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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재징집은 부당하다

싸이 씨가 오늘 군대에 현역으로 재입대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싸이 씨가 3년(34개월) 동안 병역특례 업체에서 군복무를 대신했음에도 ‘부실근무’를 했기 때문이란다.

싸이 씨는 2002년 정보처리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거기서 한 일은 프로그램 기획과 테스팅이었다. 3년(34개월) 후 그는 병무청으로부터 복무만료 처분과 소집해제 통지를 받았다. 병무청은 그를 3년 간 관리감독한 결과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에게 재징집 통보를 한 것이다(7월 18일). 그러자 그는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병무청을 상대로 '산업기능요원 복무 만료 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현역 입영 통보 처분 집행 정지 신청’도 했다. 그러나 12월 12일과 14일에 소송과 신청은 모두 기각됐다(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전성수 부장판사)). 이에 따라 싸이 씨는 17일 오늘 재입대를 해야 한다.

병무청과 법원이 그를 재입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지정업체의 해당 분야에 종사하지 않은 경우에는 편입이 취소돼 편입되기 전의 신분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병역법상 ‘산업기능요원은 지정 업체의 해당 분야에 종사한다’는 의미는 단지 지정업체에 출근한다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분야와 관련된 상당한 정도의 업무 수행과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싸이는 지정업체에 출근해 보낸 시간의 대부분을 휴식이나 개인적인 용무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여 복무 만료 취소 사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게 싸이 씨에게 돌려야 하는 책임인가?

한마디로 부당하다. 잘 못하는 업무에 편입시켜놓고 그동안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았던 당사자는 누구인가? 설령 그가 자신의 빽을 이용해 편하게 근무할 곳을 배정받아 편하게 복무했다 하더라도 그게 그의 책임인가? 재판부도 그런 병역비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3년간이나 행정기관 편의대로 강제징집해놓고 다시 징집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게다가 그는 필요한 자격증(정보처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었고 지각 한번 하지 않았고 해당업체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 기획과 테스팅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혀졌다. 또한 서울 병무청은 불시에 업체를 방문해 관리감독을 진행했다. 한번도 싸이 씨에 대한 징계나 경고도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 복무만료 처분을 한 것은 또한 병무청이다. 따라서 정말 문제와 책임이 있는 곳은 담당 행정기관, 즉 병무청이다. 왜 그에게 근무를 허용했고 3년간 감독했나?

그의 퇴근 후 영리활동은 현행법에서도 자유이며 허용된다. 그리고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될만큼 행정기관이 강제복무를 시키면서 적절한 비용을 지급하고 있나? 처음 문제제기된 복무 기간 중 52회의 공연은 퇴근 후에 한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늘 입영하는 싸이 씨는 병무청의 무책임 덕분에 ‘회복하기 어려운 심대한 손해’가 발생했다.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보기 바란다. 혐의가 된 ‘부실근무’의 책임이 과연 그에게 있는지, 그런 관례를 수없이 허용하며 뇌물을 받아 먹어왔던 해당 업체와 병무청은 그냥 놔둬도 되는지, 관리감독 권한은 왜 있는지... 그에게 잘못을 묻기에 앞서 스스로의 무책임을 돌아보아야 한다. 개인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며 재징집을 결정한 것은 책임규명을 호도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싸이 씨만 지게 되었다. 이번 싸이 씨 재징집은 병역 의무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넌센스인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12월 17일
평화바닥 염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