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특급 아프간 파병, 침략국가의 국격
초특급 파병안이 어제 통과되었습니다.
무려 2년 6개월짜리입니다.
국력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답니다.
그렇게 국격을 높여야 한다고 합니다.
욕지거리가 나옵니다.
국력에 걸맞다니…
세계 시민들이 비웃을 뿐입니다.
어제 25일 아프간 파병안이 국회 본회으를 통과했습니다. 겉보기엔 민간인이 지방재건팀(PRT)으로 지원한다는 말로 꾸며대지만 사실 민간인이란 없고 군인들로 침략전쟁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PRT 병력 100명, 경찰 40여명, 이를 보호할 특전사 350명이 곧바로 모집되어 7월부터 파병됩니다.
게다가 2년 6개월짜리 파병입니다. 딱 현 정부 임기에 맞춰 올해 7월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입니다. 국회(정확히는 한나라당 148명 의원)는 매년 정부를 감시할 권한도 팽개친 채,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의무도 내던져 버린 채 ‘마음대로 하시라’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완전 어이상실입니다.
게다가 파병한 나라들도 점점 아프간에서 빠져나오려는 때에 선두에 서서 전위대가 되려 합니다. 벌써 9년, 곧 있으면 아프간이 외국 군대에 유린당한 지 10년째가 됩니다. 그 사이 나아진 것이라곤 그 어떤 것도 없으며 아프간 사람이나 파병한 나라의 사람이나 아무 연관 없었던 나라의 사람까지 괴로운 현실 속에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중립적인 국제구호단체들조차 ‘제발 좀 군사적 방식으로 하지 말라’고 입을 모아 반대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사람들은 ‘제발 우리를 내버려 두라’고 호소합니다. 탈레반은 아프간 영토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외국군의 침략과 공습으로 아프간 사람들은 탈리반밖에 의지할 곳이 없게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정말, 미국과 나토가 탈리반이나 테러 세력을 없애고 싶어 하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아프간은 그냥 전투 훈련장이거나 세계 단속용 본보기거나 아니면 테러가 좀 더 기승을 부려주기를 바라며 마치 더 키워주려는 것만 같습니다.
국방부와 한국군은 신나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전장에서 군사 작전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버젓이 말하고 다닙니다. 쪽팔림도 모릅니다. 국력과 국격을 운운하며 목소리 높인 황진하, 김동성, 정옥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단순한 거수기가 아니라 학살과 파괴 조장의 마이크입니다.
아프간 사람들이 당할 재난과 범죄에는 뭐라 말할 수 없이 부끄러워질 뿐입니다. 반대 여론이 매우 높았음에도 별다른 뭔가를 하지 못한 것도 부끄럽습니다. 파병 문제는 너무 지겨워진 것인지, 뭘 어찌해도 되겠냐는 회의가 너무 커진 것인지, 무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네 모습도 안타깝습니다. 오늘날 무기력하게 이런 꼴을 당해도 이 분노만큼은, 분노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기억해 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 참여연대 논평,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를 덧붙입니다.
http://blog.peoplepower21.org/Peace/30959
2010년 2월 26일
평화바닥 염창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