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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옥] 고통에 공감하기 <채식속으로 Go!Go! 6편>


고통에 공감하기
<채식속으로 Go!Go! 6편>


여옥


얼마 전 11월 초 평화활동가대회를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준비팀으로 결합해서 이런저런 준비도 함께하고 그랬는데, 바쁜 일정 탓에 출발 전날까지도 가야하나 고민했지만 막상 가서는 반가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서울을 떠나 좋은 공기도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쟁점 톺아보기 시간에 서보혁 선생님의 ‘NPT와 한반도 비핵화’ 강의와 한홍구 선생님의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강의를 듣고 조별로 나누어 토론을 진행했는데 나는 ‘트라우마’ 쪽을 선택했다. 조별토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눈 각자의 경험도 경험이지만,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2차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른 운동을 하는 사람들보다 폭력에 민감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평화감수성과 공감능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고통에 공감하려는 마음가짐은 평화운동이 가져야할 기본이자 자산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마음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아파하고만 있으면 힘들기만 하고, 그러다보면 그 불편함을 견디기 힘들어서 외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없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그 아픔이, 슬픔이 비통한 현실을 바꾸어보려는 행동으로 이어졌을 때 운동이 된다.

나는 대학시절 반전운동에 뛰어들었을 때가 그랬다. 떨어지는 폭탄 속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벌벌 떨고 있을 이라크 아이들의 생각에 슬프고 화가 나서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거리에서 외치는 것만으로는 전쟁을 막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무력감에 빠져들 즈음에 자신이 겨누고 있는 총이 가리키고 있는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들, 그래서 총을 들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 고통을 끝내기 위해 나부터 총을 내리겠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 난 이 사람들이 반가웠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 대가로 감옥에 가야만 했다. 난 이것도 견디기 힘들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뭘 잘못했다고 감옥에 보내나. 병역거부를 준비하면서,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에, 출소 이후에도 힘들어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도 내겐 고통이었다. 그래서 활동을 시작했다. 한두명도 아니고 이젠 좀 익숙해졌으면 좋겠는데 여전한 내 자신을 보면서 내가 좀 무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랬다면 지금 여기에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겠지만.

세상에 죽기 위해 태어나는 생명도 있을까. 살다보면 언젠가는 죽겠지만, 그렇다고 죽는 것이 목적일 수는 없다. 게다가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남이 그렇게 정해 주는 대로만 살아야 하는 운명이라니. 태어날 때부터 평생 좋은 공간에 갇혀서 주는 것만 먹고 살다가 적정 무게가 되면 죽임을 당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양을 얻기 위해 빨리 크라고 성장촉진제를 놓고 병에 걸릴까봐 항생제를 놓는다. 고통을 느끼고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동물이지만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공장 안의 상품처럼 되어 버렸다. 덕분에 사람들은 고기를 전보다 싼 가격에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이유 때문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그 동물이 어떻게 키워졌고 어떻게 도살당했는지는 모른다. 알더라도 불편하기 때문에 외면해 버리고 만다. 나의 욕망 때문에 평생 고통받다가 죽은 존재에 대한 공감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문득, 작년 이맘때 보았던 영화 <렛미인>이 생각난다. ‘난 살기 위해 죽여’라고 얘기하는 이엘리의 눈빛이 너무 외로워 보였는데. 뱀파이어도 그렇지만 사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다. 살기 위해 다른 존재를 먹어야 한다. 인간도 결국 남의 목숨을 먹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들 하지만 무엇을 위한 희생인지 정말 불가피한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으면 한다. 채식을 하는 친구로부터 해감 중이던 조개들의 비명소리를 듣고나서는 해산물도 안 먹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감수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다른 존재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그 마음이 평화운동과 맞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평화바닥 후원회원인 여옥님은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전쟁없는세상(http://www.withoutwar.org/)의 소식지 2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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