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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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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맹]교도소에서 학생인권을 생각하다

[들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교도소에서 학생인권을 생각하다

날맹


들 친구들에게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네요. 바빴을 것 같은방학 시즌을 무사히 끝마쳤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뭐 큰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접견 와서 넣어 준 《인권, 교문을 넘다》를 며칠 전에야 다 읽었어요. 아껴가며 정독을 했거든요. 개인적으론 10년쯤 전에 나온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의 개정증보판쯤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읽다 보니 학생(청소년)인권 운동의 지난 성과들을 총정리하고 다음 단계의 운동을 구상하는 여정에서 탄생한 ‘활동 백서’란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인권 쟁점 탐구’라는 부제에 걸맞게, 학생인권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나 반감을 가진 이들에게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정리가 잘된 책인 것 같아요. 실제 판매 부수가 어떻게 되는지는…… 묻지 않을게요.^^;;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며 ‘맞아 맞아’ 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막상 글로 쓰려고 하니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며칠 고민 끝에 떠오른 생각은 이래요. 학교의 ‘후진’ 인권 상황을 말할 때 ‘교도소 재소자’와 비교를 할 때가 있잖아요. “감옥도 이러진 않는다!”라거나 혹은 “학교가 무슨 감옥이냐?”라는 식이요. 저도 여기 오기 전까지는 그런 비교를 많이 하곤 했는데 재소자가 된 입장에서 학교의 열악한 인권을 읽다보니 “그래 맞아” 하면서도 가슴 깊숙한 곳이 막힌 것처럼 먹먹해지더라고요. 징역살이를 시작한 이후로 제가 적응해서 잊고 있던 부분, 아니 잊고자 했던 이곳 일상의 면면들이 들춰지면서 거기에 직면해야 하는 난감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난감함의 이면에는 불합리한 이곳의 질서에 어느새 순응해서 지내고 있는 나 자신을 봤을 때 느끼게 되는 무기력감도 있는 것 같아요. 학교 교육을 통해 습득된 ‘굴종과 침묵’의 생존 방식이 군대 경험을 통해 공고화되고 감옥에서 재생산되고 있다고 깔끔하게 분석을 마치는 순간, 바로 그 감옥에 발 딛고 있는 나란 존재를 잊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알면 알수록 이곳의 불합리한 면들이 보이는데,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하루는 방 사람들과 자기가 꾼 꿈에 관한 얘기들을 나누다가 웃기지만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은 꿈 얘기를 들었어요. 밖에서 친구들과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한참 놀고 있는데 새벽 5시가 됐대요. 그래서 “야, 나 점검받으러 들어가야해”라고 말하곤 술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꿈이었어요. 여기선 하루에 기본적으로 세 번씩은 인원 점검을 하거든요. 참 서글픈 꿈이죠. “통제와 명령의 가장 무서운 점은 스스로 통제를 원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라는 책의 지적을 읽기가 그래서 더 쉽지만은 않았어요. 점검 때는 '죄수복(여기선 관복이라고 부르는)'을 착용하고 대형을 갖추어 앉아 있어야 하는데 한번은 제가 상의 단추를 다 잠그지 않고 점검을 받다가 교도관의 지적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론 점검을 받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제 옷차림을 스스로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며 스스로 위안을 해 보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도 감시자의 시선을 자기 검열로 체화하고 있구나 싶어져서 씁쓸하더라고요. ‘미숙한 존재에 대한 보호’라는 논리가 학생(청소년)인권 운동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인 것처럼 여기서도 교도관은 재소자에 대한 ‘보호자이자 관리자’로 여겨져요. 재소자인 우리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교도관은 보호자가 될 수도 있고 관리자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보호든 관리든 그 관계는 이미 동등한 인격체로서 만남이 전제되지 않은 관계이겠죠.

문득 제가 여기 갓 수감된 다음 날 처음으로 접견장에 가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이곳에선 통행 허가증과 직원의 계호(동행) 없이 재소자 혼자 이동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에요. 접견장에 갈 때도 저를 데리러 교도관이 손수 찾아오지요. 그런데 “가시죠”라는 말에 건물 복도를 걷기 시작했는데 뭔가 어색한 거예요. 아직 이곳 질서에 ‘교화’가 안 되었던 저는 옆의 직원과 나란히 서서 같은 속도로 걸으려고 했는데 직원의 걸음 속도는 마치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 밀어내듯 제가 속도를 늦출 때마다 더 늦어지는 거예요. 이내 곧 직원이 제게 말하더라고요. 앞서 걸으라고요.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곧 이곳의 생리를 이해했죠. 감시와 통제를 받는 신분이란 걸 재빨리 자각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배움을 처음 경험한 날이었어요. 여러 번의 쓰라린 연애 경험을 거쳐서 힘겹게 배운 것이 상대와 ‘함께 걷는 법’이었는데, 이것도 출소할 때까진 잘 묻어 둬야겠어요. 까먹지 않을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다시 자연스럽게 옆 사람과 같이 걸을 수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면 학생들이 무질서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존재야말로 왜 학생인권이 중요한가를 반증해 주는 것 같아요. 한 번도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자유’가 처음에는 낯설고 혼란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당연할 법하죠. “자유보다 통제를 먼저 배운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억눌림과 무기력의 독을 빼낼 수 있는 시간과 여유”라는 말에 너무나 공감했어요. 독에 젖어 있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해독하기는 더 쉽겠죠. 이런 맥락에서 인권 교육은 특히나 더 그 교육의 목적과 수단이 분리될 수 없는 것 같아요. ‘자유로움’을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에서 배울 순 없을 테니까요.

쉬운 말로 쓰였지만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읽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던 책이었어요. 책을 쓴 이들 그리고 이 책이 나올 수 있기까지 활동을 함께해온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어요.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옆에 있는 이들과 함께 걸을 수 있는 것, 이를 배울 수 있는 교육. ‘교육’이란 말에 설렘을 느껴보는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아요.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토론을 하는 상상도 잠시 해 봤어요.ㅎㅎㅎ

어느새 9월이에요. 다음 <소란>(인권교육센터 들 소식지)을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또 시간이 훌쩍 가 있겠죠? 어떻게해서든 집에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는 건 여기선 좋은 일이거든요.ㅋ 곧 있을 추석도 잘 보내시고 환절기에 건강 챙기면서 즐겁게 활동하시길 바랄게요. 그럼 또 소식 전할게요~.^^

2011년 8월 28일 일요일 늦은 밤에, 날맹.




* 평화바닥 회원인 날맹님은 <평화도서관'나무'> 등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병역거부로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 이 글은 교육공동체 벗(http://cafe.daum.net/communebut/ )에서 만든 <오늘의 교육> 9-10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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