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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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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견서] 최기원 병역거부 소견서

국가폭력에 가담할 수 없습니다.


  대략 3년 전인 2009년 1월 20일 새벽, 불길이 다섯 철거민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용산참사’로 부르는 사건입니다.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그들의 삶을 수탈했고 돈의 하수인이 된 권력이 그들의 생명까지 앗아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해 왔던 강남 포이동 266번지 판자촌 주민들의 얼굴, 내가 가르치던 저소득층 공부방 학생들의 미래가 떠올랐기에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참사 당일 후배들과 함께 추모집회에 참여했습니다.

  그 현장에서 철거민의 죽음을 공모한 공권력은 전혀 반성의 기미도 없이 방패와 곤봉을 휘둘렀습니다. 우리는 명동성당으로 쫓겨갔고 주변은 전투경찰로 가득 메워졌습니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 한 무리의 전투경찰이 다 때려 부술 기세로 시민들을 짓밟으며 달려들었고 거기에 한 후배가 말려들었습니다. 전경에게 머리를 심하게 구타당해 곤죽이 된 후배를 근처 병원에서 확인하고 그 친구의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우연하게도, 그 후배의 아버지는 외과 의사였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아들을 수술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 것입니다. 미안함, 자책감, 그리고 분노가 제 마음을 지배했고 수술 내내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3년이 다 된 지금도 그 광경을 떠올리면 오한이 일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평범한 삶을 죽음으로 내 몬 것도 모자라 추모하는 시민들을 폭도 취급하는 공권력에 깊은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철거민들은 무엇을 잘못했기에 불에 타 죽어야 했던 겁니까? 후배는 무엇이 문제였기에 얻어맞아 두개골이 골절되어야 했던 겁니까? 군대와 경찰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란 말입니까? 예전부터 갖고 있었던 공권력에 대한 회의와 의문은 확신이 되었습니다. 오랜 독재의 당사자로서, 또한 노근리와 5.18등 수많은 민간인 학살의 당사자인 대한민국 군대와 경찰은 21세기에 들어서까지도 그 구태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권력에는 굴종하고 힘없는 이들에게는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평택 대추리에서,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용산에서,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영도의 조선소와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똑똑히 보았습니다.

  제가 병역을 거부하는 첫 번째 이유는 현 대한민국 공권력을 국민의 안전보다는 가진 자의 재산과 권력만을 지키는 파수견으로 여기기 때문이며, 그러한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동조할 수 있는 군복무는 저의 양심에 반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대학생활 동안 구로에서 오랫동안 저소득층 공부방을 했고, 장애아동 주말학교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철거민,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장애인, 농민의 삶과 조금이나마 교감하려 했고 이들이 인간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기 위해 저항할 때 늘 그 자리에 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늘 우리는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 힘 앞에서 무릎꿇어야 했습니다. 전경의 곤봉 앞에서, 물대포 앞에서, 양보 없는 방패 앞에서 좌절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민중의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던 제가 민중을 향해 총을 겨누는 행위, 시위 진압을 위한 기술을 익히는 행위를 명령과 복종에 의해 태연히 이행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평화주의자로서의 신념 때문입니다.


  평생을 농사로 살아오신, 아흔이 되어가는 제 외할아버지는 일제에 징용되어 강제노역을 했고 한국전쟁에도 참전하여 처절한 고지전투에 투입되어야 했습니다. 큰외삼촌은 베트남에 파병되었다가 심각한 고엽제 후유증을 얻고 아직도 고생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상처는 아직 저, 그리고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동서고금의 전쟁을 살펴보십시오. 전쟁의 원흉인 자들은 권세와 영화를 누리면서도 그 쓰라린 상처는 평범한 민중들이 다 짊어지는 것이 전쟁이라고 하는 괴물의 본질입니다. 왜 저들의 탐욕에 우리의 삶을 내놓아야 하는 것입니까?

  2003년 이라크 전쟁은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정당화도 불가능한 참혹한 범죄행위를 동시대인으로서 목격해야만 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성전이라는 이유로, 끝내 발견되지도 않는 대량학살무기가 있다는 명분으로 수십만의 죄 없는 이라크 민중들이 처참하게 살육당한 최악의 사건이었습니다. 여기에 한국정부는 미국을 도와 파병을 결정했습니다. 명백한 침략전쟁에 한국군이 참여했다는 것은, 한국군이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베트남 전쟁 파병에 이어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파병은 오히려 증오를 부추기고 탐욕으로 점철된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김선일 씨는 그 머나먼 타향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해야만 했던 것일까요.

  저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은 총칼이 아니라 평화적 수단으로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천안함과 연평도의 비극은 오로지 저 위협적인 김정일과 북한 정권에만 책임이 있는 것일까요? 물론 그들 역시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역시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군사적 수단으로 평화를 지키려 하는 발상은 마치 불쏘시개를 쌓아올리는 것처럼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 예가 아닐까 합니다. 좀 더 많은 미사일과 탱크와 군함으로 제2의 천안함 사건, 제 2의 연평도 포격을 막을 수 있을까요? 양차 세계대전에서 보듯 인류의 역사에서 일시적 안보를 위한 군비의 확장은 더욱 끔찍한 사태로 연결된 사례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그 일시적 안보라는 것을 위해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팽개친 사례 역시 부지기수며, 한국사회 역시 이에 해당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창고에 총칼을 가득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그 총칼을 녹여 어떻게 보습을 만들 수 있을지 궁구하는 것입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안보와 국방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희생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2007년 이 문제로 강정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 마을에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 것은 친척처럼 가까이 지냈던 마을 사람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이야기도 하지 않고 가게도 다른 곳을 이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않았고, 급기야 공사는 시작되고야 말았습니다. 평화의 섬이라는, 4.3항쟁과 학살이라는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도 비극이지만, 다수 주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그들의 공동체를 갈기갈기 찢어 놓은 일상의 비극에 눈물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저는 한국의 군대가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합니다. 탐욕스런 전쟁과 기만적인 안보의 본질, 부끄럽고 참담한 파병의 기억, 군사적 대립으로만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광적인 군사주의, 이로 말미암은 일상과 주권, 민주주의 파괴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평화는 평화적 수단으로 이룩할 수 있다는 평화주의의 신념을 가진 저로서는 입영하여 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사회복무제를 요구합니다


  제 앞에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습니다. 제 양심에 반하는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것인가, 아니면 감옥에 갈 것인가 선택하는 고민의 과정은 정말 고통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일정한 의무를 다해야 함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의무의 내용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주어진 선택지가 양자택일의 길 밖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한국과 비슷한 국제관계에 놓여 있는 이스라엘이나 대만도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 중 절반 이상이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처벌하는 국가는 얼마 없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800여 명의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 갇혀 있는데,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아르메니아에서 70여 명, 다른 4개 나라에서 4명이 수감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UN조차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인권규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법원은 요지부동입니다. 이런 현실에 저는 또다시 좌절합니다.

  대안이 필요합니다. 올해 이정희, 김부겸 의원이 대체복무제를 포함한 병역법 개정 발의를 했습니다. 국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주시길 청합니다. 덧붙여 대체복무제를 넘는 ‘사회복무제’가 필요함을 감히 말씀드립니다. 대체복무제는 국방의 의무를 대체한다는 의미로, 병역의무의 예외로 인정하는 수준입니다. ‘사회복무제’는 ‘국방’이라고 하는 좁은 영역을 넘어 공공의 복리를 증진한다는 넓은 의미의 의무를 공동체 성원에게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꼭 군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실제로 하고 있는 재해복구나 대민지원, 공익근무요원등이 하고 있는 업무 등이 여기에 일단 포함될 것입니다. 나아가 교육, 복지, 의료 등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공적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신체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만 했던 ‘국방의 의무’에서 여성이나 신체적 부적합자, 저와 같은 병역거부자 등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공공에의 의무’로 전환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전환이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하고 국방을 포함한 각 분야의 효율도 증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방의 영역은 불가피한 수준으로 최소화하는 노력과 더불어 평화와 공적 참여라고 하는 가치를 중심에 둔 사회복무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1천 명에 가까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대체복무제가 없는 한국사회는 종교적 이유나 혹은 저와 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을 어떠한 예외 없이 교도소로 보내고 있습니다. 집총을 거부하다 구타로 맞아 죽기도 하고, 감옥에서 나오면 다시 입영영장을 보내 또 감옥행을 강제하기도 했었습니다. 반세기만에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가 사회의 화두가 된 것도 이들의 굳은 믿음과 희생 끝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아마 제가 ‘병역거부’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 끙끙 앓다가 ‘그래도 군대는 가야지’하면서 입대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나 버트란드 러셀 같은 지성들의 병역거부 주장도 저에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거인의 무등을 탄 난쟁이입니다. 평화의 한 길을 걸어온 수없이 많은 이들이 있었기에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제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해방 이후 평화를 희구하며 병역을 거부한 이들은 1만 명이 넘고, 이들이 산 징역은 3만 년에 육박합니다. 이들이 감옥에서 보낸 3만 년의 시간이 전쟁없이 평화로운 3만 년의 미래로 바뀌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전쟁에서 죽어간 이들, 잔인한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 병역거부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을 추모하며 저는 이 자리에서 병역거부의 의사를 밝힙니다.


2011년 11월 1일
최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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