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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창근] 버마는 절망을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버마는 절망을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 아름다워 더 슬픈 나라, 군사독재의 버마

염창근



▲ 버마 양곤 인근. 버마에서는 아름다운 강과 평원과 하늘을 만날 수 있다. (사진=염창근)   


버마,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한


버마(미얀마)는 미지의 나라다. 일단 다가서기가 우선 어렵고 다가선다 해도 마주하기가 어렵다. 정부가 외국인의 입국 자체를 싫어하는 폐쇄의 공간이다. 그래서 그 흔한 여행기조차 이 나라에 대해서만은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버마는 아웅산 수치 여사의 지난한 독재와의 투쟁으로만 표상되거나 북한과 비슷할 것이라고 여겨질 뿐 실제 버마의 모습은 어떤지 볼 수 없었다.
버마는 50년간이나 군사독재의 철권통치가 지속되었다. 20년이 넘도록 의회가 없었다.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단어는 책에서도 신문에서도 심지어 사사로운 식탁에서도 금지되어 있는 곳.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강제노동, 강제이주, 강제몰수가 정부에 의해 자행된다. 대부분의 버마 사람들은 극심한 가난에 처해 있고 어린이들 절반 가까이가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나라다. 그만큼 버마는 오랫동안 나라 전체가 거대한 감옥처럼 결박당해 있었고 외부로부터의 접근이 제한되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적이 없는 군사정부는 그래서인지 국민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조차 없다. 그것도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국민을 아예 노예로 생각하는 정부다. 왕정국가도 저리 가라다. 국민을 부려먹고도 온갖 세금을 동원해 뜯어먹을 궁리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도로도, 전기도, 수도도 뭐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는 온통 엉망인 나라.
만일 낮에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버마를 내려다본다면, 당신은 분명 이 아름다운 땅을 감탄할 것이다. 버마 역시 개발되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드넓은 평원이 펼쳐지는가 하면, 넓은 강이 잔잔히 흐르거나 아니면 굽이굽이 산천이 이어진다. 그 속에서 대부분의 버마인들은 농사를 짓고 아무렇게나 가축을 풀어 기르고 강에서 고기를 잡는다. 그러나 만일 밤에 버마를 내려다본다면, 양곤 시내를 제외하곤 아무런 불빛조차 없는 암흑의 버마를 볼 수 있다. 혹은 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다른 곳을 이동한다면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는 것도 잠시, 덜컹거리는 차에 엉덩이를 붙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그리고 마치 숨 죽여 지내는 것 같은 버마 사람들의 침묵이 아름다운 땅과 대비되어 더 쓸쓸해 보이기 시작한다면, 늘 따라다니고 있을 것만 같은 감시의 눈을 무의식적으로 의식하며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신경쓰기 시작한다면 이 땅에 있는 것 자체가 고단한 여정이 될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위험하며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위험하며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위험하다는 지적을 계속 받다 보면 도대체 원래부터 여기에서 살던 사람들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신기해 보인다.


▲ 버마에서 가장 큰 도시 양곤에서 1시간 떨어진 마을이지만 오지에 온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사진=염창근)


▲ 버마는 대부분 수도도 없다. 마을 사람들은 연못의 물을 길어 쓴다. (사진=염창근)


▲ 소형 발전기. 버마 정부는 전기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사람들은 자비를 들여 발전기를 사야 한다. (사진=염창근)

도시에서도 일자리는 없고 대학을 나와도 할 일이 없다. 설령 일자리가 있다 해도 턱없이 낮은 임금에 일할 의욕이라곤 생기지 않는다. 고생해서 그 돈을 받느니 그냥 텔레비전이나 보거나 요행을 바라거나 구걸을 하는 쪽을 택한다. 버마에서 가장 큰 도시 양곤에서도 전기와 수도는 아주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어 집마다 자비를 들여 발전기를 돌려야 하고 물도 사서 먹어야 한다. 물가도 싼 편이 아닌데 버마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양곤조차 일찍부터 어둠이 짙게 깔린다.
유일하게 사원들에서만 버마인들은 숨 쉬는 것만 같았다. 마치 공원처럼 사원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둘러앉아 음식을 먹거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조용히 기도를 하는 버마인들이 있었고 거기서만 미소를 짓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버마의 속내는 그렇게 공기조차 무겁게 느껴졌다.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며 유난히 빠르고 짙게 깔리는 그 어둠만큼이나 앞이 보이지 않았다. 큰 병에 걸린 환자처럼 아픔과 슬픔이 가득 흐르는 것 같았다.


상처 깊은 땅, 버마는 절망을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우리(버마 어린이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가 세 번째로 도서관을 지원할 예정인 따비에깐은 양곤에서 자동차로 겨우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마을이지만 가는 길은 흙먼지의 꼬리를 달고 가야 하는 비포장도로다. 아름다운 버마의 시골 풍경과 마을을 보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고생은 해야 한다는 듯 아무런 사회기반시설이 없었다. 평원 위로 놓여 있는 외길에 다른 차량은 하나도 없어 덜덜거리는 차는 마음껏 달렸지만 몇 대의 오토바이를 제외하곤 이곳에는 아무런 근대적 시설도 물건도 없었다. 따비에깐은 양곤 근교의 작지 않은 마을이지만 오지라고 불러도 될 만큼 큼직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옛날 옛적의 모습이었다.
마치 시공간을 점프라도 한 듯 일순간 과거의 어느 때 어느 공간으로 들어와 있는 착각에 빠졌다. 세상의 현재 시각과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마을 사람들은 연못의 물을 길어 사용했고 어둠이 깔려도 한참이 지나서야 전등 하나 밝힐까 말까 했다. 그 어둠 속에서 서로를 응시하며 대화가 이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오늘날 버마의 정치와 사회에 대해 불만과 불안을 드러내었다. ‘버마에는 희망이 없어요.’
우리가 지원한 첫 도서관이 있는 양곤 시내 바한 마을에서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우 아저씨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우 아저씨는 젊었을 때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교육자였다. 그러나 오래 전에 더 이상 군부와 관계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후 공교육의 교육자 생활을 접었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뛰었고 한국의 친구들이 도서관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망설임 없이 자원해 일했던 버마인이다. 늘 밝은 웃음과 유머로 많은 이야기를 해 주는 우 아저씨도 버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버마의 젊은이들에게서 활기가 사라지고 있다.’ 버마의 젊은이들은 배우려고도 일하려고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 앞에서 축구 경기 아니면 연예나 드라마를 보는 것밖에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절망만이 깊이 배여 있다고 했다.
정치에도 관심이 많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는 버마의 한 젊은 여성도 같은 대답이었다. 버마에는 합법적인 사회단체를 만들 수도 공개할 수도 없어 언제나 비공개로 활동할 수밖에 없지만 많은 활동 단체가 있다고 했다. 2년 전에 쓰나미가 와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이 처했을 때도 이 단체들은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이제 싸우려 하지 않는다고, 정부의 총을 너무 무서워한다고 했다. ‘목소리조차 내기 두려워해요.’
그러나 한편 수치 여사의 석방으로 살짝 들떠 있었다. 수치 여사가 활동을 재개하면서 희망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주었다. 그동안 학생들이 나서 싸우기도 했고 스님들이 나서 싸우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했기에 사람들이 이제 체념하는 분위기였지만 조금씩 옛날 기억을 해내는 사람도 생겨나고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 첫 번째로 도서관을 지원한 바한 마을의 절 학교. 여기에서는 고아들이 지낼 수 있다. 많은 절이 학교를 다니지 못하거나 고아인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현재 3천여개). 소수민족을 포함해 150여명의 고아가 이 절에서 지낸다. (사진=염창근)   


▲ 양곤의 한 동네에서 1주일간 무료로 버마 쌀국수를 제공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버마 사람들은 스스로 비어 있는 곳을 채운다. (사진=염창근)

에이즈 말기 환자들의 쉼터에 방문한 수치 여사를 보기 위해 일찍부터 수많은 버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거기엔 수많은 젊은이들의 인파가 있었다. ‘수’(수치 여사)를 외치는 그들에게 수치 여사는 마지막 희망처럼 부여잡고 있는 그 무엇처럼 보였다. 스스로 일구지 못하고 상징적 인물에 기댄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들에겐 현재의 분위기를 바꿀 다른 방법은 찾아내기 어렵다는 듯 그녀를 소중히 했다. 그렇게 이들은 조금씩 열정을 되찾고 있었다.
라오스는 외부가 뿌려놓은 집속탄이 문제라면, 버마는 내부의 군사독재가 문제다. 공공 보건과 교육은 경악할 수준이고 구성원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지쳐가고 사회는 모든 종류의 폭력에 만성이 되었다. 얼마간의 자유라도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하지만 이조차 대부분의 버마 사람들에게는 불가능의 영역이다. 장기간 군부의 지배하에 자유 없이 살아온 많은 평범한 서민들은 신체적 고통과 함께 깊은 피로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버마 사람들은 상대가 적이 아님을 확인하고 나면 곧바로 미소를 보여 주었다. 처음부터 간직하고 있던 미소였지만 숨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고 엉망이고 지저분하고 불편하지만 이들은 그 모든 빈 곳들을 스스로 채워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눔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내며 자신의 영혼을 지켜가고 있었다.
버마는 암흑의 땅이지만 어쩌면 계속해서 투쟁하고 있었다. 존엄한 생존의 투쟁을 쉼없이 계속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평화와 자유의 뿌리가 무엇이고 인권과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오히려 더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노력 없이 이러한 것들은 성취될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암담함 속에서 무엇을 할 수가 있을까 하는 나의 의문은 외부인의 제멋대로 관념이었다. 변화가 시작되었을 수도, 아직 아닐 수도 있다. 아웅산 수치가 에이즈 말기 환자 쉼터에서 수많은 버마 군중에게 말했듯 다시 조금 열리기 시작한 변화가 앞으로 무엇이 될지는 다시 버마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간 것이다.

“불교에서 인간은 마지막에 있는 고귀한 존재입니다. 우리 버마인들은 고귀한 인간이길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시작합시다. 더 열심히 살아갑시다.”


▲ 에이즈 말기 환자 쉼터를 방문한 아웅산 수치 여사. 수많은 취재진과 더불어 많은 버마인과 젊은이들이 수치 여사를 보기 위해 일찍부터 모여 있었다. (사진=염창근)


* 평화바닥 회원인 염창근님은 '버마어린이교육을생각하는사람들','따비에','평화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 등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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