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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창근] 제주 강정, 지금 이대로가 평화


제주 강정, 지금 이대로가 평화

염창근



▲ 강정 구럼비 바위와 중덕바다 * 사진출처=강정마을카페http://cafe.daum.net/peacekj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마을


여기에선 어디로든 눈을 돌려도 천혜의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 강정의 중덕 해안이라 불리는 이곳은 1200m에 이르는 한 덩어리 바위인 구럼비가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 강정의 바당(바다의 제주도말)이 드넓게 감싸고 있다. 오랜 세월 파도는 구럼비 바위에 굽이굽이 자연의 주름살을 만들어냈다. 곳곳에는 한라산에서 내려온 용천수가 샘 솟고 강정천을 비롯한 물줄기들이 바다를 향해 흐른다. 그래서 강정은 제주올레 코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7코스의 중심이며, 예부터 제주 최고라는 뜻의 일강정(一江汀)으로 불렸다.
여기에 텐트를 치고 자는 강정지킴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최고급 호텔이라고 치켜세운다. 모두 구럼비 바위와 강정 바당 때문이다. 매일매일 자연이 선사하는 눈부시고 웅장한 작품이 새롭게 걸린다. 온종일 구럼비 바위에 앉아 바다를 쳐다보고만 있어도 넋을 잃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구럼비 바위와 앞바다는 수많은 해양생물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바위 위에는 암반습지가 있고, 강정 앞바다에는 연산호 군락지가 있다. 여기는 생태 보물이어서 돌고래도 자주 찾는다.  
그러나 이곳은 단지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나누며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왔다. 단지 땅과 바다에 농사를 짓고 물질을 하는 것 외에는 인간의 개발도 개입도 없었다.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곳임을 잘 알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오랜 세월 훼손 없이 이곳을 지키며 보존해 왔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이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지내면서 닮아버린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마을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감동을 주며, 그 누구로부터도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이라는 3가지 영예를 동시에 얻은 곳이다. 더욱이 강정 앞바다는 경관이 아름답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서 절대보전지역, 해양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도립해양공원 등 수많은 법령으로 엄격하게 묶여 있다. 수많은 규제와 보호 법령들은 마을의 개발과 발전을 막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주민들은 이를 명예로 여기며 마을을 사랑해 왔다.






해군기지로 산산조각 나는 자연과 마을 사람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시끄러워진 것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해군기지 건설 문제 때문이었다. 해군이 화순과 위미에서 주민의 반대로 기지 건설 계획이 무산되자 강정을 갑자기 제시했다. 2007년 4월 1900명 강정 주민 가운데 87명이 몰래 마을총회를 열고 기지 유치 결정을 내렸다. 해군이 당시 마을회장과 몇몇 주민을 획책하고 조장한 결과였다. 강정 주민들은 이 같은 사태에 격렬히 분노했고, 당시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총회를 다시 열었다. 그 결과 주민 94%가 기지 건설에 반대했다. 하지만 제주도와 해군은 이를 무시한 채 기지 건설을 추진했고 보호구역을 아무 절차 없이 해제했다. 올해 초부터는 6미터 펜스를 설치해 접근을 봉쇄하는 작업과 함께 공사가 시작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강정 해안의 구럼비 바위와 바닷가 생명들의 신음소리를 듣는 일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천혜의 자연을 지닌 보호구역이 군사기지 시설로 인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되고 있음에 분노했다. 구럼비 바위와 진입로에 농성장을 설치했고 해안을 따라 텐트를 치고 지내기 시작했다. 바위를 깨부수려는 불도저 밑에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단식투쟁을 하고 쇠사슬에 몸을 묶으며 싸웠다. 그러면서 두들겨 맞고 소송이 걸리고 벌금형을 받고 체포되고 감옥에 갇혔다.
해군과 정부의 행태는 비열하기 짝이 없었다. 회유와 매수로 마을의 의사결정을 조작한 이래 주민들을 협박하고 이간질시켰다. 해군은 찬성 측 주민만을 대접하면서 공사 인부를 마을 출신자들을 고용하는 등 주민들끼리 싸움을 붙였다. 그 사이 마을 공동체는 철저히 파괴되었고 명절에도 마을의 경조사에도 같이 지내지 않게 되었다. 자연을 닮아 더불어 정겹게 지내던 이웃들이 인사도 나누지 않는 지경이다. 그 괴로움으로 마을 주민 3/4이 정신건강 이상이 발견되었고 절반이 자살충동을 겪었다.


이곳은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다


해군은 국가안보를 위해, 남방해역을 보호하기 위해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고 지금까지 남방해역에 군사적 위협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가상의 위협을 상정하더라도 외교로 해결되지 않고 군대가 움직이는 상황까지 간다면 제주 해군기지 따위로 해결될 수준이 이미 아니다. 치안은 해경의 역할이다. 따라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편입될 수밖에 없는 제주 해군기지는 오히려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만 유발시킬 것이다. 이미 중국은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여러 차례 심각한 유감을 표명해 왔다. 평화의 섬 제주에 평화가 사라지는 결과는 필연이다.
또 해군은 기지가 생기면 지역 경제에 발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역시 주민을 호도하는 말일 뿐이다. 군사기지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었다는 이야기는 어느 곳에도 없었으며 오히려 기존 경제적 기능들이 급격히 상실되었다. 평화의 섬 제주에 어업과 관광업은 군사기지와 양립할 수 없을 것이기에 발전은커녕 지역 경제에 중요한 가치만 잃을 것이다.
강정 주민들은 4년이 넘도록 외롭게 싸웠다. 해군은 주민들에게 땅과 바다를 어서 팔라고 한다. 바다와 땅과 하나되어 살아간 이곳 사람들은 이 자연이 누구의 소유물도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누가 무엇을 판다는 말인가. 그런데 지금 강정은 공권력에 의해 강제 몰수당하고 자연과 평화가 파괴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상 가장 중요한 생태계 중 하나인 강정 앞바다와 해안을 쓸어버리고 콘크리트로 덮어버리려 한다. 16만평 넓이에 1조원의 세금을 들여서.  
왜 제주도에 수많은 관광객과 순례자들과 해양과학자들과 촬영팀들이 방문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제주 곳곳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마는 강정 마을 사람들은 자신있게 말한다. 강정에 방문만이라도 해달라고, 그러면 왜 여기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너무 늦은 걸음에 미안해하며 연대의 인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정을 이대로 두자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대로가 평화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강정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일이다.












* 평화바닥 회원인 염창근님은 '평화도서관 나무', '버마어린이교육을생각하는사람들','따비에' 등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에서 함께 활동 중입니다.
* 이 글은 '우리와 다음'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꼬미
 :::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저 강정마을 관련해서 어디에 짧게 쓸 원고가 있는데, 창근씨 글 좀 참고할께요..   

염창근
 ::: 네.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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