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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팔레스타인 학살이라고 그래라!
“내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통과 굴욕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팔레스타인을 방문할 때 한 농담이 논란을 일으키자 해명하면서 한 말이다. 사건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라말라’로 가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 검문소를 육로로 이동하면서(원래 헬기로 가려했으나 로켓 공격이 예상된다며 육로로 간 것이다) “45대에 달하는 내가 탄 차량 행렬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라며 육로 이동에 대한 소감을 웃으면서 말한 것이다. 이 말은 그대로 방송을 탔고, 동예루살렘과 라말라를 갈라놓은 높이 4ｍ 이상의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을 직접 보고도 이런 말을 해 장벽의 검문소를 몇 시간씩 걸려 통과해야 하는 팔레스타인들에게 고통만 줬다는 비난이 일었다. 중동평화 운운하면서 전혀 자세가 안된 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말은 제대로인데,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통과 굴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열심히 중동평화와 팔레스타인의 미래에 대해 설파했고, 양자에게 양보를 주문했다. 이스라엘은 부시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그런데 일주일 전 그 생생한 말들이 귀에서 채 가시기도 전에, 이스라엘은 가지지구를 다시 전면 봉쇄했다(1월 17일). 물론 부시의 중동평화외교순방 바로 전날에도, 순방이 이루어지고 있던 그 날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은 멈춘 적이 없었다. 동예루살렘에 새 정렴촌(정착촌) 건설도 새로 시작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부시와 이스라엘은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쇼를 벌이는 동안 뒤에서는 공격과 점령촌 건설이 쉼없이 진행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부시와 이스라엘이 말한, 팔레스타인 독립과 평화는 가자기구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하마스’에 대해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고통만 줬다”고 비난하고 “가자지구 주민들은 하마스나 평화협상을 추진하는 압바스 수반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라고 협박했다. 사실상 선전포고이자 ‘탈출명령’이다. 왜냐하면 부시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협상 대상자는 ‘압바스’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현 지도층도 압바스와 협상하기로 했다. 따라서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는 제거대상이다. 제거대상이 되면 예의 모든 사례가 그러했듯, 그들의 거주지는 하나의 아지트화(化)된다. 그곳에 사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점, 즉 사물이 되고 만다. 따라서 가자지구는 통째로 하마스의 근거지, 제거대상이 되고, 봉쇄해야 할 곳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가자지구의 150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봉쇄되었다. 이 봉쇄는 사실상 2007년 6월 이후 계속되어 온 것이며, 좀 더 근본적으로 이미 67년 전쟁 이후 사실상 봉쇄되어 온 곳이다. 그래서 그곳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 되었다. 기껏 서울의 몇 개 구를 합친 크기의 땅에 150만명이 몰려 있다. 거기에서는 누구도 가자지구 밖으로 나올 수 없다.
WFP(세계식량계획)라는 국제기구는 최근(1월 11일) 이렇게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의 3분의 2에 이르는 약 32만 명이 현재 굶주림을 겪고 있고 상황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고 11일 유엔 유럽본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밝혔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더 많은 긴급 구호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크리스티안 베르티옴 WFP 대변인은 “날마다 상황이 악화하고 있”고, “가자지구의 고립이 심화함에 따라 주민의 빈혈율이 77.5%로까지 상승했다”고 우려했으며, 이스라엘과 미국이 하마스를 고립시키기 위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모든 식량과 연료를 사실상 차단하면서 물가상승과 부족한 배급량은 이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같은 날(1월 11일)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국(UNRWA)에 모두 4000만 달러(약 360억원)를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하고, 이 돈은 가자지구에서 빠져나온 난민들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했다. 부시 대통령은 10일에 팔레스타인 난민 지역을 방문하면서 가자지구 철수자(?)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었다. 그의 말따라 미국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나온 사람들에게만 조금 지원하겠다고 당근을 날린 것이다.
이 말은 무슨 말인가 하면, 바로 가자지구에서 나온다면 보살펴 줄 용의가 있지 나오지 않고 계속 가자에서 살겠다고 하면 바로 ‘하마스’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어제(1월 20일) YTN에서 가지지구 발송소 가동이 완전히 중단되었다는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국경 봉쇄로 비축 연료가 모두 떨어져 터빈 발전기 작동을 전면 중단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체 필요전력의 30%를 겨우 감당하며 일부에 조금이라도 전기를 공급하던 발전소가 완전 중단된 것이다. 이제 식료품과 생필품의 극도의 부족을 넘어 전기마저 공급이 끊어졌다. 도대체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가? 하마스가 싫어도 이스라엘과 미국 때문에 하마스 편이 될 판이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이러한 이스라엘의 조치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만 되풀이한다. 그렇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고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해’ 가자지구에서 도망나와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인가? 차라리 학살하겠다고 말해라!
1월 21일
평화바닥 염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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