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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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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깅] 동성혼에 대한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성찰 - [두 엄마]


동성혼에 대한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성찰

- [두 엄마] 를 읽고


희깅


“엄마는 누리아가 참 좋아.”
“알아.”
“그리고 누리아도 엄마를 사랑해…….”
말해야 할 순간이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야. 알겠니?”
“사랑하는 사이?”
“응.”
“남자랑 여자처럼?”
“응.”
“아! 알겠다! 그래서 둘이 같이 자는구나.”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둘이 뽀뽀도 해?”
“응.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아아.”
꼬마 카를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 140쪽

  
<두 엄마>의 주인공 카를라에게는 세 명의 엄마와 한 명의 아빠가 있다. 그리고 아빠와 새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동생과 세 명의 입양한 동생이 있다. 그럼 다시 세 명의 엄마는 누구? 마리아 엄마는 카틀라의 친 엄마이고, 누리아 엄마는 마리아 엄마의 동성 파트너이다. 카틀라는 마리아, 누리아 엄마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살아왔다.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에 말없이 마리아 엄마를 감싸 준 호안 아빠는 이혼하고 새 엄마와 결혼했다.

그러나 마리아 엄마가 꼬마 카를라에게 한 고백은 카를라에게 짐이 된다. 동성부모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누구에게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당연해 보이지만, 자기만의 고민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 된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고민은 점점 커졌고 두려움을 안고 친구들에게 설명해야 했으며, 더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카를라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게 지냈니?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러고는 카를라의 남편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적어도 세 명의 장모님을 잘 참고 견디겠노라고 웃는다.

동성혼과 다양한 가족모델을 만나다

세계 최초로 동성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2000년의 일이다.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등에서도 동성혼을 법제화하고 있으며, 미국 하와이,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주에서도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다. 2005년 동성혼과 입양이 법제화된 스페인에서 2006년 <두 엄마>가 나왔을 때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이 책이 동성커플의 딸인 작가의 자전 소설이기 때문이다. 1978년 스페인에서 동성애자를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위험법’이 폐지되기 한 해 전 작가의 엄마는 아빠에게 여자가 좋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두 엄마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27년 만에 엄마들은 결혼을 할 수 있었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긍정적 결말을 위해 엄마들이 결혼하는 것을 끝맺음 지었지만, 법안 통과로 픽션은 어느새 논픽션이 되어버렸다.

두 엄마는 입양을 결정하고, 새 가족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그 모습은 독자들에게 지금까지의 한국사회에서 보지 못한 가족모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이 동성 커플 가족, 특히 새롭게 가정을 꾸미고 자녀를 입양한 가족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한 예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의 <두 엄마>가 가지는 의미

한국에서 동성혼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성혼의 법제화는 동성애자에 대한 커밍아웃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정체성을 밝힘에서 일어나는 따돌림, 폭력, 강제치료, 직장에서의 해고 등 차별) 속에서 불가능하다. 아웃팅의 위험을 안고 사는 동성애자들에게 합법적 결혼은 공적인 영역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에서 차별금지대상에 ‘성적지향’이나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등의 조항이 삭제됐다. 따라서 동성혼 법제화 논의 이전에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해야 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견해다.

작가는 책의 에필로그에서 “내 개인 적인 경험과 동성 커플 가족에 대한 내 생각이 한국의 동성 커플 가족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 한국사회가 이런 현실을 다른 모든 것들처럼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래서 <두 엄마>를 읽는 것은 어쩌면 나와 다른 소수자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시도일 것이다.


[두 엄마 - 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지음 / 배상희 옮김 / 낭기열라 / 8000원



* 평화바닥 회원인 희깅님은 <프로메테우스>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프로메테우스4U>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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