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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맹/염] 세계 최대 집속탄 피해국 라오스, 아름다워서 더욱 슬픈


세계 최대 집속탄 피해국 라오스, 아름다워서 더욱 슬픈

- 집속탄금지협약 첫 당사국 회의 주최하며 피해자 지원에 팔 걷는 라오스

염창근ㆍ문명진



▲ 집속탄금지협약 1차 당사국회의에서 집속탄을 없애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1년 내에 수립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엔티안 선언'이 지난 12일 채택됐다. (사진=염창근)   

라오스가 집속탄금지협약의 역사적인 첫 당사국 회의를 주최했다. 이 협약은 전 세계의 시민ㆍ사회단체들과 국제기구들이 노력한 끝에 30개 이상의 국가의 비준으로 지난 8월 1일에 발효됐다. 이번 회의는 집속탄금지협약의 이행을 위한 첫 번째 회의라서 그 의미는 자못 컸다.
4일 간의 당사국 회의에 121개 나라가 대표부를 보냈으며 세계 각지에서 온 시민ㆍ사회 활동가 500여 명도 이 회의를 공식 참관했다. 회의는 1000여 명이 함께 의지를 모으는 논의의 장이 되었다. 집속탄 금지를 향한 세계적 차원의 공식 회의가 성사된 것이다.


세계 최대의 집속탄 피해국이자 생존국 라오스


집속탄금지협약 당사국 회의는 라오스 정부가 국가적 행사로 준비했다. 이 가난한 나라는 여기에 많은 자원을 투여했다.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었고 라오스에서 가장 좋은 시설과 호텔들이 각국에서 온 정부 대표단과 활동가들에게 배정되었다. 라오스의 이런 성대한 준비는 집속탄을 없애려는 라오스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았다.
라오스는 지금까지 한 번도 집속탄을 사용하기는커녕 생산하지도 비축하지도 않았다. 오직 미국이 라오스 산천에 뿌린 집속탄을 경험했을 뿐이었지만 그 피해는 4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무 크게 남아 있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벌어진 전쟁 동안 미국은 200만 개 이상의 집속탄을 B-52 전폭기로 투하했고 이 집속탄들에 들어있던 2억6000만 개가 넘는 소폭탄이 국토 전역에 흩어졌다. 이는 220만 톤(2차 세계대전 전 기간에 투하된 폭탄의 전체량)을 넘어서는 규모였다.
그리고 이 소폭탄의 30%인 약 8100만 개가 불발탄으로 라오스 땅에 심어졌다. 역사상 최악의 무기 오염이 이 땅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불발탄들은 어느 정도의 충격을 받으면 터지는데 이렇게 불발탄에 의한 사망자가 지금까지 5만 명이 넘는다. 3만128명은 전쟁의 와중에 발생했으며, 2만8명은 전쟁 종료 이후인 1974년부터 2008년 사이에 발생했다.
라오스 정부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기관인 'NRA'는 라오스 전체 17개 지역 중 10개 지역이 심각히 오염되어 있으며 전체 마을의 1/4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02년의 조사에서 라오스 농토 중 236㎢가 불발탄으로 오염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불발탄으로 남아 있는 집속탄 제거 노력이 계속되고 위험 교육이 라오스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 해 300명 이상이 불발탄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조차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에 한정된 것이므로 실제로는 그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사상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라오스는 1인당 면적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집속탄의 피해가 큰 곳이다. 고통의 범위에서도 단연 세계 최고라고 규정됐다. 불발탄은 농토, 학교, 운동장, 둔덕, 강, 길, 집 등 곳곳에 숨겨져 있다.
불발한 집속탄은 상시적인 위험을 줄 뿐만 아니라 땅으로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어 이미 가난 속에 살아가는 농촌 주민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경작할 농토에 묻혀 있는 불발탄이 언제 터질지 알 수가 없다.
또한 불발 집속탄을 제거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열악한 라오스 국가 경제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집속탄으로 오염된 경작지, 학교, 마을에서만 제거 작업을 진행하는 데에도 최소 16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2009년까지 4만499개의 불발탄이 제거되었지만 이는 전체 불발탄 양의 0.05%에 불과하다. 면적으로 봐도 오염지역의 1%만 제거작업이 종료됐을 뿐이다.


"지구상 가장 아름다운 나라" 라오스의 슬픔


개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순수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유명한 라오스. <뉴스위크>도 2008년에 '꼭 가봐야 할 나라' 1위로 선정한 바 있듯이 라오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배낭여행자에게는 청정과 순수의 나라, 낙원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라오스에 사는 사람들은 새벽 6시면 길가에 나가 무릎을 꿇고 지나가는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곳은 불교의 나라다. 라오스 사람들의 심성은 급속한 변화의 시대인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 라오스 사람들이 집속탄 모탄으로 만든 배 (사진=염창근)

그러나 이런 땅에 현대의 대표적 비인도무기인 집속탄이 지천에 깔려 있다. 수많은 산골의 마을들은 집속탄에서 흩어뿌려진 불발탄과 더불어 살아간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무기와 함께하는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라오스 사람들은 집속탄 껍데기를 집 기둥으로 쓰고 배로 만들어 타고 다닌다. 버려진 집속탄은 화분과 상자텃밭이 되기도 한다. 소폭탄 탄피는 호롱불이 되기도 하고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집속탄은 라오스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이것이 아직 터지지 않은 불발탄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집속탄은 삶을 앗아가는 장본인이 된다. 땅에서 농사를 짓고 강에서 고기를 잡아 살아가는 대부분의 농촌 마을 라오스 사람들에게 집속탄 불발탄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쟁기질을 하다가 땅속에서 갑작스럽게 폭탄이 터진다.
국제회의의 주변행사 중 하나로 몇몇 '외국인 할아버지'들이 작은 발표를 준비했다. 발표 주제는 '폭탄 속에서 농사짓기'였다. '베트남 전쟁'으로 알려져 있는 인도차이나에서의 전쟁 때부터 라오스에 들어와 있던 이 노인들은 메노나이트와 퀘이커에서 활동하는 분들이었다. 이들은 미 정부가 라오스를 폭격할 때는 하루 300만 달러(당시로 환원하면 1700만 달러)의 돈을 폭격을 위해 썼지만 지금 라오스에 원조하는 돈은 1년에 고작 300만 달러라는 것을 고발했다. 미 공군이 베트남에 뿌리다 남은 폭탄을 라오스 산천에 뿌리고 왔다는 당시의 공군 조종사들의 증언도 전해 주었다. 생생한 증언은 계속되었다.
전쟁이 끝나자 라오스에 남아 활동하던 외국인은 자신들 4명 뿐이었다고 말했다. 농촌 마을에서 계속 집속탄 불발탄이 터져 사람들이 죽게 되자 이들은 쟁기 대신 삽을 나눠주는 일을 시작했다. 밭을 갈 때 내려쳐야 하는 쟁기는 불발탄에 강한 충격을 주어 쉽게 폭발하게 만든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삽을 이용하면 시간은 더 걸리고 힘도 더 들어 일은 더뎠지만 그래도 사상자는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게 '집속탄으로 오염된 라오스 땅에서 살아가기'가 시작되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국제기구들이 라오스에서의 불발탄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국제적 차원의 지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겨우 라오스의 몇몇 마을에 집속탄 위험 교육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많이 부족했고 사상자는 계속 발생했다. 라오스 정부는 자신들만의 힘으로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더 많은 원조를 요청하는 일밖에 없었다.


원조에 기대려는 라오스? 집속탄은 라오스의 책임이 아니다



▲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미군이 폭격한 표시와 오염 지역 (사진=염창근)

라오스의 경제에 대해 말할 때면 언제나 라오스는 세계 최빈국에 무능할 뿐만 아니라 국제 원조에 기대기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과연 그것을 라오스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전쟁 이후 라오스는 사회주의를 택했다. 그것은 미국과 태국의 경제 제재라는 가혹한 결과를 불러왔다.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기 시작한 1990년대에 들어서야 제재가 해제되었다. 긴 시간 동안 발전은커녕 내륙에 갇힌 채 힘겹게 살아갔던 것이다.
대다수의 라오스 사람들이 농민이라는 점, 그리고 그 땅에 불발탄이 널려 있다는 점은 농업에 치명적인 어려움이 상존했음을 말해 준다. 라오스는 한번도 집속탄을 가진 적도 사용한 적도 없는데도 집속탄 때문에 마음껏 농사조차 짓지 못했다.
오랜 기간 이런 사실은 무시되어 왔다. 1990년대 들어 대인지뢰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생겨나면서 평화를 향한 국제 시민사회의 노력에 의해 라오스에 묻힌 집속탄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때서야 희생자와 피해자가 보였고 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오스는 분명 원조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조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오스의 어려움은 라오스 스스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대규모 폭격과 경제제재, 불발탄으로 생겨났던 것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전쟁 속에 있다. 따라서 그 책임은 최소한 가해자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집속탄의 불발탄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서 삶을 빼앗아 갔으며 또한 사람들이 자신의 땅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자신들 땅의 자원을 이용할 수 없는 나라에게 경제발전은 환상일 것이다. 라오스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원조에라도 기대는 것이다. 원조를 받아서라도 불발탄을 제거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건 국가로서 당연하다. 따라서 집속탄 피해국에게 원조는 필수적인 사항이다.
집속탄 폭격의 부작용은 끔찍할 뿐 아니라 40년 동안이나 지속됐다. 대책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 머문다면 앞으로 2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라오스는 회의에서 더 많은 원조를 요청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이다. 농업 외에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고 농민이 절대 다수인 나라에서 땅은 생존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라오스 사람들의 삶은 그 땅과 분리할 수 없이 이어져 있다. 그 땅에 폭탄이 심어져 파괴되어 있다는 사실은 라오스 사람들의 삶에도 폭탄이 심어져 파괴돼 있는 것과 같다.
라오스는 2008년 12월 3일 집속탄금지협약이 채택되던 오슬로 회의 당일에 협약에 서명했고 세계에서 5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비준까지 끝냈다. 라오스 입장에서는 이 협약이 미래를 위한 길의 하나라고 여기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첫 번째 당사국 회의를 국가적 차원에서 주최하며 원조를 더욱 강하게 요청했다.
많은 국가들이 이에 호응했다. 라오스처럼 심각한 집속탄 피해를 입은 국가들을 원조하기 위한 기금을 기탁하고 일본 등 지금까지 라오스를 원조했던 나라들도 올해부터 원조량을 더 늘리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집속탄 금지를 위해 팔을 걷어부치다


라오스가 주최한 1차 당사국 회의에서는 집속탄 문제가 명확히 규정됐다. 이 회의에서 전 세계 각국 정부 대표들은 집속탄을 더이상 용인할 여지가 없다는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집속탄금지협약의 실행과 의무에 관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짰다. 이미 스페인, 노르웨이, 벨기에 등 최소 7개 국가가 집속탄 보유분을 전부 폐기했으며 더 많은 나라가 구체적인 폐기 일정을 약속했다.
알바니아, 잠비아 등은 자국 내 집속탄 오염지역 정화를 끝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집속탄 제거를 위해 더 많은 재정 지원을 공식 문서로 약속했다. 라오스 정부가 초안을 마련한 '비엔티안 선언'과 행동 계획은 더 빠른 불발탄 제거, 오염지역 정화, 희생자 지원 등에 관한 일정표를 보여준다. 유엔은 이 모든 과정에 전체적인 지원을 서약했다. 유엔은 새천년 개발 목표의 하나로 불발탄 제거를 등록시켰다.
집속탄금지협약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회의를 공식 참관한 30여 개의 국가 대표들도 집속탄 피해 마을 현장을 방문한 후 "집속탄이 지속적으로 이 땅의 순수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협약의 정신을 존중하며 할 수 있는 노력들을 검토하겠다"고 동조했다.
라오스는 실제로는 자국 내 불발탄 제거의 후원을 받기 위한 일환에서 첫 당사국 회의를 주최했다. 그러나 라오스가 회의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비단 자국만을 위한 일은 아니었다. 8세 때 집속탄 사고로 왼팔을 잃은 톰미 실람판 씨가 희생자 대표연설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 것처럼 집속탄 대책은 이미 국가 범위를 훨씬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속탄 피해 생존자를 지원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불발 집속탄으로 야기되는 희생을 종식시키기 위한 작업의 속도를 높여 라오스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집속탄으로 피해를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회의 진행 2일째에 라오스에서는 또 한 명의 어린이가 집속탄 불발탄으로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10살의 소녀 푸이는 오전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불발탄을 주웠다. 그의 언니 파엥은 그게 뭐냐고 물었고 그래서 푸이는 그것을 언니를 향해 던졌는데 자기에게 가까운 곳에 떨어지면서 폭탄이 터졌다. 파엥은 온몸에 집속탄 파편이 박혀 크게 다쳤고 푸이 또한 중상을 입었다. 두 소녀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파엥의 상태는 너무 심각했고 결국 많은 출혈로 사망했다.
집속탄금지협약은 각 국가와 유엔, 국제기구, 시민사회, 생존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이런 비극을 없애자는 미래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기초다. 각 국가가 성실히 협약의 의무사항들을 이행하고 아직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이 참여한다면 약속은 미래를 향한 중요한 전진의 사례가 될 것이다.



* 평화바닥 회원인 염창근님은 '버마어린이교육을생각하는사람들','평화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 등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 평화바닥 회원인 날맹님은 '평화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 등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실려 있습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1116110412&Section=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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