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공부를 제안합니다]
변화하는 중동, 마주하는 우리를 위해
다시 중동평화공부를 시작합니다
신은 칼을 두드리는 대장장이가 아니다. ― 니자르 카바니,〈패배의 서에 대한 주석〉
2천년에 들어서 계속된 전쟁은 짓밟힌 평화로 돌아온 길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 ... 그 선혈의 뒷길은 무겁고도 무서웠습니다.
20세기를 거쳐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사이
가장 찬란했던 문명은 경직된 퇴행의 시간 속에 놓인 듯 보였습니다.
계속된 전쟁의 패배와 강대국의 지배와 개입은 깊은 좌절로 끌어들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서구가 그렇게 간섭할 때마다 중동 민중들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전진 또한 후퇴되었습니다.
외세와 독재와 전쟁은 변화될 수 없는 중동의 견고한 질서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어둠이 더욱 깊어지는 사이에도 전쟁과 평화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모든 것으로부터 이제 너희가 갈 때다. ― 마흐무드 다르위쉬,〈너희에겐 칼이, 우리에겐 피가〉
2011년 어느 날, 독재에 맞선 민중의 항쟁 ‘아랍의 봄’이 터져나왔습니다.
튀니지, 알제리,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예멘, 바레인, 요르단, 오만 등 중동 전역에서 일어난
이 갑작스런 민중들의 봉기는 새로운 세대들의 의해 오랜 시간 준비된 것이었습니다.
절반쯤은 분노에 못 이기며 ‘너희 땅의 독재를 왜 스스로 몰아내지 못하는가’ 이국의 사람들이 내뱉은 말에
아무 말도 못한 채 고개를 떨구던 중동의 민중이 기어이 목숨을 던지며 항쟁에 나섰습니다.
독재와 부패, 가혹한 인권 탄압, 빈곤과 빈부격차를 철폐하기 위해,
새로운 세상, 새로운 평화를 위해 그동안 숨죽이며 살았던 중동인들이
분노와 모멸감을 스스로 넘어서고 있습니다.
일찍이 중동에는 위대한 시인들이 있었습니다.
긴 어둠의 시기, 경직된 이슬람이 아닌 비판적 정신의 명맥을 이어갔던 이 망명 시인들은
강대국들의 침략만큼 근본적인 문제, 즉 중동-아랍 사회 내부의 문제를 비판해 왔습니다.
시인들의 시는 중동 각국의 독재정부로부터 판금되었지만
아랍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돌려가며 읽었고, 아랍의 가장 유명한 가수들이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폭력을 끝내기 위한 폭력의 불가능성 : 공부의 이유에 관하여
세계를 향해 ‘우리 편에 설 것인가, 그들 편에 설 것인가’
양자택일을 강요한 미국에게 타자화된 무슬림은 어떤 식의 반대가 가능한 것일까?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를 근절시키지 못했습니다.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반대가 의도된 것이라면 다음 선택은 무엇인가?
열강들은 수많은 전쟁을 ‘자유’, ‘평화’, ‘인권’,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 합니다.
이라크 전쟁도 이라크의 ‘항구적 자유와 해방’을 위한 전쟁으로 명명되었습니다.
자유를 위해 죽인다?,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를 지원한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배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설령 이를 믿는다 해도, ‘적’이 필요한 그들 역시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폭력을 끝내기 위한 폭력은 없다는 것을.
폭력은 이처럼 적/아 이분법을 만드는 구도 속에서 자라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선악을 명백히 나누는 명확한 이분법이야말로 우리의 감수성을 편협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유로운 선택과 비판의 공간에 대한 배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내부 비판과 반성력을 차단하는 이러한 구분은 폭력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소통을 배제하는 순간 폭력은 뒤따라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충돌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다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며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아마 자신의 관계에서부터 폭력의 구도에 위치시켜 내는 내적 성찰을 요청하는 일일 것입니다.
○ 2012~13년 중동평화공부의 커리큘럼
- 《아랍인의 역사》 앨버트 후라니, 심산, 2010
- 《근본주의의 충돌》 타리크 알리, 미토, 2003
- 《중동정치의 이해 1, 2, 3》 중동이슬람문명권 연구사업단, 한울,
- 《중동종교운동의 이해 1, 2, 3》 중동이슬람문명권 연구사업단, 한울,
- 《이슬람, 그들은 누구인가》 가토 히로시, 고도, 2001
- 《중동의 비극》 배리 루빈, 한울, 2007
○ 중동평화공부는
- 책을 미리 읽고 발제를 통해 중심 내용과 평가 등을 정리하며 함께 토론합니다.
- 1달에 1회 공부모임을 가지며 3시간 정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 첫 모임 : 2012년 9월 12일 (수) 7시
- 문의 : peace-ground@hanmail.net (평화바닥 염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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