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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을 이라크로 파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온 미 백악관의 계획이 현실이 되고 있다. 부시는 17일 노무현과의 전화 통화에서 "성공적인 이라크 주권 이양을 위해 주한미군 일부의 차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노무현도 이에 대해 "이해를 표시했다"고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은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간 직접 통화가 있기 전부터 "한강 이북 주둔 미 보병 2사단 2개 여단 중 1개 여단과 지원 부대를 포함해 4천명을 이라크로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부시와 노무현의 전화 통화가 있은 후에 언론과 정계에서 다양한 분석과 입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영구적으로 철수시키려 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와 기대섞인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으로 인해 자이툰 부대 파병이 현실적으로 물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떠한 입장도 평화를 주장하며 이라크 파병 철회를 외쳐온 민중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주한미군은 한반도 땅에서 철수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이라크에서 살인마가 되기 위해 철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 동안 한국의 민중이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해 온 이유는 이라크에서 한국군 병사가 죽게 될 상황을 우려해서가 아니다. 이라크 전쟁이 부당하기에, 국가와 자본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전쟁 때문에 무고한 민중이 죽어가는 상황에 반대하기에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해 온 것이다.
노무현과 부시는 내심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와 자이툰 부대 파병 결정으로 나빠진 여론을 저울질하며 국민에게 거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로 보내는 것에 반대한다면, 주한미군을 이라크로 보내는 것은 용납하라고, 그러면 주한미군도 철수하는 것이고 자이툰 부대도 이라크로 파병되지 않는 것이니 일석 이조가 아니냐고 은근히 미끼를 던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반전 평화를 단지 한국 민족의 안위만을 위해서 외쳐왔다면 한국 민중은 노무현과 부시의 거래에 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전평화를 향한 신념이 민족이라는 테두리에 한정지어질 수는 없다. 이라크 어린이가 죽어가는 모습은 냉정하게 바라보고 한국의 군인이 죽어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태도가 한국에서 벌어지는 반전평화 운동의 진실이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노무현과 부시의 오판이다.
주한미군이든, 자이툰이든 무장한 병력이 '이라크 민주주의의 재건'을 핑계로 이라크에 발을 붙이려 하는 모든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 주한미군이든 자이툰이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은 이라크에서도, 한반도에서도 영구히 사라져야 한다.
사회당 학생위원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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