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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의 ‘방위비 절감’ 이야기 솔깃
17대 대선 정동영 후보의 공약 중 복지정책에 놀라운 이야기가 하나 있다. 복지의 재원마련 방안을 보면, ‘방위비 절감’을 통해 실행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명박 후보를 비롯한 다른 보수 후보들은 복지 재원을 위한 세출 절약수단으로 자기 개인 능력을 내세우고, 진보적 후보들은 부유세를 비롯한 여러 가지 세금 이익이나 현 세금 수입의 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여권의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정동영 후보가 ‘방위비 절감’을 통한 재원마련을 말한 점은 귀를 의심할 만큼 솔깃하게 들렸다(한겨레신문 12월 10일자 신문 ‘한겨레-참여연대 대선후보 공약 평가 ① 복지정책’ 기사와 12월 11일자 ‘② 통일․외교․안보 정책’ 기사 참조).
방위비 혹은 국방비의 축소는 진보운동의 오랜 정책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도 여러 진보적 후보들은 ‘평화체제와 평화국가’를 공약에 내걸고 있다. 그럼에도 정동영 후보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방위비 절감’이라고 적시한 것은 다른 후보의 공약에 비해 더 실천적이고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가 군비증강을 꾀했고 그런 여권의 후보인데 이런 엇갈린 공약을 내걸어 신선해서일까? 아니면 똑같이 ‘군축’을 이야기해도 더 진보적이라고 하는 후보들의 공약들은 너무 이데올로기적이고 구체성이 떨어져서일까? 그가 참여정부의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여당의 의장을 해봤기 때문에 현재 방위비가 얼마나 방만하게 과다낭비되고 있는지 혹시 알고 있어서 그런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런 대선에서, 아무리 평화개혁세력이라 자임한다해도, 특히 안보문제에 민간한 유권자들에게 ‘방위비 절감’을 명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편 스스로 평화세력이라 지칭한 노무현 정권이 해외 파병을 하고 국방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매년 방위비를 11%씩 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모순된 것이다. 그들의 평화란 어떤 것인지 명백히 드러났다. 노무현 정권의 국방정책은 오히려 한나라당이 옹호할 정도로 우스운 것이었다. 그런 중에 김근태만이 후보군에 포함되어 있을 때 국방비 감축으로 복지예산을 늘리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의 불출마 이후 그런 이야기는 여권 내에서는 사라진 듯 보였다. 그래서 정동영 후보의 이런 공약은 놀랍기까지 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평화를 향한 움직임에는 군축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임을 상기시켜서 좋았다. 실질적 복지 예산은 역시 방위비(국방비) 감축에서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여권이 진정 평화세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지금까지의 모순을 스스로 바로잡아 가길 바란다.
12월 10일
평화바닥 염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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