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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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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기억하기 도서]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박병선

  
전공 시간에 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학자는 사후(事後)에 여러 정황을 다 보고 그것을 복기하여 정리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논객 혹은 평론가들의 몫이며, 학자들은 그것보다 더 긴 호흡으로 사안을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들 학자, 연구원 더 크게는 지식인들은 그래서 더욱 욕을 먹기도 한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발 디딘 곳은 치열한 난장의 연속인데 팔자 좋게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치/사회적 사건을 학문적으로 조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일 그 사인이 사회 구성원 절대 다수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면 더욱 그렇다. 많은 이들의 아픔과 감정을 학술적 용어와 현학적 문장들로 치환해 버리는 비정함이 비인간적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세월호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9명의 실종자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고, 동거차도에서 인양을 지켜보는 유가족들이 있으며 참극의 아픔과 충격의 잔상을 아직 채 털어내지 못한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학문적으로 들여다보는 시도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것이 내가 처음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의 첫 장을 펼쳤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세월호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학문적 논의가 아니라 진상 규명이 먼저가 아닐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더랬다. 나와 같은 독자들을 위해 저자들은 이 책의 목적을 비교적 명료하게 이야기한다. 세월호 사건이 왜 이렇게까지 대참사로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한국의 사회 구조를 통해 이해해 보고 그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며, 더 나아가 이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참으로 학자다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꼭 필요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세월호 사건을 전형적인 ‘과거형 재난’이라고 규정한다(53-54쪽). 울리히 벡이 진단한 바와 같이, 점진적인 경계의 소멸로 인해 합리적인 복합 체제 안에 내장되어 커지는 미지의 위험인 ‘미래형 위험’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세월호 사건은 재난의 ‘불확실성 모델’과 ‘사회적 취약성 모델’의 특징을 따른다(69쪽). 자연재해나 기술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취약성으로 인해 훨씬 더 큰 위기로 증폭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취약성 모델이며, 한 사회가 실제 또는 가상의 위험을 정의하는 데 실패하는 데서 재난이 기인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모델이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단순한 급변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세월호 승무원 29명 가운데 17명이 비정규직이었다는 점, 사건 초반 ‘전원 구조’라는 언론의 오보가 있었다는 점, 선장이 배를 버리고 가장 먼저 구조되었다는 점, 무차별적으로 완화된 규제 속에서 선령이 20년이 넘은 배가 항해하고 있었다는 점 등 수많은 사회적 병폐가 집대성 되어 나타난 것이 세월호 사건이라는 점은 이미 많이 지적된 바 있다. 이 책도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관피아의 문제와 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 엘리트형 부패, 책임을지지 않는 지도자, 압축된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들. 언젠가 한 번씩은 뉴스에서 혹은 신문에서 보았던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다.

돌이켜보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형 사건/사고의 원인들은 항상 엇비슷했다. 세월호를 가라앉게 한 문제점들이 성수대교를 붕괴시켰고, 삼풍백화점을 무너지게 했으며 씨랜드에 놀러간 유치원 아이들을 죽게 했다. 내일 당장 또 어떤 참사가 터질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참사는 분명 세월호와 비슷한 원인으로 일어났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러한 비극을 좀 막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점검하고 예방하여 무고한 생명을 하늘로 보내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저자들은 각 장마다 독일의 원전 폐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미국의 카트리나 피해, 네덜란드의 델타 프로젝트 등을 조명하며 이를 세월호 사건과 비교해 본다. 저들이 각자의 재난/재해에 대처했던 방식에서 배울 점들을 간추려 내며 또한 한계점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 중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은 여러 장을 걸쳐 다루어진 ‘공공성’의 문제이다. 이 책은 지속적인 문제의식 재고를 통해 자연재해가 사회적 재난으로 전화되는 기제로 공공성의 위기에 주목하고 있다(137쪽) 결국 세월호 사건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약해진 공공성의 고리를 단단히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방어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조정과 협력을 가능케 하고(200쪽)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들 간의 충돌을 조정하는 것이 공공성의 확충이기 때문이다(88쪽).

내가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열며 제기했던 의문을 다시 상기시켜보자. ‘지금 이 시점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학문적 논의보다는 진상 규명이 먼저가 아닐까’라는 회의적인 질문 말이다. 약 300여 페이지의 책을 읽으며 나름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나의 의문 자체가 어리석었다고. 이는 선후(先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이 한국 사회의 병폐를 한 보따리에 담은 것이라면 이에 대한 진단 역시 통사(通史)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진상 규명과 학문적 의의 찾기 및 해결 방법이 분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며, 그러므로 이를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타 세월호를 주제로 한 서적과 달리 이 책은 비교적 드라이하게, 눈가를 적시지 않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서평을 쓸 책으로 선정한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울음으로 목이 메이기보다는 ‘부러움’과 ‘동질감’을 더 자주 느낄 수 있었다. 독일, 네덜란드, 일본, 그리고 미국의 재난/재해를 각자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과거형 재난 혹은 미래형 재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낱 ‘인간’이라는 점에서 동질감이 들고 이들의 대처 방식이 2014년, 2015년, 2016년의 대한민국 보다는 훨씬 더 선진적이었기 때문에 부러운 감정이 솟아오른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모두들 ‘안전’하십니까.


* 이 서평은 2016년 4월 평화도서관 나무의 <세월호 기억하기>의 일환으로 진행된 서평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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