까.
이제라도 한국 정부는 ‘파병으로 얻을 수 있는 국익’이라는 허상에서 깨어 평화를 향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파병은 결단코 있어서 안된다.
* 관련한 석유 체굴 계약
한국석유공사․SK에너지 등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은 쿠르드 자치정부와 11월에 5억배럴 가량의 원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지안 탐사광구에 대한 생산물 분배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이 광구는 아르빌 남동쪽에 위치해 있다. 한국컨소시엄에는 한국석유공사(지분 38%), SK에너지(19%) 외에 대성산업, 삼천리, 범아자원개발(각 9.5%), 유아이에너지(5%), GS홀딩스, 마주코통상(각 4.75%)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물리탐사와 탐사 시추는 오는 2010년까지 예정되어 있다. 한국은 이라크로부터 전체 수입 원유의 5.2%를 가져오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이란, 카타르에 이어 6번째 규모다.
12월 26일
평화바닥 염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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