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바닥
[국제서명캠페인] 군비 대신 보건 의료에 투자하라
세월호 참사 6주기 추모의달 공동행동
314 기후위기 비상행동 온라인 행동에 함께해요~
평화바닥 2020년 총회 합니다~(4/10)[재공지]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파병 반대 평화행동(1/18)
[이라크와 중동의 평화]
[평화공부ㆍ평화교육]
[평화군축ㆍ평화행동]
[평화연구 군사주의대응]
[버마 어린이교육 지원]
[평화도서관 만들기]
[자료실]

[세월호 기억하기 도서] '잊지 않겠습니다'를 읽고
[세월호 기억하기 도서]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읽고
[세월호 기억하기 도서]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세월호 기억하기 도서] 가까스로 인간이고자 하는 12개의 이야...

바닥의 시선 Sights of Ground


0
 122   7   2
  View Articles

Name  
   평화바닥 
Subject  
   [임유진] 당신의 신앙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신앙은 무엇입니까

임유진



드라마 「스킨스」의 한 장면, 무슬림 소년의 이름은 '앤워'이다.
  

무슬림 소년이 있다. 그의 절친은 게이. 친구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무슬림인지라 동성애는 영 아닌 거다. 그래서 무슬림 소년은 가족에게 친구의 성정체성을 숨긴다고나 할까 굳이 밝히지 않는다고나 할까, 암튼 그렇다. 게이 친구는 그게 싫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그의 가족에게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하니까. 무슬림 소년의 생일날, 게이 친구는 자신이 게이임을 무슬림 소년의 아버지에게 말할 때까지 그 자리에 나가지 않겠다고 한다. 진실을 밝힐 것을 두려워하며 계속 친구의 요청을 거절하던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 그리고 소년의 게이 친구는 마침내 만나게 되고, 무슬림 아저씨는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게이임을 알게 된다.

““아빠, 맥스 게이예요.”
아들 말은 들을 척도 안 하고 아들의 친구를 반기는 아버지.
“아빠, 내 말 들으셨어요?”
계속 들은 척도 안 하고 아들 친구에게 어서 들어와 음식을 먹을 것을 권하는 아버지.
“……향신료도 많이 넣었단다……”
이때 게이 친구는 제 입으로 커밍아웃을 한다.
“아저씨, 저 게이예요. 항상 그랬어요.”
“……이 세상이란 게 참 거지 같지. 난 나의 신을 모신단다. 매일 그분의 말씀을 듣지. 어떤 일들은 내가 어쩔 수 없어.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지. 알겠니? 그것들이 틀린 일인 건 알지만 언젠가 내가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야. 난 그런 믿음 있어. 바로 신앙이라고 하는 거지. 난 운 좋은 사람이야. 들어오렴, 맥시. 음식이 다 됐단다.”

자나깨나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신앙’이라는 말 자체를 내다 버리고 싶던 적이 있었는데…… 언젠가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라는 믿음, 그것이 자신의 신앙이라고 말하는 무슬림 신앙인을 만났다. 「스킨스」라는 영국 드라마에 나오는 맥시와 앤워, 그리고 그의 아버지 얘기다. 무슬림이 보여 주는 이런 신앙이라니……. 그렇다면 도대체 지금 도처에 널린 십자가들은, 혹은 십자가 비슷한 것들은, 과연 어떤 신앙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조금 궁금해졌다. 이 많은 신앙인들도 과연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게 될 거라고 믿는 마음, 그런 신앙이 있을까.

세상에는 이해받지 못하는 믿음, 꺼려지는 삶의 방식, 그로 인해 내쳐지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에 출간된 병역거부자의 기록,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에서 지은이는 이런 말을 했다. “이 작은 책 하나를 쓰면서도 지금까지 묵묵하게 신념을 지켜 오신 분들의 삶이 가진 무게가 버거웠다. 그 무게를 안고 살아오셨던 분들에게 머리를 숙인다”고. 그 문장을 읽는 내 마음에도 무언가 무거운 것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냥 이해받는 삶을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면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어머니 아버지 가슴에 대못을 박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그러나 이런 나의 아쉬움은, 이런 나의 바람은 의미가 없다. 그가 그의 이전 사람들에게 그러했듯이, 나도 그저 그의 삶의 무게에 가만히, 고개 숙일 따름이다. 대학에 들어간 첫해,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서명을 받으러 다닌답시고 사람들에게 서명용지를 들이밀 때, 그때 나에게 날카롭게 쏘아대던 사람들의 눈빛과 송곳 같던 말들을 떠올리며 실제로 병역거부를 한 사람들이 감내해야 했을 고통을, 그 막막했을 두려움을 감히 상상해 볼 따름이다.

나는 아직 세상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많다. 싫은 것도 많고 싫은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싫다는 것이 그들이 고통을 받을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상식 정도는 내게도 있다(그렇다. 그것은 ‘상식’이다). 세상에 자기가 믿는 것과 다르다고 남을 아프게 할, 그런 자격 가진 신앙은 없다. 그래서 말인데, 세상에 좀더 많은 사람들이 좀더 많은 믿음들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질 수는 없는 걸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나와 다른 신념들을, 나와 다른 생활방식들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마음. 진정 그것이 우리의 신앙이 될 수는 없는 걸까(아니라면, 최소한 우리의 상식이라도 될 수는 없을까……).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 그의 마음 속에는 어떤 신념이 자리잡고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본다. 나의 신념에 대해, 나의 믿음에 대해 나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나와 다른 너에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남에게 나는 과연 어떤 얼굴로 대할 수 있을까. 병역거부건, 성적 취향이건 나와 달라도 너무 다른 남을 나는 어떤 얼굴로 기꺼이 만날 수 있을까. 하라는 사람보다는 하지 말라는 사람이 더 많은 삶을 기꺼이 택하는 사람들……. 정말이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이해력보다, 모르는 것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을 갖고 싶다.

“전쟁의 기운이 높아질수록, 병역거부의 의미도 더욱 뚜렷해진다. 내가 잡은 총이, 내가 하는 훈련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는 병역거부자들의 이야기가 전쟁의 시기만큼 명확해질 때도 없기 때문이다.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이 쏜 총에 맞아 죽어갈 이들이 과연 누구인가를 묻는다.” (임재성,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 「책을 내며」 중에서)

대한민국에서 병역거부자들이 받는 공격은 지나치게 원색적이고, 필요이상으로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신념일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무지 살 수 없는 신념. 그 신념 때문에 공격받는 사람들이 안쓰러웠다. 그리고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보다, 자신으로 인해 혹 고통받게 될지도 모를 누군가를 더 많이 생각한 평화운동가 임재성의 마음, 그와 같은 선택을 한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은 안타까운 한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소중한 마음, 그의 삶, 그의 신념, 그의 책이 세상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게 나의, 그리고 당신의 신앙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 평화바닥 후원회원인 임유진님은 <도서출판 그린비>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도서출판 그린비>의 블로그(http://greenbee.co.kr/blog/)에 포스팅된 것입니다. http://greenbee.co.kr/blog/1334?category=4




no
subject
name
date
hit
*
102
  [여옥] "집속탄 '부끄러움의 전당' 5위 한국, 국제적 관심 받아"

평화바닥
2011/10/04 2851 278
101
  [성주] 영화 <천안함>과 KAL858 : ‘경합하는 진실’에 대한 사유

평화바닥
2011/04/24 2790 279
100
  [여옥] 포스코, 인도의 '용산'을 만들려 하는가

평화바닥
2010/02/24 3347 282

  [임유진] 당신의 신앙은 무엇입니까

평화바닥
2011/04/06 2552 284
98
  [염창근] 제주 강정, 지금 이대로가 평화 [2]

평화바닥
2011/08/31 3407 284
97
  차세대 전투기 사업(FX)의 문제들

평화바닥
2013/07/09 4314 286
96
  [날맹/염] 세계 최대 집속탄 피해국 라오스, 아름다워서 더욱 슬픈

평화바닥
2010/11/24 2840 287
95
  [여옥] 몸보신이 필요할 때 <채식속으로 Go!Go! 4편> [1]

평화바닥
2009/05/31 2503 288
94
  [날맹] 위계질서와 닫힌 관계

평화바닥
2011/08/15 2851 290
93
  [염] 벽들 : 예루살렘, 베들레헴, 잘라존의 벽 - H에게

평화바닥
2009/12/16 3169 293
92
  [여옥]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채식속으로 Go!Go!5편>

평화바닥
2009/08/08 2811 306
91
  [여옥]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전쟁에 대한 물음

평화바닥
2010/07/31 3380 312
90
  [물꽃] 피임, 임신 공포, 낙태, 산부인과...에 관한 이야기

평화바닥
2010/09/03 2665 317
89
  [물꽃] 나는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질문과 풀리지 않는 대답 ― 베트남과 캄보디아 사이를 걷다

평화바닥
2009/10/07 2603 318
88
  [여옥] 다른 존재의 고통을 딛고선 삶을 돌아보며 <채식속으로 Go!Go! 3편

평화바닥
2009/03/17 2460 319
87
  [물꽃] 귀화 외국인에 대한 ‘서약서’ 강요

평화바닥
2011/01/07 2814 322
86
  [날맹/염] “나는 지뢰ㆍ집속탄 금지운동에서 젠더 문제가 가장 중요해졌다”

평화바닥
2010/11/24 3079 324
85
  [임유진] 이게 다 주식때문? 우리집에 '볕뜰날'은 없다!

평화바닥
2012/01/20 4334 327
84
  [염창근] '아이티'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돌아보며

평화바닥
2010/02/20 3308 328
83
  [염창근] 아래로부터의 국제법

평화바닥
2012/03/09 4247 337
[1] 2 [3][4][5][6][7]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Zetyx
평화바닥 |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3-2 망원동새마을금고 5층(월드컵로25길55) | 찾아오는 길
070-7723-0320 | peace-ground@hanmail.net | http://peaceground.org | 회원가입
후원계좌 | 국민 527801-01-109307 염창근(평화바닥)ㆍ우리 526-227273-02-101 염창근ㆍ농협 079-12-711224 조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