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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계속되는 우울한 소식들,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지난 해 연말에 날아오더니 새해가 되도 우울하고 슬픈 소식들은 끊임없이 들려온다. 새해 시작부터 케냐 대선을 둘러싼 종족 간 유혈충돌과 대립으로 수백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터키의 쿠르드 침공은 매일 벌어지고 있다. 바그다드 폭발 소식은 또 똑같이 반복되고, 아프간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식은 마치 어제 들은 이야기를 오늘 또 듣는 것처럼 반복적이다. 다르푸르, 스리랑카 등의 소식들은 그저 흘러갈 뿐이다.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는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가십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이런 소식들은 평화가 사라지는 우울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도대체 왜 이렇게 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부토 전 총리의 사망에 대해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국은 파키스탄 민주주의를 저해하려는 잔인한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비겁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번 암살을 저지른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고 처벌돼야 한다”고 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부토 암살은 파키스탄의 민주절차와 안정에 대한 공격에 다름 아니라면서 극악무도한 범죄를 강력히 규탄하며 범죄자에 대한 신속한 법의 심판을 요구한다”고 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고 한국 정부 역시 “어떠한 테러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잔인한 극단주의자들인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건 누구인가? ‘어떠한 테러도 용납될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한국정부는 파병연장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바로 부토가 사망한 그 다음날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버렸다.
미국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들을 물리치고 자유의 적들에 대해 공격할 것’이라고 했고, 러시아와 중국은 더욱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나라들도 ‘세계를 안정화하는 것’에 모두들 열심히 일하겠다고 한다. 2007년 한 해는 각 나라들이 그야말로 ‘강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온갖 초대형 살상 무기들을 갖추기에 여념이 없었던 해이다. 2008년에도 반복하겠다는 이러한 각오들은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두려움에 몰아넣는다. ‘세계 안정화’에 모두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그들의 말은 단지 ‘더 강력한 테러’로 ‘테러세력’을 제거하겠다는 것 이상을 의미하는가? 여기에는 오직 자기 이익과 세계 지배의 열망만 담겨져 있다. 그저 ‘자기의 세계 창조’이다.
오늘(1월 2일) 최요삼 권투선수가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는 권투 경기의 결과로 사망했다. 권투라는 격투 경기에 대해 뭐라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K-1과 같이 상대에게 타격을 가해 무력으로 무너뜨리는 경기를 방송으로 전파하는 것을 어찌 봐야하는 것일까? 맨몸으로 서로의 힘을 겨루는 경기를 보며 환호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런 방식의 격투경기에 길들여지는 것이 우리의 폭력과 세계의 온갖 폭력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과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말한 바 있듯, 승리한 권투선수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기 주최자가 진짜 승자인 점은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닐까? 선수는 죽음을 각오하고 경기를 하지만, 경기의 주최자는 그것을 이용한다. 그렇기에 새해에 일어난 최요삼 선수의 죽음은 많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우울하게 만드는 비슷한 소식은 또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경부운하 건설에 관한 구체안을 오늘 제시했다. 아예 소백산맥을 뚫어버리든지 거대 수송선마저 실어나르는 초대형 엘리베이트를 저 깊은 산에 세우겠다고 한다. 뭐라 할 말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또 대학 입시 자율화는 물론 고교 평준화까지 사실상 폐지하는 교육정책을 발표했다. 대학서열화를 넘어 고교서열화까지 해야 질높은 인재를 육성할 수 있고 사교육비가 경감될 수 있단다. 생태계에 대한 무참한 폭력과 모든 청소년에 향한 거대한 융단폭격이 그 이면에 그려지는 것은 나의 망상일까?
‘평화’와 ‘안정’과 ‘민생(民生)’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새해의 자리. 바로 그 말들을 내세우며 가장 큰 테러를 저지르며 가장 강력한 무기들을 채워놓기 바쁘다. 외쳐대는 ‘자유’는 기업의 자유만일 뿐, 외국인 입국자들에게 지문을 채취하고 유전자 정보를 저장하고 검문하고 통제하고 점령하고 총구를 들이밀고 문을 걸어 잠그고 이동을 봉쇄한다. ‘자유’를 외쳐대지만 정작 우리는 자유가 사라지고 있다. 그들의 전쟁은 전쟁을 더욱 거대하게 만들고 있다.
제발 자기가 하는 짓이 어떤 것인지 돌아보기라도 해보면 안되는 걸까? 어떻게 이 같은 상황을 넘을 수 있을까? 그래도 때마침 들려온, COAT DRIVE와 동전 기부운동, 반전운동(MBC 9시뉴스) 같은 미국 시민들의 이야기가 우울함을 조금 가시게 만든다.
1월 2일
평화바닥 염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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