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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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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 지수 엄마의 제도 이용 좌절기


지수 엄마의 제도 이용 좌절기

비겁한 억울함, 또는 불합리함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

원주

지수 9개월 때의 모습을 신나게 쓰던 게 엊그제인데, 내일 모레면 지수는 이제 16개월에 접어든다. 문갑을 잡고 겨우겨우 서던 지수는 이제 내리막길도 타박타박 걸어 내려가고 깨끔발을 딛고 문고리를 당겨 문을 닫을 만큼 컸다. 아이가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동안, 나의 엄마 노릇은 여전히 어설프다. 아직도 혼자 포대기를 못 두르고-아마 지수가 다 클 때까지 익숙해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아직도 육아의 원칙을 세우지 못했고 아직도 남편과 육아와 가사 분담의 문제로 갈등이 잠복 중이며 아직도 직장과 집 사이에서 허둥대고 있다. 이 와중에 분가를 할 것과, 지수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딸의 치료비를 지급하지 않은 보험 회사에 불만을 품고 복수극을 꾸민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를 보았다. 보험료가 지급되지 않은 것은 약관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가입 후 90일이 경과되어야 보험료가 전액 지급되는데 아이가 병을 진단받은 것은 보험료 지급 기준일이 되기 하루 전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했고, 결국 죽고 말았다.
제도 적용에 있어 이런 피해자 아닌 피해자는 너무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불평등한 제도나 법을 논외로 하고,-난 어쩌면 주류 사회, 일반적이라고 이야기되는 삶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에 느끼지 못하는 제도상 불합리함 역시 논외로 하고,- 아무리 정제되어 있는 제도나 법이라 하더라도 모든 이들의 사정 하나하나를 살피기란 불가능하기에. 그러나 당사자로서는 억울함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때로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도 한다. 제도가 요구하는 자격에 아주 근소한 차이로 벗어나 있거나, 당신을 위한 제도라고 들이미는데 얻을 건 하나 없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한 마디로 내가 그렇다.

신혼부부용 주택, 양육비 지원, 아이돌보미 지원……. 여러 제도들의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나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일단 맞벌이를 하게 되면 양육비 지원 등의 기준이 되는 소득 수준으로부터 멀어진다.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난 기준과 거리가 없지 않아 있었고 그래서 쉽게 인정했다. 나보다 더 절실한 이들에게 먼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맞으니까. 기준과 거리가 먼 객관적인 지표를 가졌다는 건 가까운 사람들보다는 일단 여유가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억울해하는 이들이 얄밉기도 했다. ‘당신들보다 기준에 가까운 나도 인정하는데……. 가진 사람이 더하군.’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런 사람들이 제기하는 불만의 이유는 소득 수준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직장인들만 피해본다던가, 자기보다 더 가진 사람들이 소득을 속여서 혜택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부분은 제도가 정비되어야 할 부분이겠다. 그러니까 제도가 정비되어서 혜택받아야 할 사람들이 더 혜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지 상대적이긴 하지만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얌체같은 소리가 하는 것을 보면 배알이 뒤틀렸다.

그런데 ‘해당사항 없음’이 늘어가면서 나 역시 불만이 쌓여갔다. 기대하고 있었던 신혼부부용 주택 분양이었건만, 연봉 100만원 차이로 자격 기준이 안된다고 하니 이젠 정말 박탈감과 소외감이 제대로 들기 시작했다. 이건 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라고 해야 하나. 한동안 언론에 아이돌보미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마침 회사에서 야근이 많아진 시기라 반가운 마음으로 이용해 볼까 했다가 내실은 없으면서 홍보만 화려하다는 생각에 화가 난 상태로 해당 기관에 항의 전화까지 하고 말았었다. 아이돌보미를 검색하면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와 연결된다. 그곳에서 전국의 사업 현황이 나와있는데 이게 한발 느리다. 각종 출산 지원 정책, 보육 지원 정책과 마찬가지도 이것도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터라. 우리 동네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 문의했더니 세상에 ‘중앙’에서 제시한 보육료 등과 차이가 있는데다, 최근 바뀐 내용은 홈 페이지에 고시가 되어 있지도 않았다. 결론적으로 저렴하게 믿을만한 돌보미를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게다. 급한 사람은 나니까, 시중의 베이비시터 업체에 지불하는 가격과 큰 차이 없는 가격으로 그 서비스를 이용했다.

오늘은 어린이집을 검색해서 몇 군데 전화를 해봤다. 처음부터 하루종일 있으라고 하면 아이가 힘들어한다길래, 오전 다섯 시간 정도만 보내려고 알아봤다. 현재 정책상 두 살짜리의 보육료 상한액은 32만 7천원이다. 문의해본 결과,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오전반만 보내도 한 달 보육료가 30만원이라고 한다. 한숨이 나왔다. 보육시설을 검색하다 보면 평가인증을 받은 곳에 받지 않은 곳으로 나뉘었다. 이건 또 뭐야. 어린이집이 정부에 요청을 하면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인증을 해준다는 것인데, 난 그것이 얼마나 신뢰도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관리가 되는지 궁금했다. 해당 기관에서는 평가인증을 받은 업체는 어느 정도의 기준을 통과한 것이라고 추상적인 대답을 하며 어머님이 직접 가보시고 결정하라고 했다.-난 그 오지랖에 또 화가 났다. 내가 안가보고 평가인증에 기대서만 결정하겠다는 것이 아닌데…. 아이를 키우다보면 이런 부아를 돋우는 오지랖을 종종 만난다. 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으니 그건 다음 기회에 해야겠다.- 평가인증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물었다. 3년마다 갱신된다고 한다. 평소 관리 체계는 없다. 구립, 시립 어린이집 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마당에 내가 너무 순진한 기대를 했나 보다. 이제 막 시행되기 시작한 제도고, 보완되고 있는 중이라 그런 것일텐데, 당장 아이를 보내야 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믿을 구석 하나 잃어서 아쉽고 미온적인 ‘공무원’ 태도에 불신만 쌓인 것이다. 뭐라도 확실히 믿을 만한 것을 갖고 싶었던 건데.

여기에 회사까지 한몫을 더했다. 회사에 자녀 교육비 지원 정책이 있길래 확인해 보았더니 어린이집은 5세부터 지원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고 물었지만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성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5세 이상은 지원 대상이고 이하는 아닌지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그 제도를 인정할 것이 아닌가. 이유가 예상은 되나-보육료 지원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유치원이라는 교육 기관에 보내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겠지.- 그거라도 붙잡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성의 정도는 보여줘도 되지 않을까.
제대로 분개하는 나에게 두 아이의 교육비 지원을 받고 있는 상사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냐고 한다. 혹은 너무 늦게 현실을 알고 분개하는 거 아니냐고 어린 애 취급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런 일은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시오,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왜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 멍하니 있냐고, 난 이 문제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난 내 아이가 징병제에 희생되는 것에 반대한다고까지 나아갔다.-그냥 말하면 부담스러워 할 의견이겠으나, ‘내 아이’와 결부해서는 상관없어진다. 맥락이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이렇게 말하면 ‘덜’ 이상한 사람으로 보인다.- 엄마의 제대로 된 분개가 급식을 바꾸고 보육 시설을 바꿔온 힘 아니었던가. 많은 엄마들의 투쟁이 있어왔으나,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무엇보다 현실은 그렇다는 냉소와 아직도 팽배한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장땡이라는 인식의 벽이 낳은 질곡을 헤쳐가야 할 테다.


* 평화바닥 후원회원인 원주님은 세상을 만난지 얼마 안 된 지수의 엄마이며, 출판사에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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