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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안] 9월 27일 세미나
다음주 세미나는 생애사/구술사 방법론을 한주 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징병제'에 대해 토론해봤으면 합니다.
괜찮지요? ㅎㅎ

이와 관련된 기사 몇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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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9.4% “여자도 군대가자”


‘여성 의무 복무’ 주장 공론화 분위기, 전국 성인 1천명 여론조사
군사주의 문화를 뒤집는 대안인가, ‘우익 마초’에 휩쓸리는 위험한 발상인가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9조 1항은 지켜지기도 하고 안 지켜지기도 한다. 국방의 의무를 대표하는 병역 의무에서 여성은 ‘면제’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성은 병역 의무에서 ‘배제’돼 있기도 하다.

병역법 제3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자는 지원에 의해 현역에 한해 복무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여성은 선발 과정을 거쳐 장교나 부사관으로 복무할 수 있지만, 의무 복무가 아니라 지원 복무다. 병역 의무에서 면제되는 동시에 배제되는 ‘이중의 정치적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여군 간부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논의


수많은 남성들에게 ‘영광’이자 ‘상처’인 병역 의무를 여성들이 같이 수행한다면? 다소 생뚱맞아 보이겠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군 안팎에서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난 7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안보포럼(대표의원 송영선)의 ‘안보! 남성만의 영역인가?’ 토론회에서는 ‘여성 의무 복무’ 주장이 제기됐다. 대령 출신의 김화숙 재향군인회 여성회 회장은 “만 18살 이상 여성이 1년에서 1년 반가량 병역 의무를 지는 것을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면서 “시대가 변한 만큼 적극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시대 변화’의 근거로 “사회적으로 양성 평등이 뿌리내리고 있고, 군 내부에서도 여군들의 능력이 검증됐다”는 것을 들었다. 공식 석상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또 다른 발제자였던 독고순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사회조사통계실장은 “국방의 의무에 여성도 동참해야 한다고 보지만 남성과 똑같은 형태의 병역 의무를 지는 것은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이날 토론회는 여군 간부 비율 확대가 주제였으나, ‘여성 의무 복무’ 주장이 더 큰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여성의 국방의 의무’는 우리 사회에서 지극히 비이성적인 방식으로 전개돼왔다. 군가산점 논쟁 전후로 “남자만 군대 가는 건 억울하다, 차별이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대해 “왜 여자를 트집 잡냐. 여자가 남자 군대 보냈냐’는 반박이 따랐다. 남녀 감정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그럼, 여자도 군대 가라”는 주장이 남성들 사이에서 터져나왔고, 일부 여성들은 “그래, 우리도 군대 가서 똑같이 갈궈주마”라고 맞섰다. 이성적으로 이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2003년 봄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가 ‘여자, 군대를 말한다’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내보내면서부터다.


이김정희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기고문에서 ‘양성군대’ 유지 방안으로 “징병제인 상태에서는 여자도 함께 징병 대상이 돼야 하고 모병제가 되면 어느 한 성의 비율이 70%가 넘게 해서는 안 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여자가 군에 가서 군을 바꿔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이김정희 교수는 이런 주장의 배경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군 문제가 안티 페미니즘의 온상지가 되는 것에 비해 ‘여성도 군대에 가자’라는 담론이,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왜 이제껏 하위 담론으로라도 선보이지 않았을까? 내심 ‘그 끔찍한, 비인간화의 온상지인 군대에, 그것 말고도 받는 차별이 얼마나 많은데 여성이 왜 가?’라는 여성들의 집단 무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군에 대한 근원적이지 못한 이런 편의적 발상이 ‘성차별이다. 여자도 군역을 해라’라는 남성들의 철학 없는 반발을 재생산하는 것은 아닐까? ‘혹여’ 하는 의구심에서 해보는 소리이다. …우리 사회가 군사정권을 오랫동안 겪으면서 군 문제에 대한 담론화의 부재가 타성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른바 ‘신의 아들’이 못 되는 ‘어둠의 아들’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그들이 당하는 무의미한 고통과 모욕에 대한 대안을 함께 모색할 때가 된 듯하다.”


‘효과’에 대해선 긍정적 여론이 우세


이 글은 여성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평화·군축의 가치를 간과했고, 군사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이 당하는 이중·삼중의 차별을 건너뛰고, 형식적인 남녀평등을 내세웠다는 비판도 따랐다. “안티징병제가 훨씬 더 현실적인 양성평등의 대안이다”(권혁범), “군대라는 상태가 남성화된 권력의 형태로 유지돼왔는데 여자가 30% 이상 들어간다고 과연 바뀔까”(권김현영), “성별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 여자도 군에 가야 된다는 논리는 자칫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문제 등) 나머지 사회적 관계를 가릴 우려가 있다”(윤정은)는 것이 대표적인 비판 의견이었다.

<이프>의 논의가 군 밖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군 안에서는 어땠을까?

김화숙 회장은 “90년대 초반부터 여군 내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하부’를 튼튼히 할 수 있을까 하는 논의를 줄곧 해왔고, 그 가운데 여군병 제도도 검토했다”면서 “윗선까지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여군들은 많이 고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군 출신 인사는 “특정 성에 치우친 군 조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했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려면 국방부 장관이 여성이 돼야 하고, 여성 장교들이 많아져야 하고, 병사 100%가 남성인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밖에 안 나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도 여군병이 있었다. 1950년 여자의용군 491명이 배출된 이래 1970년대 초반까지 중졸 이상의 학력자를 지원자에 한해 선발했다. 이들은 각 부대에 배속돼 타자·통역·교환 등 행정 보조 업무를 맡았다. 간혹 심리전에 투입되기도 했으나 철저히 ‘성별 분업화된’ 형태로 ‘(남군) 장병을 돕는 (여군)병’으로 복무했다. 미국을 위시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여군은 간호직으로 출발해 전시 보조 인력으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남군 인력이 부족해지거나 징병제의 효력이 상실하면서 역할이 확대된 역사를 갖고 있다. 남군의 ‘대체 병력’이었던 셈이다. 스웨덴과 독일 등 ‘선진 징병제 국가’에서도 2000년대에 들어서야 ‘성 역할’ 인식의 변화에 따라 여군과 남군을 ‘동등 병력’으로 인정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여성의 국방의 의무와 병역 의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에 대한 찬성·긍정적 검토 의견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21>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7월25∼26일 전국 20살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1천명 전화 여론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22.2%가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한다”는 의견은 27.2%로, 찬성과 긍정적 검토 의견을 합하면 49.4%에 이르렀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7.6%였다. “찬반을 떠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은 21.7%로 나타났다. 찬성 의견에는 남녀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반대 의견은 남성(30.2%)이 여성(24.9%)보다 더 많았다. 긍정적 검토 의견은 여성(29.5%)이 남성(24.9%)을 눌렀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이다.


‘상징적 선언’과 ‘현실적 정책’ 사이


‘국방의 의무’는 군에 가는 ‘군복무’와 다른 형태로 복무하는 ‘대체복무’가 혼합된 개념일 수 있다. 그래서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의무적으로 군에 가는, 즉 징집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다시 물었다. 찬성이 15%, 긍정 검토가 27.6%로, 둘을 합하면 42.6%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40.7%보다 앞섰다. ‘국방의 의무’ 찬성·긍정 검토 의견보다 수치가 낮아진 것은 ‘징집’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찬반 의견을 떠나 여성이 병역 의무를 지게 된 뒤의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여론이 우세했다. “병영문화 개선 등 군 문화가 발전할 것”(29.9%), “남성 우월주의 문화가 바뀔 것”(20.5%), “병역을 필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해질 것”(19.3%), “징집에 따른 (남성들의) 피해의식이 줄어들 것”(15.7%), “복무 기간이 줄어들 것”(8%) 순으로 꼽았다.


‘여성의 의무 복무’가 현실 가능성은 있을까? 국방부와 육군본부는 <한겨레21>의 질의에 “여성의 병역 의무는 정책적으로 고려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 국방정책을 입안했던 한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의 특징 중 하나인 여군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나, 의무병이 모두 남성인 가운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을 배치하는 게 우선 과제여서 여성의 역할은 강화하고 싶어도 역부족이었다”고 덧붙였다.

국방정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군사연구가들은 ‘상징적인 선언’일 수는 있지만 ‘현실적인 정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 의견에는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와 ‘여성은 군복무에 부적합하다’는 의식이 섞여 있다. 정창인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성의 병역 의무는) 국민 정서상 맞지 않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일반 의식을 스스로 파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 지금처럼 직업 선택의 방편으로 지원해서 군에 들어가는 것과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군 출신 가운데 여성의 국방의 의무를 주장하는 분들은 ‘전투업무’에 대해 사치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상징적인 역할과 본격적인 역할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안보포럼에서 “여성 최전방 배치”를 주장했던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진하 의원(한나라당)은 “어느 정도 국민들이 공감하는지는 확인해야겠지만, 충분히 검토 가능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병역 의무’에 따른 세 가지 ‘효과’를 내다봤다. △저출산 분위기 속에서 병력 수, 병역 형평성 문제가 해결된다 △여성의 장점을 국방력에 활용할 수 있다 △남성의 우월의식을 해소할 수 있다 등이다. 황 의원은 “적절한 의무 부과 방식과 이를 위한 조건은 세심하게 검토해야겠지만, 법적 절차를 밟을 때 반영할 문제”라며 “이젠 전투력 수행 방법과 목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사이버 공간을 주축으로 터져나왔던 ‘여자도 군대 가라’는 주장은 다분히 감정적인 형태였다. 최근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반성적 움직임’도 포착된다. 20대 남성이 주축이 된 인터넷 카페 ‘남녀공동병역의무추진위원회’(cafe.daum.net/mwdraft) 운영자 김남훈(23)씨는 “여성 대통령이 나오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면서 여성 군복무를 주창했다. 김씨는 “나는 남성우월주의자도 여성우월주의자도 아니다”라면서 “다 같은 국민인데 특정 성이 배제되거나 특정 성에게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 중지되기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유독 ‘치우침 없음’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난 2003년 이래 2년간 군 경험에 따른 피해의식이나 우월의식으로 입이 거칠어진 ‘사이버 마초’들과 일대 격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하루 100∼200명이 다녀가고, 1천명가량이 꾸준히 활동하는 이 카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정회원 ‘등업’ 기준과 개별 아이디부터 표현 수위까지 아우르는 ‘네티켓’ 기준을 엄격하게 정해놓고 있다.


치밀한 준비로 양성군대 구축해가는 독일


독일은 1990년대 중반부터 ‘여성 전투병과 배제’의 오랜 밑바탕이 됐던 “여성은 무기를 만질 수(다룰 수) 없다”는 헌법 조항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 2000년 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그 뒤 여성의 군복무가 늘어 4년 만에 여군 수는 6%를 기록하고 있다. 전사회적으로 ‘치밀한 준비’를 했기에 가능했다. 여군 호칭법과 막사 노크법까지 꼼꼼히 적힌 매뉴얼을 기초로 장교 교육부터 했고, 공동 복무를 위한 시설과 교육 체계를 갖추는 데도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올 초에는 ‘막사 안에서의 성관계’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기도 했다. 독일 국방부와 공영방송은 ‘날밤 가리지 않고’ 이를 홍보했다. 그러나 독일의 적-녹 연정은 여전히 여성의 의무 복무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모병제 전환’과 ‘국방의 의무를 포괄적 사회봉사로 바꿔간다’는 의견이 나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독일 군대와 독일 사회는 양성평등과 새로운 안보 개념에 대한 커다란 ‘국민 교육’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군사주의의 폐해를 경험한 한국의 평화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여성의 병역 의무’ 주장이 군사주의 논리를 강화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단지 ‘군에 안 다녀왔다’는 이유로 당하는 여성들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병력 감축을 해야 할 마당에 이런 주장이 제기되는 건 어리석고도 위험하다”면서 “‘우익 마초’ 논리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김재희 <이프> 편집인은 “당장 군대 문을 닫을 게 아닌데 언제까지 여성은 군에 대해 입을 다물어야 하고 영원한 ‘2등 국민’에 머물러야 하는가”라면서 “동등하게 책임을 지면서 군대와 군대에서 파생되는 차별과 폭력을 바꾸는 것도 평화운동이다”라고 반박했다.

대한민국에서 군대 문제만큼은 전문가 아닌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저마다 ‘할 말’이 있다. 그러나 군 정책에 관한 한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은 늘 ‘분단 현실’ ‘신성한 의무’ ‘부족한 예산’에 묻혀야 했다. 일부 여군 출신들과 여성주의자들이 꺼낸 ‘여성의 동등한 국방의 의무’가 ‘남녀의 공동 병역’으로 이어질지, ‘군사주의 문화의 변화’로 귀결될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의무와 권리는 나란히 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군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은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내무반 구조만 바꾸면 된다”


[인터뷰/ 김화숙 재향군인회 여성회 회장]

여군병이 늘어나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세상이 바뀔 것

김화숙 재향군인회 여성회 회장은 1966년 ‘고등학교에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여군병으로 입대해 31년간 군생활을 한 ‘여군사’의 산증인이다. 89년 대령으로 진급해 96년 제대 때까지 만 6년간 ‘최장기 대령’으로 복무했다. 여군단장과 여군학교장을 역임했다.

여성의 병역 의무 현실성을 검토해봤나.






체력? 그 말은 고리타분하다. 전투력? 이젠 변명이다. 비용? 솔직히 내무반 구조만 바꾸면 된다. 무기 구입에 들어가는 리베이트만 아껴도 여군병 양성 비용은 충분히 나온다. 장교들 군살도 빼고 인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된다. (머리를 가리키며) 결국 이게 문제다. 마인드를 바꾸면 다음 대선 때 공약으로 나오거나 이슈가 될 수도 있다.

유럽에서도 공동 병역 의무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정책화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군 문제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내 얘기가 아니다. 여군 간부 비율 확대를 요구하면 군 당국이 늘 하는 얘기다. 이 문제 역시 우리 현실에 맞게 결정할 일이다. 30∼40년 전까지 여군병이 있었지만, 기혼 여군에게 출산이 허락된 게 1989년부터다. 부사관에게 결혼이 허용된 건 85년이다. 그때도 당장 큰일 날 것처럼 떠들었지만, 무슨 문제가 있나. 10년 전만 해도 육사에 여성이 들어간다면 망한다는 논리가 판쳤다. 시대에 따라 바뀐다. 지금은 여성 의무 복무를 얘기할 적기다.

이스라엘 같은 병영국가에서나 가능한 얘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대로 옮겨오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건 우리 세대의 얘기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문제다. 요즘 청소년들을 봐라. 남녀 차이가 없다. 오히려 여자애들이 훨씬 씩씩하고 리더십도 강하다.

여군병이 늘어나면 뭐가 좋은가.


세상이 바뀐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속도로. 복무 기간이나 월급, 처우도 현실화되고 다양한 복무 형태가 개발되겠지. 남자든 여자든 부적격자나 죽어도 못하겠다는 애들은 계속 붙잡아둘 수 없는 노릇이다. 내 생각엔 훈련 마치고 14∼16개월 정도 근무하는 게 딱이다. 무엇보다 병영 문화가 바뀐다. 멀쩡하던 애들이 개구리복만 입으면 개나 개구리가 되는 심리가 어디서 나오겠나. 두고 봐라. 그게 맞는 길이다. 안 그러면 조직관리 점점 힘들어진다.



  






  


“10년 정도 내다보고 준비하자”


[인터뷰 / ‘남녀공동병역의무추진위원회’ 운영자 김남훈씨]

여성 권익과 관련된 주장을 하면 발목 잡히는 것이 군대 문제


인터넷 카페 ‘남녀공동병역의무추진위원회’ 운영자 김남훈(아이디 연암결사)씨는 현역 군복무를 마친 대학생이다. 그는 “남녀가 갈라서 싸우고 헐뜯는 게 안타까워 총의를 모아보려고” 지난해부터 카페지기로 활동하고 있다.

카페에서 하는 일은.






여러 의견과 자료를 모으고 올린다. 남성만 병역 의무를 지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위헌 소송을 제기할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입영 대상자만 소를 제기할 자격이 있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자꾸 남성운동하는 분들이 같이 하자고 해서 힘들게 싸웠다. 피해의식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런 목적이 아니다.

군 가산점 논란이 대단히 소모적으로 진행됐는데.


섭섭하지만 위헌 판결이 내려진 것에는 동의한다. 부활하자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여성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군에 다녀온 남성들에게는 다른 형태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일과시간 외에 여가생활을 하도록 인터넷이나 체육시설을 갖춰주거나, 최저임금 수준을 보장해주거나. 방법은 다양하다. 솔직히 후방에는 노는 병들이 엄청 많다. 40만명 정도로만 병력을 유지해도 고생하는 병사들 처우가 개선되리라 본다.

공동 병역 의무가 현실성이 있을까.


최소 5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 중학생 이하부터 시작하면 10년 정도는 내다보고 준비할 수 있다. 시설도 바꿔야 하고 훈련 시스템도 바꿔야 하니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남성만 군에 가면서 치르게 되는 온갖 ‘사회적 비용’에 견주면 그리 많다고 보지 않는다.

전투력 상실을 우려하는데.


신체적 조건을 들먹이는 건 어쩌면 ‘남성들에게만 해당되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생각일 수 있다. 여자를 무시하려는 것이거나. 군기 문제도 그렇다. 남성들만 있는 지금은 군기가 좋나. 직업군인과 병사들 사이의 위화감이 얼마나 큰데.

사회적 조건이 안 갖춰졌다는 주장에 대해선.


여성부든 여성계든 여성 권익과 관련된 주장을 하면 반드시 발목을 잡히는 게 군대 문제다. 뉴스만 뜨면 그 아래로 여자도 군대 가라는 주장이 쫙 뜬다. 합리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거다. 여성이 군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대체복무도 있고 사회봉사도 있다. 호주제를 봐라. 생각을 바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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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과 여성 군입대
[일다 2005-09-21 12:09]  

한국 사회의 특수한 문화와 사회적 병폐에 대한 분석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군사주의’입니다. 우리는 성별화된 강제징집제도가 시행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여성도 군대 가라(혹은 ‘가자’)는 이슈가 물 위로 떠오르면서 ‘여성’과 ‘군대’가 간만에 묶여지고 있습니다만, 사실 기존의 군대도 여성들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강제징집에 따른 군대 내 인권침해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문제, 전체 사회를 뒤덮고 있는 군사주의 문화와 우상화 된 ‘국가안보론’, 사회적 평등과 복지를 위해 쓰여져야 할 예산의 막대한 부분이 흘러 들어가는 국방비,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더욱 강고해지는 성별화의 문제, 기형적인 성 산업과의 연관성 등 군에서 파생된 문제는 전체 사회구성원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그대로 짐 지워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가 국민을 강제로 군인으로 만드는 제도가 21세기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무시무시한 일입니다. 군에 대해 논할 땐 그 ‘무서움’을 기저에 깔고 이야기해야지, 복합적인 문제들의 일부분만을 건드리며 단순화시켜서 말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더욱이 정치인이나 정책입안자가 그렇게 하는 모양새는 ‘생색내기’나 ‘여론장사’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성역을 허무는 최근의 변화들


우리 군은 창설 이후 사실상 성역으로 존재해왔지만, 최근 변화의 물결을 감지케 하는 흐름들이 있었습니다. 의문사와 자살, 성폭력과 같은 인권문제에 군 외부로부터의 개입이 시도되었고, ‘육군 부대 총기 난사 사건’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이후 국방개혁 움직임과 연결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 합니다.


육군은 시범적으로 몇 개 대대에 출퇴근 복무를 실시하겠다고 하고, 위계가 엄격한 군 사회에서 군번을 앞세운 폭력이 난무하기 때문에 입대 동기들만의 소대를 시험한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예비군 복무 기간을 줄이거나 없애자는 주장도 전체 군 병력 축소와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저 ‘남자만 겪어서 억울하다’ 차원이 아닌, 군대의 위계질서와 강제징집 돼 겪었던 폭력에 대한 ‘피해자’로서의 남성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이전과 다른 모습입니다.


지난 8월, 예비역 군인들이 군부독재 청산과 국방개혁, 남북화해 등에 기여하겠다며 기존 재향군인회에 대한 대안으로 ‘평화재향군인회’를 출범시켰는데, 획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대와 국방에 관련한 사안들이 이제 더는 쉬쉬할 성역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흐름들입니다.


여기에, 군에 ‘여성참여’를 늘리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언론이 고의적으로 개념을 모호하게 사용해서 그렇지, 공식적으로 국방부와 군을 비롯한 정계에서 ‘여성의 의무병화’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강제징집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여성 군 복무 참여를 늘리자는 것이지요. 그러나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국방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의도가 어떻든 그냥 무시되어 버릴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의 사회적인 조건이나 성별에 의한 공사영역 구분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해소되었는가와 관련해 언젠가는 떠오를만한 문제였다고 봅니다.


왜 ‘남성’만 징집 대상이 되느냐의 문제 제기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답하지 않았지만, 특정 성별의 사람만이 징집되는 것이 평등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성별의 사람만이 ‘수입이 없는 노동’을 책임지고 있는 현실이 평등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또한 군 복무와 가사노동, 보살핌 노동 등이 비등하게 견주어질 만한 사안도 아니며, 그렇게 해서 ‘샘-샘’이라고 볼 수도 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군을 남성집단의 영역으로, 남성집단만의 이해관계 속에 남겨둘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봉착하게 되는 난제는 우리 군이 ‘성별화’의 문제뿐 아니라, 강제징집제도가 파생시키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강제징집이 필연적으로 인권침해를 낳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군사주의 문화의 확산에 저항해야 하는 시점에서, ‘국민의 40% 이상이 징집되는 사회에서 국민의 80% 이상이 징집되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여성에게 국방의 의무를 다할 기회를 주자며 현역이 아닌 사회봉사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사회봉사란 말 그대로 사회봉사의 영역과 관점에서 고민되어야지 징병제의 일환으로 더 확장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국방의무를 공평하게 진답시고 남성 다수는 현역으로, 여성 다수는 사회봉사 영역에서 활용하겠다는 의견에는 반대합니다. 국방의무를 함께 한다고 하면서도, 다시금 생물학적 성차를 들이대 남녀 서열로 이어질 것이 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국가가 여성을 징집해야만 하겠다면,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군사주의 문화에 더 많이 찌들어 있고 이미 사회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절대 다수가 여성인만큼, 오히려 역할을 바꾸어 보는 것이 이 사회엔 더 나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군축을 통한 ‘안보’를 원칙으로 삼자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결해야 하고, 무엇을 지향하며, 이에 도달하기 위해 현실적으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복잡하고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아직까지 별로 깊이 이야기된 바가 없다는 사실부터 짚어야겠습니다. 그것은 여성의 군 참여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이 전체 군 시스템이나 안보론, 여성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있는 군대식 서열화와 위계질서 등과 별개로 ‘선정적’인 여론몰이로 단순화시켜 이야기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그리고 현실 가능한 방법과 단계를 모색하는 과정에서도 반드시 먼저 고민되어야 할 것은 ‘군축’을 통한 국방개혁이며, 국가가 국민을 강제로 군인으로 만드는 강제징집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사회적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성역화 되고 우상화 된 징병제도에서 허상을 버리고, 실질적인 안보를 고민하고 지식을 쌓아 제시해야 합니다.


군 인권의 문제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제대로 된 국방력을 갖기 위해선 강제 징집을 통한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를 해야 한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도 묵살한 채, 정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만 강변하고 있으니 모를 노릇입니다. 또 ‘군가산제’처럼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마친 예비군의 ‘피해의식’을 고려해, 예비군 중에서도 일부를 위해 군 복무가 의무적으로 부과되지 않은 사람들의 노동권을 희생하게 하는 방식의 제도를 다시 도입하겠다는 움직임도 황당합니다.


사람들에게 억지로 노동을 시키는 현장에서의 집중력과 일의 효율성은 같은 일이라도 자신이 선택한 노동을 하는 경우와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사회화 과정 속에서 체득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군에 끌려가 ‘삽질’만 하다가 나오는데, 애국심과 신세대 군가로 이들을 위로하며 사기를 진작시켜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기만입니다.


과연 징병제가 분단 상황 속에서 국민들을 지켜주었을까요. 오히려 강제징집제로 인해 생명과 개인의 안전을 빼앗긴 사람들의 수와 그 피해를 가늠해보면 일종의 전쟁을 치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군사주의가 가져온 폐해들을 왜 ‘비용’으로, ‘안보’의 수치로 계산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경제사학자인 모 교수가 일제 시대를 연구하며 인명피해와 인권침해를 계산에 넣지 않은 채, 일본의 지배가 근대적 경제 성장을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북핵회담 성과, 모병제 논의할 때


노무현 정부는 정치개혁 못지 않게 국방개혁도 이루고야 말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국방개혁에는 필시 ‘군축’을 통한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는 것이 포함돼있습니다. ‘군축’은 무기를 감축하는 것뿐 아니라, 군 인력을 감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를 숨 죽이게 만들었던 북핵 위기 이후 진행된 6자 회담이 그 결과의 구체성에선 2% 부족하지만 한반도 평화의 단초라고 할 만큼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회담의 성과에 대해 경제적 효과를 언급하는 이들도 많지만, 지금이야 말로 현실 가능한 모병제로의 전환 방안이 제기되어야 할 때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의 원칙에 합의하는 마당에, 군 인력과 무기감축을 통한 국방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 적절한 시기는 없을 것이라 봅니다. 이제 더 많은 군인들의 머리 수와, 더 많은 무기를 가져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케케묵은 국가안보론은 고리적 이야기로 돌리고, 군축과 대화와 평화협상을 통한 안보를 기조로 하는 새로운 틀 거리를 짜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구성원이 짐 져야 할 역할과 의무, 그리고 관련 논의를 진행시키고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여성들의 참여가 배제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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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여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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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성 80%가 '여성징병' 반대하는 진짜 이유"

[프레시안 2005-09-03 10:11]  

[프레시안 전홍기혜/기자]  한국사회가 참 무섭다는 생각이 처음 든 게 1990년대 말 '군대'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보면서였다. 한국사회의 이런 무서운 광기는 1997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기피 의혹, 1999년 군 가산점제 논란, 2002년 가수 유승준씨의 입국 거부 사태, 최근 병역기피 국적포기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 남성들에게 군 복무는 '평등'의 코드로 인식된다. 군 복무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지만 특권층 자제는 유유히 빠져 나간다는 엄연한 현실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군필 남성이 군 미필자에게 갖는 우월감과 보상심리는 성별을 불문하고 동일할 수밖에 없다.
    
    "니들이 군대를 알아?"
    
    그래서 군대에 대한 얘기는 항상 군대를 다녀 왔으리란 가정이 성립하는 남성들만이 해 왔다.
    
    한국 '남성성'의 키워드, 군대
      
  
<대한민국은 군대다>(권인숙. 청년사). ⓒ 프레시안  
  

    <대한민국은 군대다>(권인숙. 청년사)라는 도발적 제목의 책을 쓴 사람은 '군 미필자'인 권인숙 명지대 교수다.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내 안의 군사주의(Militarism in My Heart)'를 기반으로 쓴 책이다. 그는 군사주의를 "군대의 존재와 힘의 부여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라고 정의했다.
    
    "대표적 군사도시인 원주에서 자라고 커서 전쟁이 일어나는 꿈을 수도 없이 꾸었고, 북한에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를 자주 생각했었다. 2년 정도 살았던 속초에서 북한 간첩의 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했다는 모래 속의 지뢰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었고, 바다를 둘러싼 살벌한 철조망을 집 앞에서 바라보았었다. 반공에 대한 절규의 상징으로 배를 긋는 자해 행위를 동반한 멸공 궐기대회 맨 앞에서 깃발을 잡기도 했고, 고등학교 때에는 학도호국단 간부로 대열의 앞에 서기도 했다. 대학 시절에는 폭력투쟁을 큰 의문 없이 정당한 방법으로 받아들였고, 돌이나 화염병을 잘도 던지는 남학생들 옆에서 왠지 자신의 육체적 열등함이 혐오스러웠던 경험도 있었다. 게다가 군사정권에게 직접적인 억압을 당하기도 했던 나였다. 어떻게 이런 삶을 산 내가 한번도 나 자신을 군사주의나 군사화, 아니 쉽게 군대와 연결 지어서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그가 스스로, 또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앞서 군사화, 군사주의라는 개념이 사회.제도적 측면에서 고찰돼 왔다면 여성학자들은 군사주의의 개념을 일상생활로 끌어들여 설명한다. 군대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성'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다. 따라서 군사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남녀간 성별관계를 조직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쳐 왔다. 더 나아가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말은 군 미필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 장애인 등이 우리 사회의 온전한 성원권을 획득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동성애보다 늦게 등장한 양심적 병역거부
    
    한국의 징병제는 55년간 아무런 문제 없이 유지돼 왔다. 오죽하면 소수자들 중 동성애보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더 늦게 등장했을까. 권 교수는 "동성애 거부 정서보다 병역거부 기피 정서가 한국 사회에서 더 뿌리 깊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징병제를 유지하는 전 세계 76개국 가운데 여러 나라에서 징병제 유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 노릇을 하는 현실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논란 없음은 예외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중국적을 소지한 18세 이하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를 마쳐야만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새 국적법이 통과된 뒤 '병역기피 국적포기' 논란이 일었을 때도 징집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왜 너희들은 안 가냐"라는 문제 의식만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권 교수는 "'나는 가기 싫어도 가는데 왜 너희들만 안 가냐'라는 논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하는 젊은 남성들의 희생적 측면만을 가시화한다"며 "자기 희생을 했다는 사실에 대한 국민 모두의 공감은 결국 한 사회의 남성적 특권 구조를 유지.보존.확대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국민적 정체성이 남성 중심적으로 형성되는 데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재산권의 대부분을 행사하는 남성들은 세금을 내고, 국가 방어의 의무를 담당하면서 여성을 2등 시민화해 왔다"고 권 교수는 지적한다.
    
    "억울하면 군대 가라"면서 남성 24.9%만 여성 징병에 찬성
    
    군 가산점 논쟁을 비롯해 군대를 매개로 한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늘상 나오는 반박은 "억울하면 여자도 군대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여성징병에 대해 찬성하는 남성은 24.9%에 불과하다. 여성은 56%가 여성징병에 찬성했다(중앙일보 2005년 7월 1일자 여론조사). 권 교수는 "여성들이 못 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남성성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고, 여자와 다를 뿐만 아니라 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자로서의 정체성은 군대적 남성성에서 핵심을 이룬다"고 남성들의 여성징병 찬성 비율이 낮은 이유를 설명했다. "남성들은 자기와 함께 전방의 참호에 있는 여성이 아닌, 저 후방의 어딘가에 있을 여성들을 위해 싸운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같은 참호에 있는 여성은 남성의 자아를 짓밟는다."(이옥순, <여성적인 동양이 남성적인 서양을 만났을 때>, 푸른역사)
    
    군가산점제 논쟁에서 장애남성은 왜 빠졌나
    
    이처럼 군대를 매개로 형성된 남성들 간의 연대감은 군가산점제 논쟁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고 권 교수는 분석했다. 군가산점에 대한 위헌 판결 이후 군가산점제 폐지를 찬성하는 여성에 대한 불특정 다수 남성들의 공격은 집요했다. 당시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와 위헌 소송을 제기한 한 여성의 출신 대학인 이화여대의 홈페이지는 남성들에게 해킹당했다. 또 각종 토론 사이트에서 군가산점제 폐지 입장을 밝힌 여성들은 핸드폰으로 '죽여 버리기 전에 입 닥치라'는 등 협박 메시지가 수없이 찍혔고, 학교 및 직장을 알아내 찾아오겠다는 협박도 있었다고 한다.
    
    "군대 가는 것이 국가에 대한 희생일뿐 아니라 군대 가는 남자는 가지 않는 남자에 비해 사회적 약자라는 의식의 확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수의 기득권 남자에 비해 군대에 가야 하는 이들이 약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사실이 아니다. 남성의 80%가 군대에 가고 소수의 기득권 남자 수만큼 아니면 그 이상으로 많은 장애인 등의 남자들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군대에 간 남자들을 약자로서 기억하는 것은 약자임에도 약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자를 양산하게 된다."
    
    군대에 가야 하는 남성들이 '약자'로 인식되는 현실은 군가산점제 논쟁이 '군대 가는 남성' 대 '엘리트 여성'의 구도로 만들어진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군가산점 폐지를 가져온 헌재 소송은 여성 청구인 네 명과 장애인 청구인 세 명이 제출했다. 그러나 '장애 남성'은 이 논쟁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권 교수는 "장애인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회적 약자로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병역의무와 관련해 구성된 희생과 사회적 약자 논리를 설득력 있게 유지할 수 있는 대상이다. 결과적으로 여성만 강조돼 진행된 군가산점 논란은 여성은 희생도 하지 않고 평등만 원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낙인 찍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은 "위헌 판결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반발은 장애우에 대한 국가기관의 차별이 정당했다고 강변하는 셈이라 당혹스럽기 그지 없다. '가산점 받고 싶으면 군대 가라'는 반응은 장애우들에게 비수를 들이대는 것과 다름 없다"고 '장애인'이 배제된 군사점제 논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권 교수는 밝혔다.
    
    결론적으로 그는 "문제는 병역기피가 아니라 '모두 다 가야 한다'는 병역의무의 강제적 평등성을 극복하고 개인의 다양한 사상과 의지가 인정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통해 일방적 희생 논리나 약자 논리를 사회 전체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 우리 안의 '군사주의'와 맞대면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첫 발걸음이라고 제시했다.

전홍기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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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노동>
평등은 군사주의와 영합할 수 없다  

  
“김기~ 전화 받아!”

출근해서 숨도 채 돌릴 틈도 없이, 여기저기서 나를 찾는 전화가 빗발쳤다. 순간, ‘에고, 또 시작되었구나. 아, 괴롭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오늘 아침 한나라당 고조흥 의원의 군가산점제를 부활 추진 발표에 대해 여성단체들의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전화였다.

지난 6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같은 취지의 입법발의를 했고, 며칠 전 남성협의회 소속 한 여고생이 여성징병의무화를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더니, 급기야 오늘은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기업의 채용시험까지 군가산점을 확대하는 법안까지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여성징집제와 군가산점제 논쟁 부활

현재의 군 기피문제는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군대문화와 이른바 돈과 권력으로 군대를 면제받는 ‘신의 아들’을 허용하는 불공정한 규칙에 대한 반발이다. 즉, 군사문화와 징병제 하에서의 계급간 불평등 문제, 그리고 의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의 폭력성의 문제이다.

결국 문제의 해결은 작게는 군대민주화와 형평성 강화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강제징집제를 해체하고 개인의 다양한 사상과 의지가 인정될 수 있는 새로운 군대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군가산점제는 젊은 남성들을 군대로 유인할 정도의 보상책도 되지 못할뿐더러 국가가 돈을 들이지 않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장애인들의 취업기회를 빼앗아 군대를 다녀온 남성 중 극히 일부에게만 보상하는 가장 비열한 수법이다.

여성징집제와 군가산점제 확대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평등’에 대한 개념이 호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이 군대를 가니 여성도 가야 평등하다거나, 여성과 장애인의 취업기회를 차단하든 말든 남성의 군대경력을 가산점의 형태로 보상해야 실질적 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등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굳이 ‘평등’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하더라도 이는 ‘강제적 평등’ ‘기계적 평등’에 다름 아니다. 모든 다른 사회적 맥락을 떼어 놓은 채 진공방 속으로 ‘군대’만 잘라 와서는 군대를 남성만 가고 여성은 안 가니 불평등하다고 판정하는 것이다.

여성의 70%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그들의 임금이 정규직 남성의 40% 미만에 불과하고, 여전히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실해 여성의 경제참가율 곡선이 선명하게 M자를 그리는 상황에서, 여성에게 군대라는 또 하나의 짐을 얻어주는 것이 과연 ‘평등’을 말하는 것인가. 다른 취업기회가 막혀 상대적으로 공정한 공무원 시험에 여성들이 몰려 여성의 합격비율이 높다고 해서, 남성 역차별이니 이 분야에 남성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평등’이라 할 수 있는가?

평등, 군사주의와 영합할 수 없다

이러한 논리가 비단 보수 남성들 사이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 여성들이 군징집제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책임짐으로써 2등 시민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일부 여성계에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평등’은 단지 남성과의 동등함만을 집착하는 ‘협소한 평등’ ‘기계적 평등’이 아니다. 여성운동이 꿈꾸는 것은 현재의 가부장적이고 자본주의적이며 반평화적, 반생태적인 지배구조에 근본적인 반기를 드는 것이고 우리가 추구하는 ‘평등’은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흐름 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평등’은 군사주의와 영합할 수 없고, 폭력과 공존할 수 없다. 현재의 징집제에 여성이 동참하는 것은 군사주의 내의 평등, 폭력내의 평등에 다름 아니며, 국방에 대한 무비판적 기여를 통해 여성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평등’으로 미화된 ‘의무’, 실질적으로는 더 공고해진 차별이다.

이제 정기국회가 다가온다. 물론, 국회 내에서 군가산점제 부활에 대한 논의가 만만치 않게 일어날 것이다. 이번 논의부터는 한 차원 더 성숙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무엇이 ‘평등’인지, 군대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정싸움이 아닌 토론이 되기를 기대한다. 토론이 된다면 빗발치는 기자들의 전화가 괴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김기선미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  
        
2005-09-08 오후 3:43:14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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