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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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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기억하기 도서]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읽고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읽고

-『세월호를 기록하다』
  
강영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아무리 철저한 세월호 참사에 관한 기록을 읽었다고 해도 왜 한 명도 구조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어쩌면 더 자세한 기록을 읽고 나서 오히려 왜 구조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이 더 또렷해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조차도 까닭도 없이 화가 난다. 이해란 나라면 이렇게 했겠다, 나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겠다고 하는 데서 어떤 공유될 수 있는 게 있어야 일어날 수 있다. 아무리 역지사지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도 공유되는 부분이 없을 때 우리는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한다.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이 책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쓴 오준호 선생님의 따뜻하면서도 치열한 마음이 너무 고맙다. 읽다보면 자연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얼마나 열망하는지 내 마음에도 느껴진다. 철저한 현장 고증과 조사는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했다는 확신이 간다. 한 자 한 자 읽으면서 한숨이 깊어졌다. 다 읽고 나서는 오직 한 장면만이 뇌리에 남아 분노를 자아낸다.

세월호가 말 그대로 알 수 없는 이유로 급히 한쪽으로 기울어지자 갑판부 선원과 기관부 선원, 조타실 선원들 등 아홉 사람이 조타실에 모였다. 선장 이준석과 1등 항해사 강원식, 2등 항해사 김영호와 3등 항해사 박한결이 여기에 다 모였던 것이다. '사고 7분 만에 모든 갑판부 승무원들이 한데 모인 셈이다.'(271쪽) "수평수(힐링 탱크의 물)는 맞췄나?" 라고 김영호가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아무도 대답이 없다, 아무도 대답이 없다................. 이때부터 뭔가 이해가 안 되는 일만 일어난다. 물론 앞서 "타가 안 돼요!" 라는 말로 조타가 작동이 안 됐지만 어디나 무엇이나 고장은 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부터는 기계보다 사람이 더 작동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이 작동이 되어야 기계를 고쳐서 다시 작동시킬 수 있고 그래야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데 사람이 작동을 멈추어버린 것이다. 그 중요한 순간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아무도 대답이 없자 김영호가 직접 배의 평형수를 배가 기우는 반대편인 오른쪽으로 넘기기 위해 힐링펌프 버튼을 눌렀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작동되지 않았다. 작동되지 않았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도대체 왜 사람들은 말이 없는 것일까? 게다가 모두 말을 해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사람들이 왜 하나 같이 말을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조타실에 온 선장 이준석이 박기호에게 뭐라 지시를 했는데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다. 어떻게 말을 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가 말이다. 즉 선장은 박기호에게 "발전기나 엔진에 대해 배테랑이니까 알아서 뭔가를 하라"는 말을 했는데 박기호는 발전기를 지키라는 말로 듣고 조타실을 빠져나갔다. 그랬으면 발전기를 지키기라도 하면서 뭔가를 해야하는게 이 사람은 발전기가 있는 기관실로 가다가 포기하고 선실 통로에 있는 기관부원들에 합류했다.

이 경우만 해도 기계보다 사람이 먼저 작동되지 않았다. 이어 1등 항해사 강원식은 아주 가까운 진도에 구조요청을 안 하고 멀고 먼 제주에 구조요청을 한다. 역시 사람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일이 벌어졌으면 더욱 정신을 챙겨서 자기가 할 사명과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했는데 평소하던 버릇대로 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작은 섬만한 배가 왼쪽으로 휙 돌아가 침몰하고 있는데 평소하던 버릇대로 하면 그것은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그렇지 않은가? 그는 구조요청을 했지만 그가 구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김영호는 "승객 여러분,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 방송을 했지만 방송이 되지 못했다. '딩동댕' 소리가 나는 계기판에 붙어 있는 알람버튼을 눌러지 않고 급한 마음에 마이크 측면에 부착된 버튼만 누르고 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그 중요한 안내 방송은 사무부로 넘어간다. 여객실 방송으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되긴 됐다. 아직 방송은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도 그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조타수 오용석은 선장 이준석이 자신들이 할 일을 지시해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준석은 "배가 이제 안 기우는 것 같다"라고 했고 오용석은 점점 더 기운다고 소리쳤다고 한다. 이준석은 그런 그를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고 한다. 물끄러미 말이지. 물끄러미 말이다.............. 너는 선장이었는데, 너는 선장이었는데 물끄러미 보기만 했느냐? 그리고 오용석, 선장이 얼이 빠져서 제대로 지시를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면 네가 하면 되지 않았니?? 이 멍청한 사람들아, 거기 모인 아홉 명 너희들은 모두 비상시에는 선장이어야 하고 경찰이어야 하고 구조대원이어야 마땅했다 말이다. 그리고 선장이라는 걸 숨기기 위해 팬티만 입은 선장과 함께 너희들만 가라앉는 배에서 빠져나갔단 말이지?? 너희들이 대기하라고 한 말대로 참으로 가슴 아프게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어린 새싹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고 있는데 너희들만..........

너희들만이 의문이야, 나는 죽도록 너희들을 의혹한다!!


* 이 서평은 2016년 4월 평화도서관 나무의 <세월호 기억하기>의 일환으로 진행된 서평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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