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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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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 아파하거나 울지 않고 키울 수 있을까


아파하거나 울지 않고 키울 수 있을까


원주


변명
나는 육아 일기를 꾸준히 쓰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난 회사에 다녀서 혼자 있을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기 쓸 시간이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나 지수가 유난스러운가? 내가 너무 틈나는 대로 잠만 자는 건가? 매달 글 한 편 짧게 써 보내는 것이 무엇이 힘들까 생각하고 그리하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 글을 쓴다는 일 자체가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것이지만, 그것과는 또 별도로, 진짜! 투정 같지만 진짜! 손이 많이 가는 세 돌 이전 아기를 가진 엄마는 진짜! 글 쓸 여유 갖기 힘들다. 그리고 이제 막 9개월 들어선 지수는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아기와 집에 둘이 있게 되면 마음 편히, 아기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낫다. 화장실 가고 먹는 것 빼고, 인터넷을 하겠다거나 텔레비전을 본다거나 하는 것은 포기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9개월 지수
세 달 사이에 얼마나 많이 컸나 모른다. 태열이 있어서 6개월을 꽉 채우고 이유식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냠냠 잘 받아먹어서 기특하다 했더니 요즘에는 자꾸 먹으면서 딴 짓을 하려고 한다. 옷에 날린 끈이나 티슈 등등을 빨아먹는데 관심이 집중된다. 의자에 앉히고 식판을 올리면 식판을 마구 밀어낸다. 숟가락을 내 손에서 빼앗아 자기 손에 들고 마음대로 갖고 놀다가 홱 던지곤 한다. 과자도 아작아작 부숴 먹고, 사과나 배를 망에 넣어주면 쫍쫍 빨아서 먹는다. 구부정하게나마 앉는다. 오래도록 뒤집기와 재뒤집기로 이동하더니 7개월 무렵부터 기기 시작하여 이제 쉴 새 없이 긴다. 기다가 힘들면 쿠션에 이마를 대고 1, 2초간 쉰다. '엄머머머', '맘마마마', '빠', '아퐈' 소리를 곧잘 낸다. 아랫니 두 개가 뾰족 나왔다. 떼를 쓴다. 기고 싶으면 품 안에서 손을 휘젓고, 안기고 싶으면 기다가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우우~'한다. 울음의 뒤끝은 없다. 안아주기만 하면 뚝 그친다. 소리를 지른다. 좋아도 지르고 못마땅한 점이 있어도 지른다. 텔레비전에 누군가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 씨익 웃는다. 자기 보고 웃는 줄 아는지, 미소를 띠며 말하는 기상 캐스터를 보면 즐거워한다.
기기 전에는 자꾸 안겨 있으려 하는 게 힘들었는데, 이제는 차라리 안고 있는 게 편하다. 화장실이고 현관이고 기어가 온갖 것들을 빨려고 하고, 기다가 옷장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어설프게 선반을 짚고 서다가 뒤로 훌러덩 넘어가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한번은 좀 일찍 쉬고 싶어서 노는 동안 내일 먹일 이유식을 만들었다. 좀 위험한 포즈를 취한다 싶으면 달려가고 화장실로 기어가려고 하면 달려가고 했지만,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얼마나 찧고 이상한 건 또 얼마나 빨았는지. 그 뒤로는 지수 보면서 다른 일 하는 건 깨끗이 포기했다. 손이 닿는 곳의 범위도 점점 높아져서 처음에는 책장 맨 아래 칸만 치웠다가 이제 둘째 칸까지 비웠다.

사랑해 주지 않으면 울어 버릴 거예요
울면서 '엄머머머' 하긴 하지만, 엄마가 누군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단지 퇴근해서 돌아와 '지수야!'하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게 오려고 하거나, 짜증나거나 졸릴 때 특히 내 품을 찾을 뿐이다.
지수는 이제 밤에 잠이 들면 여섯 시간 내지 여덟 시간 깨지 않고 내리 잔다. (신생아 때는 용변을 봤거나 배가 고파서 밤에 자꾸 깬다.) 아주 가끔 뭔가 불편하면-덥거나, 이가 나려고 가렵거나, 무서운 꿈을 꾸거나.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깨서 보채는데, 엊그제 밤이 그랬다. 악을 쓰며 우는데, 그날따라 피곤하여 잠을 쉽게 이길 수 없기도 했고, 우는 원인도 모르겠어서 발을 구르고 뒹구는 걸 한 10초 정도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그 여파는 컸다. 잠결에 깼을 때는 잠깐 안아주면 다시 금방 잠드는데, 엄마가 빨리 안아 주지도 않고, "빨리 자라"는 분위기를 풍기며 힘겹게 안아 주니 서러웠나 보다. 안겨서도 울고, 겨우 재워서 품에 안고 있음에도 자면서 몸서리치며 울었다.
어떻게 그런 눈치가 생기는 것인지, '쏘서'라고, 움직이지 않는 보행기 같은 장난감이 있다. 식사 시간이나 청소 등을 할 때 지수를 거기에 앉혀 놓곤 하는데, 한 한달 정도 지나니 앉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자기는 사람들과 놀고 싶은데, 엄마고 할머니고 자기를 거기에 앉혀 두고는 다 딴 짓을 하니까 싫었나 보다. 앉히려고 하면 다리를 모으고 얼굴이 벌개지도록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아빠가 앉히려고 하면 다르다. 워낙에 아빠는 5분 이상은 잘 놀아주지 않으니까, 아빠가 앉히려고 하면 묵묵히 따른다. 뭐 좀 하려고 업어도 마찬가지이다. 업고서 자기 엉덩이 토닥거리며 말하면 좋다고 꺄드득대지만, 빨래라도 하려고 손을 떼면 대번 징징거리는 것이다.

‘위험한 엄마들‘의 모성
지난 주 월요일, 여자 넷으로 이뤄진 우리 팀의 점심시간의 주된 화제는, 그 전 토요일에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였다.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아이가 밥풀을 흘린다고 욕을 하고 때리는 엄마, 유리가 깨져 있는 곳에 가지 말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고 유리로 아이를 찌른 엄마…. 방송을 본 J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서, 보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J는 “모성이 없는 엄마 이야기였어.”라고 말을 전했지만, 난 “제목이 그거였어?”라고 되물었다.-원래 제목은 ‘위험한 엄마들, 나는 내 아이가 밉다’였다.- 모성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힘들어서 위험해진 것이다. 아기가 우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베란다에 우는 아기를 두고 문을 닫고는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버렸다는 엄마의 심정과, 나도 좀 자고 싶으니 제발 그냥 잠들어라, 하고 구르며 우는 지수를 바라보고 있던 내 심정의 80% 이상은 같은 형질이지 않았을까. 우린 누구도 그 엄마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좋은 엄마가 될 거야’라는 수많은 다짐 속에 서 아기를 기다렸다. 남편은 한 발짝 뒤에 있고, 주변 사람들은 ‘예전엔 아기 업고 집안일 다 했다’고 몰아세운다. 아기 때문에 조금만 짜증이 나도, 스스로를 ‘비정상 아닌가’라고 의심한다. 그녀들은 극단적인 예이고, 아기들이 안쓰러워 눈물이 나지만, 24시간 내내 아기를 엄마 혼자 책임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비정상적인 사고의 소유자라고, 우리는 이론(異論)없이 입을 모았다.

너 정말 천사니?
캐나다에 사는 친구가 지수 선물을 보냈다. 퇴근할 때 우편함에서는 보지 못했는데, 간식을 사러 갔던 남편이 들고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거지? 포장은 뜯겨 있었고, 연습장을 뜯어낸 종이에 갈겨 쓴 편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친구 집에 가려다가 소포가 온 걸 보고 뭔지 궁금해서 가져갔었어요. 화장품이나 옷 같은 걸로 생각하구요. 그런데 뜯어보니 정성스럽게 포장한 아기 옷과 신발이더라구요. 제가 무슨 짓을 한 건가… 너무 후회스러웠어요.’라는 사연과, ‘아기 천사 지수에게’ 쓴 친구의 카드가 함께 들어있었다. 못 받았더라면 정말 속상했을 텐데, 이렇게 돌고 돌아 도착한 선물은 더욱 반가웠다. 그리고 감동받았다. 아기 옷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쁜 호기심을 가졌던 아이가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고 반성의 편지를 쓰게 하다니. 조금은 닭살스러운 친구의 표현대로, 그래서 지수는 정말 천사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기가 천사 같다고 느끼는 것만큼 행복한 기분이 또 있을까.
하루에 두세 시간만, 엄마가 마음껏 쉴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가족의 도움이나 친구의 도움이어도 좋고, 베이비시터도 좋다. 남편 혹은 동반자는 돕는 차원이 아니라 육아며 가사를 함께 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말이다. 제발 아기는 엄마를 가장 원한다거나, 아기를 가장 잘 보는 건 엄마라거나, 세 살까지만 참으라거나 하는 얘기는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엄마들에게 천사 같은 아기의 미소를 보며 행복해 할 여유가 허락되기를, 내가 오늘도 이 작고 소중한 것을 깨트리지 않고 보살필 수 있기를 바란다.


* 첫 번째 사진 설명: 위에서부터 '자두는 시어요', '지수 앉았어요.', '지수 과자 먹어요.','지수 서고 싶어요.'
* 큰 사진은 '사진과 이미지' 자료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 후원회원이신 원주님은 세상을 만난지 얼마 안 된 지수의 엄마이며, 출판사에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복태
 ::: 저 시다는 표정!! 귀엽다...ㅠ_ㅠ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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