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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이라크의 석유 수출 중단
결국 이라크 정부가 한국의 ‘SK에너지’에 대한 석유 수출(하루 9만 배럴)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지난 12월 24일에 이라크 중앙정부가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있었음이 밝혀졌고(12월 26일자 논평 참조) 이에 한국 정부나 진출한 기업이나 메시지의 진위 여부와 의도가 뭔지 분주하게 움직인 적이 있었지요. 주한 이라크 대사도 별 일 없이 잘 처리될 것이라고 했지만, 달라진 것 없이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이 중단되었다고 1월 29일에 드러났습니다.
표면적 원인은 분명 쿠르드 자치정부와 SK에너지가 석유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이라크 정부가 저지에 나선 것입니다. 석유법 등의 문제로 각 정파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석유기업들이 불을 지핀 것입니다. 이라크 정부는 1월 말일까지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계약을 취소하면 원유 공급을 재개하겠지만 취소하지 않으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가 금수조치까지 경고하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이 그 날이지요. 이처럼 이면에는 이라크 정치권의 세력들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산업자원부)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이라크와의 원유 수입 재개보다 쿠르드 지역 석유 개발을 선택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라크 내 갈등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의지일까요? 이에 대한 판단이 궁금합니다. 갈등의 당사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는데, 어쩌면 심각하게 휘말려 이익다툼으로 치달을지도 모르는데 어떤 생각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섣부른 행위가 우려스럽습니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파병의 대가가 올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고 한 때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계약 체결 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처럼 설파해 왔습니다. 성공한 파병인양 선전한 것이지요. 이라크 총리, 대통령, 쿠르드 정부 관료들이 모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이런저런 회담을 한 적도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통해 분명해진 것이 있습니다. 파병과 경제 문제는 제각각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파병은 파병이고, 석유 협상은 협상입니다. 따라서 이라크 파병으로 경제적 이익이 생긴다는 것은 허구입니다. 각각 다른 문제인데도 파병과 경제이익을 연관시켜 파병 이유를 호도한 것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불쾌합니다. 파병으로 인한 이라크인과 한국인의 고통을 무화시킨 한국 정부의 선전전은 짜증나기 그지 없습니다. 어떤 언론은 4년 동안 세계 3번째 수준으로 파병한 한국에 대해 이라크 정부가 보인 태도는 ‘배신행위’라고 말했는데, 이제라도 제발 ‘이라크 평화를 위해, 한국을 위해’ 파병한다는 말만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라크 평화를 위한다면 이라크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랍니다. 전쟁 참여를 평화로 둔갑시키지 말고.
1월 31일
평화바닥 염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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