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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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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화 농성일지] 12월 23일
농성 삼십 팔 일 째


날이 많이 차졌다. 아침에 어김없이 천막 앞에 있는 비닐커버에는 얼음이 얼어있고 천막 지붕 비닐이 약간 찢어졌는지 잠을 잘 때면 머리 위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햇볕이 있는 쪽은 그나마 낫지만 그늘 진 쪽은 꽤나 춥다. 하기야 시간이 12월 중순을 넘어 말경으로 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완연한 겨울이다.

전범민중재판이 끝난 후 살람과 하이셈과 함께 나머지 일정을 소화해 냈다. 주로 이라크에 있을 때 살람과 함께 기획했던 「이라크 평화배움터」를 소개하고 함께 하자고 설명했던 자리였다. 여러 개인과 단체에서 관심을 가져주셨고 몇 몇 단체는 함께 하자고 했다. 하지만 평화배움터가 이라크에서의 단기적 사업이 아닌 오년 십년을 보고 하는 일이다 보니 많은 준비도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부담감이 커져간다. 눈앞에 닥친 한국군 추가파병 연장 동의안 투쟁도 대중적인 힘을 끌어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것과 겹쳐서 요즘은 조금 의기소침해져 있는 것 같다. 이래서는 안 되지 하면서 머리를 도리도리치지만.......

저번 달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온통 국회 앞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수많은 단체와 개인, 아니 시민운동영역에 있는 운동의 동력 전부가 매달려서 낯설면서도 진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이십일 전부터 대규모 단식단을 꾸리기 시작하더니만 최근에는 거의 천명 이상의 단식단을 꾸려서 초유의 곡기(穀氣) 끊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 앞 농성장의 행렬도 진풍경이지만 이 또한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국가보안법이 이 사회 내에서 없어져야 한다는 시민운동진영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같은 경우에는 내가 대학 새내기 때부터 참으로 치열하게 싸웠던 주제 중 하나였는데 여전히 그 국가보안법이 살아 숨쉬고 있어서 십년이 지난 2004년 이 겨울에 국회 앞에서 천명 이상의 사람들을 굶게 만드는 것을 보면 정말 끈질긴 법인 것 같다. 그 악명이 높을수록 오래 사는 것일까? 근데 이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를 목 조르고 수많은 사람들을 억누르며 사회를 반공과 친공의 사회로 비정상적으로 갈라놓았던 개떡 같은 법이 또 올 해를 넘기려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파병반대를 같이 외칠 많은 친구들이 그 쪽으로 가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내심 안타까운 부분도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국가보안법이라도 폐지가 되길 많이 바랬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주부터 농성의 프로그램을 다양화시켜서 그동안 혼자서 쭉 일인시위를 했었는데, 오전 두 시간 동안만 내가 담당하고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저녁에는 지하철역 앞에서 선전전도 하고 그 후에는 천막 앞에서 촛불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어제는 수원에서 기소인 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오셔서 정말 활기를 띠면서 농성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오전에 뒷 순번의 일인시위자가 오지 않아서(우씨! 반성하라! 공**씨) 세 시간을 서 있었는데 그 뒤에 수원에서 오신 별이아빠와 기은씨를 비롯한 수원지역 기소인이 4분이 더 오셔서 국회 앞에서 파병연장동의안 반대를 위한 피켓이 여섯 개가 여기저기에서 서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분들은 일인 시위뿐만 아니라 오후 시간에 여의도 전철역으로 가셔서 한 시간 동안 퍼포먼스도 진행하셨고 그리고 저녁에 지하철 역 앞에서 한시간동안 침묵시위도 하였고 마지막 촛불집회도 참석하셔서 하루 종일 국회와 여의도 일대를 파병연장 동의안 반대의 목소리로 채워주셨다. 혼자서 하는 일인시위도 나름의 의미와 재미가 있지만 역시 같이 하는 시위는 힘이 불끈불끈 난다. 먼 수원에서 오셔서 저녁까지 힘차게 그리고 재밌게 잘 농성을 하시다가 가신 별이 아빠와 기은씨를 비롯한 여섯분의 수원기소인 여러분들 정말 수고 하셨어요.

그제 저녁에는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의 활동가이자 존경하는 형인 미니형이 자고 갔다. 늦게 왔지만 항상 맑은 웃음을 지으며 󰡒동화씨! 저 왔어요.󰡓하면서 천막의 문을 열었다. 그 웃음에 그날의 피곤도 있은 체 󰡒형, 술 한 잔 하자.󰡓 짧은 술자리에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역시 미니형이다. 많은 것을 또 배웠다.

그제 살람과 하이셈이 3주간의 한국일정을 마치고 이라크로 떠났다. 사지(死地)에서 와서 다시 사지(死地)로 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뭔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가는구나. 가는구나. 다시 이라크로 돌아가는 구나. 전기도 전화도 의약품도 안전도 없는 이라크로 다시 돌아가는구나. 그래 가는구나. 다시 볼 수 있을까?󰡑
작년과 올해 두 번에 걸쳐서 이라크에 다녀왔지만 한번도 누군가를 이라크로 보낸 적은 없었다. 항상 가기만 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올해의 이라크의 사정을 알고 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해지고 슬픔과 비극이 계속되는 이라크라는 걸 알기에 마지막으로 살람을 공항 출입구에서 포옹하면서 서로의 등을 두들겨줄 때 왈칵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 살람과 하이셈은 다시 그 곳 이라크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겠지. 그리고 살아가겠지. 나도 무언가를 계속 해야지.󰡑

내일이면 크리스마스 이브이고 2004년 말로 치닫는다. 많은 사람들이 손에 선물을 들고 가정으로 돌아갈 것이고 많은 한국의 어린이들이 선물을 기대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 안에서 지구 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그리고 비극을, 기억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 나에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살람 알라이꿈 알라이꿈 살람(평화가 그대에게 그대에게 평화가)

사진 1) 수원 기소인들이 보여준 퍼포먼스



사진 2) 바끼통 회원들과 함께 한 살람과 하이셈



사진 3) 지하철 이동 중 피곤해서 졸고 있는 살람과 하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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