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 NEX1 모 박사의 세계인명사전 등재 소식을 듣고
어제(12월 3일) 한국의 전문 방위산업체인 LIG NEX1(www.lignex1.com 대표 : 구본상)의 백주현 박사가 ‘세계인명사전(Cambridge Blue Book, 영국 국제인명센터 발간)’에 등재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또다른 3대 세계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스 후즈후(미국 발간)'에 등재된 후 연속 등재된 것이다. 공학 및 과학 분야다. 방산업계에서 두 곳 모두 이름이 올라온 사람은 그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소식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백 박사가 근무하는 곳을 보면 알 수 있듯 단순히 세계적 과학자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결정적인 어려움이 있다. 바로 무기를 만드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도무기 및 레이더 구동메커니즘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고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라고도 한다. 현재 레이더 사업의 기계팀장, 구동메커니즘 기술팀장으로 있으며 국방기술품직원의 감시정찰 분야 기술전문가로도 활동한 바 있다. 세계인명사전에도 ‘유도무기 및 레이더 분야’의 업적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과학은 우리가 미처 알지도 못하는 영역에서 무기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미 군산복합체는 ‘군-산-학-연 복합체’로 변형된지 오래고, 과학의 모든 분야는 이렇게 무기생산과 깊은 연관을 가진 시대인 것이다.
한국의 방위산업(혹은 군수산업, 군사산업, 국방산업 등)은 ‘방위’만을 목적하지 않고 무기상품으로 수출을 꾀하는오늘날, 이같은 소식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동안 외국산(특히 미국산) 무기 수입에 의존하는 수준에서 최첨담 이지스함과 레이더망과 유도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고, 이제 수출활로를 열기 위해 전시회도 열고 비즈니스도 하는 그런 나라인 것이다. 지난 7월 미국 군사전문잡지 <디펜스뉴스>가 밝힌 것처럼 한국 방위산업은 ‘글로벌 파워’로 떠올랐고 100대 방산업체에도 2곳(한국우주항공산업, 로템)이 올라올 정도로 급성장했다. 훈련기(KT-1, T-50), 전차, 탱크(XK-2), 장갑차(K-21), 자주포(K-9), 휴대용 미사일(신궁), 크루즈 미사일(해성), 군함, 잠수함 등 국산무기들이 수출되고 있거나 계약을 준비되고 있다고 알려졌다(백 박사는 휴대용 미사일 ‘신궁’, 함대함 미사일 ‘해성’ 등 국산미사일을 개발에 참여했다고 한다). 통상산업부는 올해 한국의 방산 수출이 지난해(2억 5000만 달러)보다 36% 증가한 3억 4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3~4년 뒤 수출액을 10억달러(약 9182억원)로 전망한다고 했다. 그 중에서 훈련기 T-50, 전차 XK-2, 잠수함은 최상급 무기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전해지며, 적의 레이더망을 피해 150㎞ 떨어진 목표물도 파괴할 수 있는 함대함 미사일인 ‘해성’과 가볍고 명중률이 높은 휴대용 대공 유도무기인 ‘신궁’도 수출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유도 무기 및 레이더 분야는 미국이 제공해준 것에만 의존하던 시스템을 완전히 벗어날 정도로 국산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한다(물론 이제는 SAM-X를 팔려고 한다). 미국이 준 호크, 나이키 등 유도 무기는 수 십년간 사용하지 않아 낡아버렸지만 이제 신형 무기들로 갖출 수 있게 되었고, 최근(11월 14일) 합동훈련에서도 볼 수 있듯 함정에 탑재된 3차원 레이더와 각 함정의 레이더, 수중폭파대(UDT) 대원들과 미군이 보내주는 정보 모두가 한꺼번에 집적되어 대형 모니터에서 전황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레이더 분야도 첨담화되었다.
자주국방이라는 이름 하에 진행된 이러한 방위산업은 바로 과학기술자들의 노력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마냥 좋아라 바라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름 좋아 ‘방위’지 바로 살상용 무기이며 살상을 위한 과학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기를 수출하고 있으니 ‘방위’가 아니라고 말한다 해도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터키는 ‘쿠르드인들’을 진압하는데 한국산 무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인도네시아도 버마에 수출한 무기들도 군부독재에 제공된 것이지 않은가?
평화를 만드는 일을 한 사람이, 이 세상에 보다 의미있는 일을 한 사람이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은 들을 수는 없는 것일까?
12월 3일
평화바닥 염창근
* 사진은 중앙일보 11월 17일자 기사 <'3차원 레이더' 보며 육해공 입체작전>에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