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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창근] 아래로부터의 국제법

아래로부터의 국제법
- 캄보디아 지뢰ㆍ확산탄 금지운동 활동가 방한을 맞아

염창근



침묵의 살인자 지뢰의 세계적 금지를 이끌어낸 피해생존자들

송 코살 씨를 처음 만난 건 라오스에서였습니다. 2010년 마침내 확산탄(집속탄)금지협약이 발효되면서 열린 첫 당사국회의의 장소가 라오스였기 때문입니다. 이 회의에는 지뢰금지운동이 시작될 때부터 십수 년을 함께 활동한 세계 각지의 활동가들이 모였고, 송 코살도 이 역사적인 장소에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26살이었던 이 캄보디아 여성 활동가는 1000여명이 모인 커다란 국제회의 공간에서도 자주 보였습니다. 송 코살은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 다른 나라 활동가들의 요청으로 각국 대표부와의 만남에 불려 나갔고 그들의 정부 로비를 위해 뛰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고 이야기를 나누려 했기 때문에 늘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빡빡한 행사 일정과 잦은 교류에 지칠 만도 한데도 누구에게나 밝은 웃음을 건네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확산탄금지협약의 첫 번째 당사국회의라는 역사적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한국으로 몇 개의 글을 써서 보낼 예정이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이 운동을 이끈 활동가와의 인터뷰로 채울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확산탄금지연합 집행부를 비롯해 여러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누구로 할지 선뜻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리는 행사 기간에 열린 수많은 워크숍 가운데 ‘불발탄에 관한 젠더적 관점’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거기서 송 코살의 발표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지뢰 피해자라는 사실, 그리고 11살 때부터 여성 장애인이 처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뢰금지와 확산탄금지를 위해 활동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충격에 이어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비로소 그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인사를 나누려 했던 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송 코살 씨를 인터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갓 이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한 낯선 사람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만나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이라는 나라는 확산탄 금지는커녕 더 많이 생산하고 수출하려고 애쓰는 나라로 공식적으로 찍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도 송 코살 씨는 기꺼이 긴 인터뷰에 응해 주었습니다.
송 코살 씨는 1989년 5살 때 땔감으로 쓸 볏짚을 가지러 어머니와 함께 논으로 나갔다가 묻혀 있던 지뢰를 밟았습니다. 30년간의 전쟁과 내전이 여전히 계속 되고 있던 때였습니다. 그녀가 살던 바땀방(Battambang) 주는 세계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되어 있던 곳이었습니다. 송 코살 씨는 오른쪽 다리를 잘라야 했습니다. 여전히 불안정하긴 했지만 1993년에 내전이 일단락되고 최초의 연립정부가 세워지자 국제적십자위원회가 그녀의 마을에도 들어왔습니다. 그들의 지뢰 위험 교육과 피해자 지원 활동을 보면서 송 코살 씨는 대인지뢰금지운동에 함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때부터 그녀는 또 다른 지뢰 피해자 툰 차나렛 씨와 ‘캄보디아지뢰금지캠페인’이라는 단체를 설립했고, 피해생존자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캄보디아 지뢰금지운동을 이끌었습니다. 그들은 피해 보상이라는 자기 안의 사안을 넘어 세계를 향해 대인지뢰의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이들 피해자들의 결연하고 열정적인 노력은 획기적인 성과로 이어졌고 마침내 1997년 대인지뢰금지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노벨상위원회는 이들의 노력에 노벨평화상으로 화답했습니다.


▲ 캄보디아지뢰확산탄금지운동(Cambodian Campaign to Ban Landmines and Cluster Bombs) 활동가이자 국제대인지뢰금지운동 청년대사인 쏭 코살 씨 (사진=문명진)   


참혹한 아픔과 슬픔의 역사를 극복한 캄보디아


잘 아시다시피 캄보디아는 참혹한 아픔의 땅입니다. 베트남 전쟁 시기에는 미국이 2600만 개의 소폭탄이 들어있는 8만 개의 확산탄을 캄보디아 땅에 투하했습니다. 이때의 폭격으로 최소 60만 명의 캄보디아 양민이 희생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땅에 최소 600~700만 개의 확산탄 소폭탄이 불발탄으로 남아 있다고 추정합니다. 전쟁 후에는 크메르루주의 폭압 정치가 이어졌습니다. 크메르루주의 폴 포트 정권은 당시 전 국민의 1/3에 달하는 200만 명의 목숨을 학살, 처형, 고문, 기아로 앗아갔습니다. 바로 ‘킬링 필드’입니다. 그 다음은 베트남의 점령과 11년간의 식민 통치 속에서 분쟁이 끝없이 이어졌고, 1993년에 연립정부가 탄생한 후에도 1998년까지 분쟁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분쟁과 내전으로 심어진 엄청난 양의 지뢰는 캄보디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뢰가 매장된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북동부의 21개 지역은 1킬로미터당 2400개의 지뢰가 설치된 최악의 무기 오염지역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참담한 아픔과 슬픔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캄보디아는 무기 금지에 앞장서는 가장 선도적인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수많은 피해생존자들의 열정적인 활동 때문입니다. 이들의 지뢰금지운동은 캄보디아는 물론 전 세계에 울림을 주었고 결국 대인지뢰금지협약을 만들어냈으며, 2003년부터는 확산탄 금지에도 나서면서 정부가 앞장서도록 이끌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확산탄금지협약을 추진하겠다는 오슬로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리더의 역할을 해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태국과 동반 가입을 원하는 캄보디아 정부는 아직 확산탄금지협약에는 가입하고 있지 않습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두 강대국이 협약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캄보디아의 고민은 깊습니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빠른 미래에 가입하겠다고,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비인도 무기를 자랑스러운 한국 무기라며 공중파 방송에 버젓이 홍보하고 있는 한국과는 천양지차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래로부터의 국제법


대인지뢰금지협약과 확산탄금지협약은 그야말로 ‘아래로부터의 국제법’입니다. 두 협약은 세계 각지의 수많은 활동가들, NGO들, 국제기구들이 함께 일구어온 결과물이며, 무엇보다 그 피해생존자들이 힘겨운 여건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며 뛰어다닌 열정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였습니다. 무기 금지에 대한 세계적 동의를 얻고 국제협약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이들은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이는 피해생존자들과 함께 국제인권단체들과 각국의 비정부단체들이 아래로부터 새로 쓴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지협약이 주는 감동은 그 협약문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시도 소설도 아닌 하나의 문서가 이렇게 아름다운 이유는 여기에 어떤 마음과 노력이 담겨 있는지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인류의 진보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임을 깨닫게 합니다. 아름답지 않은 세상에 대한 이토록 아름다운 문장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 우리가 함께 일구어가야 할 세상을 제시해 줍니다. 이는 강력한 세계 질서에 휘둘렸던 한명한명의 시민들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자, 강대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소외되고 배제되었던 국가들이 목소리를 함께 내겠다며 연대한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가공할 무기가 넘쳐나는 오늘날에 지뢰나 확산탄 하나 없앤다고 달라질 게 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에 피해를 입히는 이런 무기들을 하나씩 없애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무기가 아닌 인류에 대한 희망으로 서로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은 지난할지라도 분명히 공존의 세상을 향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향해 걷는 송 코살을 곧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캄보디아에서 이 운동을 이끈 사람들이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어 방한하기 때문입니다. 그녀를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수상이 결정되었을 때부터 들떴습니다. 가난한 농사로 삶을 살아가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세상을 향해 울린 목소리와 세상에 내민 마음이 분명 한국에도 전해질 것입니다.  
확산탄의 주요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한국이 미래에 어떤 대가를 치를지 심히 염려가 됩니다. 남북이 서로 대량으로 이 무기를 배치하고 있어 한반도 전체가 미래가 피해국이 될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안보 상황을 이유로 현재와 미래에 끔찍한 짐을 지워서는 안 되며, 이 죽음의 무기를 없애기 위해 현실적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 평화바닥 회원인 염창근님은 '평화도서관 나무', '버마어린이교육을생각하는사람들','따비에' 등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죽음의 비 확산탄을 금지하라 - 확산탄(집속탄)금지운동 안내서'에 실린 발간사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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