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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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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 직장맘, 시어머니와 아기 사이에서 평화를 꿈꾸다


직장맘, 시어머니와 아기 사이에서 평화를 꿈꾸다



원주


지수가 태어난 지 이제 6개월에 접어들었다. 5개월에 접어들 무렵 뒤집고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이제 기기 위한 준비를 한다. 품에서 꼬잠(곤히 든 잠을 시어머니는 이렇게 부르신다.)에 들었기에 고이 뉘여 놓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면 방 한 구석 책장에 닿아서는 ‎이마를 부비고 있기를 수 차례. 뒤집고, 바로 눕고, 엎드려서 팔을 이용해 90도 정도 돌고, 다시 뒤집고, 배밀이-아직은 배밀이로 뒤로 가는 단계-를 하고. 그런 동작으로만 방 ‎한 가운데서 구석까지 가는 게 한 순간이다. 이가 나려는가, 잇몸을 소리나게 빤다.  
배 ‎위에 가제 손수건을 올려두면 끌어서 얼굴을 덮기 일쑤다. 눈만 마주쳐도 배시시 웃고, ‎핸드폰 벨소리에 칭얼거림을 멈춘다. 배를 간질여주면 ‘꺄드득’ 소리를 내며 웃는다. 태열이 있어서 아직 이유식은 시작하지 않았다. 하루에 다섯 번 혹은 여섯 번 분유 혹은 모유를 먹는 것이 전부다. 분유는 한 번에 160밀리미터씩 먹고, 내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젖을 먹는다. 열두 시 반쯤 잠이 들어서 여섯 시쯤 일어난다. ‎

어머님을 생각하면 참 복잡한 심정이다. 내가 갓난아기를 두고 직장을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어머님의 ‘희생’ 덕분이다. 그래, 그것은 ‘희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기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는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아기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밤잠을 푹 잘 수도 없고 외출을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혼자서 아기를 돌본다면, 밥을 먹고 볼일을 보고 씻는 것조차 ‘대형 ‎프로젝트’(소아 정신과 의사 신의진씨의 표현)다. 출산 휴가 기간동안 젖먹이고 기저귀 ‎갈고 씻기고 재우는 일에 치이다 문득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난 몸서리치고 말았다. ‎그런데 다들 어쩌면 그렇게 말없이 아기를 키우고들 있었던 거지? 내가 예민한 것인지 ‎그녀들이 대단한 것인지. 더군다나 난 아기를 낳고부터 시댁에서 어머님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면서도 육아에 치었기에, 더욱 그렇다. 아기를 키우는 일상에 대한 계산 없이, ‎여차하면 아기를 혼자 키울 수도 있다고 자신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

출산 휴가 기간이 끝나고 직장에 다시 나가게 되었을 때, 어머님은 ‘지수 보고 싶어서 ‎어떡하니’하고 안쓰러워하셨다. 나는 ‘허허’ 웃고 말았다. 정말 처음 한 이틀은 지금 ‎지수는 뭘 하고 있을까, 잘 먹고 잘 자고 있을까 신경이 쓰였지만, 곧 육아보다 편한 ‎회사 생활의 단맛에 빠졌다. 엄마로서의 나가 아닌 나의 모습을 다시금 찾을 수 있어, ‎얼마간의 산후 우울증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게다가 직장이 집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다는 단점을 극복할 만큼, 육아보다는 회사 다니기가 편했다.‎
어머님은 손자를 돌보기 위해 다니던 일을 그만 두셨다. 어머님의 친구분들은 손주를 봐 ‎주면 자기 생활 못한다고, 자식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도 했다고 한다. ‎친목계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오신 어머님은 “자식들이 먹고 살겠다는데 어떻게 ‎그러냐. 물론 나도 회사 다니고 하면 좋지. 그래도 내 손준데. 안 그러냐?” 하셨다. ‎어쩔 수 없이 손주를 맡은 듯한 그 말씀에 나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았지만, 어머님이 ‎지수를 돌보시는 모습은 그런 게 아니었다. 정말 사랑스럽고 이렇게 안아주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듯이 하루 종일 안고 계신다. 엄마인 나는 젖 주는 동안 안고 있는 것도 ‎힘들어서 트림을 시키기가 무섭게 뉘이고, 울어도 뉘여 놓은 상태에서 달래보려고 애를 ‎쓰지만, 어머님은 선잠이 깰까 울까 걱정돼서 안고 있고, 바깥 구경 시킨다고 안고 있다. ‎팔 아프시겠다고, 제발 뉘여 놓으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자꾸 해야만 한다.‎
‎8개월 이전의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 안아주는 것이라 한다. 아기가 필요로 할 때 ‎적절한 보살핌을 받으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어머님 덕에, 우리 지수는 그런 ‎점에서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음이 자꾸 비뚤어진다. ‎환갑 넘으신 어머님을 고생시키고 있다는 송구스러움 반대편에는, 며느리의 사소한 ‎불만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가장 큰 것은 어머님은 남편이 집안일 내지는 육아에 참여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편은 아들을 어머님께 맡기고 놀러가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데, 나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어머님을 쉬게 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동동거린다. 아기를 시어머님께 맡긴 다른 직장 엄마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저는 집에서 서열 5위예요.’ 그 분도 그렇단다. “시집살이가 뭐 일 시키고 ‎고생시켜서 시집살이가 아니에요. 웃기 싫어도 웃고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고, 그게 ‎시집살이지요.” 시댁에서 사는 모습이 그렇게 비슷하다는 것이 놀라고 말았다. ‎

어린이집에 갓난아기를 맡기면서 마음 아파하고, 보모 아주머니가 그만두겠다고 할까 봐 ‎걱정하는 다른 직장 엄마들이나, 하루 종일 홀로 육아와 가사를 전담해야 하는 엄마들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운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같은 사무실에 돌 전후의 아기 엄마가 ‎둘, 아빠가 하나 있는데 엄마 둘은 친정 어머니가 아기를 보시고, 아빠는 부인이 전업 ‎주부이다. 맞벌이하다가 부인이 전업 주부가 되었다는 과장님은, 우리는 시어머니가 ‎아기를 봐 주신다고 하자, ‘참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앞서 말한 어머님의 면모를 ‎살짝 말하면, 다들 내게 ‘복 받았다’고 한다. 따라서 나의 비뚤어진 마음은 속으로만 ‎자꾸 숨을 뿐이다. 더 기본적인 여건을 보면, 출산 휴가가 유급인 곳에서 일한다는 것도, ‎직장에 모유 수유실과 고급 유축기가 갖춰져 있다는 것도 참 ‘운이 좋았다.’ 출산을 ‎앞두고 일을 그만둔 학원 선생님이나, 화장실에서 유축하는 직장 엄마들 앞에서 나는 ‎‎‘더 받은’ 느낌을 지우지 못하며, 육아 휴직을 하는 공무원을 ‘시기’할 뿐이다. 나는 ‎시댁에 살며 직장 다니는 엄마로서 완전히 행복하지는 않으면서도, 이놈의 ‘비교우위’ ‎때문에 마음 놓고 불만스러워하지는 못한다. 비교우위의 절대적 기준이 좀더 높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



* 후원회원이신 원주님은 세상을 만난지 얼마 안 된 지수의 엄마이며, 출판사에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김하운
 ::: 애기 너무 예뻐요..ㅠ_ㅠ  

예랑
 ::: 어머, 엄마랑 닮았다^^  

 ::: 메인 화면에서는 댓글 달린 게 안 떠서 댓글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ㅋㅋ 정말 예쁘죠~ (난, 지수 이모.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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