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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꽃] 가정폭력, 이주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폭력, 이주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꽃


(사진 = 한겨레 김명진 기자)


지난 목요일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결혼이주여성들의 추모제가 열렸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 보더라도 이번이 일곱번째 죽음이다. 임신한 몸으로 폭력을 피해 아파트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 숨진 레티김동씨, 입국 한달 만에 갈비뼈 18대가 부러지는 중상으로 사망한 후안마이씨, 입국 일주일 만에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한 쩐타인란씨, 보험금을 노린 남편이 수면제를 먹이고 불을 질러 사망한 체젠다씨, 입국 일주일 만에 흉기에 찔려 사망한 탓티황옥씨, 가정폭력을 피해 자신의 집으로 피신한 친구를 도우려다 친구 남편에게 살해당한 강체첵씨, 또 바로 얼마 전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황티남씨, 그리고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않고 세상을 떠났을지 모를 여성들….
한 여성의 이름을 적고 한숨 쉬고 또 한 여성의 이름을 적고 눈물을 훔치고 또 한 여성의 이름을 적으며 분노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여성들의 죽음을 목격해야 하는 것일까? 얼마나 한숨 쉬고, 얼마나 눈물을 흘리고, 또 얼마나 분노해야 이러한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일까?

가정폭력으로 인한 여성들의 죽음을 접하면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상업화된 국제결혼 중개업의 문제라고, 여성을 상품화하는 중개업이 가정폭력을 가져왔다고 말이다. 과연 정말 그것뿐일까? 국제결혼 중개업이 사라진다면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만 바라보는 건 너무나 안일한 생각이다.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결혼이주여성이 당하는 가정폭력의 원인을 한국 사회 속에서 찾기보다 이주여성이라는 특정한 집단에만 일어나는 것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가정폭력 발생률은 54.8%이고, 여성의 신체폭력 피해율은 15.3%라고 한다. 다시 말해 한국 부부 두쌍 중 한쌍은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것이다. 가정폭력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 가정폭력이 단지 결혼이주여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결혼을 통해 한국 사회에 들어오는 이주여성들은 체류권이 남편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훨씬 취약한 상황에 놓일 뿐이다. 한국 여성의 경우 가정폭력으로 인해 별거나 이혼을 하는 비율이 7.9%라고 한다. 하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은 이혼을 하게 되면, 남편의 귀책 사유를 온전하게 증명해내지 못하는 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언어의 제약도 있고, 주변의 지지기반이 많지 않은 이주여성들이 남편의 귀책 사유를 법정에서 증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여성들에 비해 가정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뿐이다.



그런데 과연 이혼이나 별거를 하면 여성들은 안전한가? 며칠 전 한 한국 남성이 길을 걸어가는 한 여성의 뒷모습이 가출한 자신의 부인을 닮았다며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은 여성들이 평생 가정폭력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 가정폭력 가해자가 이혼 뒤에도 여성들을 끊임없이 찾아와 괴롭히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가정폭력 문제는 언론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다.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폭력은 권력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힘을 가진 자가 힘을 덜 가진 자에게 무력을 행사할 때, 그리고 그것을 제어할 사회적·제도적 장치가 부족할 때 폭력은 되풀이된다. 그리고 폭력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그 폭력에 무뎌진다. 그리고 무심히 살아간다. 나는 두렵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죽음이 보도되면 될수록, 사람들이 또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무심히 그 기사를 읽게 될까봐 두렵다.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듯, 특정 집단에 일어나는 일이라 여길까봐 두렵다.

가정폭력은 특별한 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회적 문제이며,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가 지속되는 한, 폭력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지 않는 한, 폭력을 막을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는 한 지속될 문제다.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모아 우리가 다시 가정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 평화바닥 회원인 물꽃님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에서 일하며, <버마 어린이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겨레> 6월 8일자 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4818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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